출판사 서평
취업 준비의 '역설'
학점, 자격증, 어학 점수, 인턴, 대외활동……. 지원자는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라도 더 갖추려고 한다. 좋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모범답안'을 참고하고,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한다. 저자는 이 부분이 취업 준비의 가장 큰 역설, 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준비가 오히려 ‘나’라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 리스크를 높인다고 말한다.
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기업의 입장과 지원자의 입장을 함께 고려한다고 말한다. 지원자에게 자신은 ‘가능성’이지만, 기업에게 지원자는 아직 충분히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고 기업의 인재 선발은 바로 이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원자가 자신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지원자 모두가 불안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남들과 같은 스펙을 쌓고, 비슷한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검증된 모범답안을 외울수록 지원자는 서로 닮아간다. 《스펙이 아니라 생각을 뽑습니다》는 취업 준비가 바로 이 역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소개와 면접은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해석의 과정'이다
자기소개서는 나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선발자가 궁금해하는 것에 답하는 글이어야 한다. 많은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를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장점을 증명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발자가 궁금한 것은 지원자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아니다. 기업은 스펙의 목록이 아니라 그 스펙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지 궁금해한다. 지원자가 실제 상황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어디에 사용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똑같이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누군가는 사람을 이끄는 능력으로 이해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태도로 이해한다.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같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자신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하느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소개와 면접을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해석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자기증명형 인간’보다 ‘문제해결형 인간’
지원자는 흔히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려 한다. 반면 기업은 “이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려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자기소개와 면접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지원자는 스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기업은 그 스펙을 가진 사람을 본다.
지원자는 합격을 목표로 하지만, 기업은 일을 잘할 사람을 찾는다.
지원자는 정답을 찾지만, 기업은 그 정답에 도달하는 사고 과정을 본다.
취업 준비 과정은 나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사람인지 보여주는 일이다. 자기소개는 ‘있는 나’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실행하면서도,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좋은 답변을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듣고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자기소개서를 써주는 시대, 오히려 ‘생각’이 중요해진다
생성형 AI가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자기소개서의 ‘문장력’만으로 차별화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럴듯한 문장을 만드는 일은 점점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어떤 경험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 내가 어떤 일을 왜 하려는 사람인지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 AI 시대의 자기소개는 ‘잘 쓰는 것’보다 ‘무엇을 발견했는가’가 중요하다. 생각은 머릿속에 완성된 형태로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쓰면서 생각하고, 말하면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질문을 들으며 다시 생각한다. 책의 표현대로 “우리는 프린터가 아니다.” 자기소개서 역시 머릿속에 이미 완성된 생각을 출력하는 문서가 아니다. 쓰고, 읽고, 고치면서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스펙이 아니라 생각을 뽑습니다》가 말하는 취업의 핵심은 단순하다. 합격은 나를 잘 아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선발자를 이해할 때 완성된다. 나를 잘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통해 누구를 돕고 싶은지, 기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사람을 뽑는지까지 이해해야 한다. 결국 취업은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을 이해하고, 일을 이해하고, 나를 해석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사고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스펙이 아니라 생각을 뽑습니다》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독자에게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앞서,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책이다. 스펙은 바꿀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펙을 해석하는 생각은 바꿀 수 있다.
책 속에서
27-28 페이지
스펙과 불확실성 관점에서 지원자는 네 부류로 나뉜다.
스펙이 뛰어나고 불확실성이 높은 지원자 : C : 불합격(높은 확률)
스펙이 뛰어나고 불확실성이 낮은 지원자 : A : 합격(매우 높은 확률)
스펙이 초라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지원자 : D : 불합격(매우 높은 확률)
스펙이 초라하고 불확실성이 낮은 지원자 : B : 합격(낮은 확률)
(중략)
취업 준비를 한다는 것은 조건인 스펙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떨어질 확률이 높은 C와 D 영역에서 붙을 확률이 높은 B와 A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지원자의 입장에서 ‘자신’은 ‘가능성’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다.
64 페이지
취업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이 담긴 대답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생각해서 그 대답에 이르렀는가이다. 내가 쌓은 스펙이나 경험을 왜 선택했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와 함께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이 변했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 스펙과 경험으로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바로 ‘일’에 대한 이야기다.
96 페이지
요컨대 자기소개는 내가 한 일을 말하는 글이 아니라 일과 나를 연결지어 말하는 것이다. 그 일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말하는 글이다. 해석은 새로운 사실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사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자기소개는 그 발견을 말하는 글이다. 발견이 없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자기소개가 아니다. 이미 아는 사실을 나열하는 건 편집이다. 해석이 아니다. 내 일이 남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 도움이 나에게 어떤 기쁨과 가치를 주는지, 왜 기쁜지, 왜 가치 있는지를 ‘발견’해야 한다.
119 페이지
지원자가 떨어지는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기업은 지원자가 전하는 세부적인 내용만큼이나, 그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구조를 통해 지원자를 해석한다는 뜻이다. 대답이 하나 틀렸다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부족한 경험 때문에 탈락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각각의 사실과 경험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하나의 설명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생긴다. 취준생이 고쳐야 할 것은 내용이 아니라 구조다.
159-160 페이지
이 책의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당신을 코치로 만드는 것. 당신의 정보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 가장 잘 안다. 그러니 당신은 나보다 나은 자신의 ‘코치’가 될 수 있다. 단, 하나만 기억하자. 12가지 구조는 다 채우라는 목록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골라 쓰라는 ‘연장통’이다. 완벽한 구조는 없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필요한 구조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구조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그러니 비장해지지 마라. 1차 목적은 내 사실이, 해석이, 주장이 어디가 비었는지 아는 것이고, 2차 목적은 딱 한 곳만 보완하는 것이다.
197페이지
면접을 잘 보는 비결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면접관이 첫 번째 질문을 하면, 첫 번째 대답을 하면 된다. 두 번째 질문을 하면 두 번째 대 답을 하면 된다. 지나간 질문과 대답은 즉각 흘려보내고 지금 질문과 대답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지원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앞 대답을 망쳤다는 자책, 더 좋은 대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 완벽해 보이고 싶은 욕심이 뒤엉켜 제대로 듣지도 제대로 생각하지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질문이 시작될 때 미리 준비한 대답을 성급하게 떠 올리다 질문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