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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 긴 서막
1장 _ 19세기의 정체성 발견
2장 _ 20세기의 정통성 탐색

2부 / 가속화된 탐색
3장 _ 자아 정체성 탐색 중인 신생국
4장 _ 권위주의적 대안: 유라시아주의
5장 _ 민주주의적 정체성의 진통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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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_ 제임스 빌링턴(James Hadley Billington)
우드로윌슨국제학술센터 소장을 거쳐(1973~1987) 제13대 미 의회도서관장(1987~2015)을 지낸 미국의 권위 있는 러시아 연구자. 프린스턴대학교 졸업 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하버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러시아사를 강의하였다. 러시아학술원 외국인 회원이기도 하며, 러시아 역사·문화·정치에 관한 다수의 수준 높은 저서들을 집필하였다. 대표 저서로 러시아 문화사 연구의 고전이 된 『이콘과 도끼』(The Icon and the Axe, 1966)를 비롯하여 『인간들 가슴속의 불꽃』(Fire in the Minds of Men, 1980), 『러시아의 얼굴』(The Face of Russia, 1998) 등이 있다.

역자 _ 박선영
충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에서 알렉산드르 블록의 서정드라마 연구로 석사학위를, 러시아학술원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오시프 만델시탐의 유기주의 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충북대학교 러시아·알타이지역연구소 전임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충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간된 『오시프 만델시탐의 유기주의 시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사모일로프 시선』 등이 있다. 러시아 모더니즘 문화 전반의 특수성 및 현대 러시아 전기문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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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러시아학의 거장이 그려 낸 ‘모색하는 러시아’
포스트소비에트 격변기에 스스로를 규정하기 위한 러시아의 분투를 말하다!

2018년 3월 러시아 대선은 푸틴의 4선으로 막을 내렸다. 2011년 총선의 그 유명한 ‘투표율 140%의 기적’ 이후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에 시달려 온 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불신 또한 깊지만, 어쨌든 푸틴은 “국가원수로서 러시아의 번영, 힘과 명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라는 의지를 천명하며 5월 7일, 권좌에 올랐다. 이번 임기를 포함하면 24년간 최고 권력을 유지하게 된 푸틴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러시아인이 바라는 어떤 ‘러시아상’에 대한 하나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푸틴이라는 현상’이 현대 러시아를 설명하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 “러시아 역사상 최초로 제국이 아닌 국가, 독재정이 아닌 민주주의”를 맞게 된 1992년 이후, 러시아 국가/사회와 러시아 국민은 격변과 혼돈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사회주의 혁명의 고향이자 냉전기 초강대국이라는 역사의 유산을 간직한 채 불확실한 미래와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절박하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푸틴이라는 현상’ 또한 그에 대한 하나의(하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답변일 것이다.
그린비출판사 슬라비카 총서 여덟 번째 권으로 출간된 『러시아 정체성: 포스트소비에트의 이념과 정서』(원제 Russia in search of itself)는 소련 해체 후 러시아/러시아인이 겪은 정체성 혼란과 그 역사적 연원, 나아가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현대 러시아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다. 러시아 문화사 연구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콘과 도끼』(The Icon and the Axe)의 저자로 2015년 퇴임하기까지 무려 28년간 미 의회도서관장을 역임한 러시아학의 거장 제임스 빌링턴의 2004년 저작이다. 혁명 이전 러시아의 지적 전통과 민중적 습성, 소비에트 해체 이후 벌어진 여러 사건과 학계의 담론과 대중매체의 반응 등을 폭넓은 시야로 분석함으로써 현대 러시아를 구성하는 ‘이념’과 ‘정서’의 뿌리-줄기-잎을 찬찬히 살펴 준다.

러시아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 그리고 우리는?

‘러시아’라는 이름에는 많든 적든 여전히 ‘소련’이라는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정치사회적 실험이 태동했던 현장이자 그 실험의 한 말로를 예시하는 현장으로서, 더 근본적으로는 그 실험이 가능했던 ‘원인’인 동시에 그 실험이 심화시킨 ‘결과’이기도 한 그 독특한 국민성과 국가성이 여전히 작동하는 장소로서, 소비에트의 흔적은 진하게 각인되어 있다.
이 책의 1부 ‘긴 서막’의 서두는 그러한 소련의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한다. 19세기 초, 세계 최강 나폴레옹군을 격퇴했다는 도취감이 러시아인들의 자의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요인이었다. 이후 차르들은 강력한 국가 건설에 전력했고, 지식인들은 헤겔에 심취하는 한편 자신들의 국가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다. 그리고 ‘유토피아’를 향한 이들의 헌신은 결국 혁명을 가능케 한 동인이 되었으며, 이후 중앙권력은 대러시아 민족주의 등을 통해 소비에트 전체주의를 유지해 갔다. 1부는 이러한 ‘러시아의 자기 규정의 약사(略史)’를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긴 서막’에 이어지는 2부의 논의는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치열한 국가 정체성 탐색 과정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억압받아 왔던 여러 집단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게 되었고 논쟁에 뛰어들었다”(4쪽). 그 어느 나라보다도 치열하게 자기 정체성을 고민했던 나라의 지도자와 국민 들이 가장 어렵고 낯선 상황에서 자신들을 시험받게 된 것이다.
유라시아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의 활발한 논쟁 등 지성계의 동향에도 주목할 만하지만, 평범한 ‘국민정서’의 차원 또한 흥미롭다. ‘너무 많은 민주주의’ 앞에서 오히려 강력한 국가를 갈구하는 경향이 나타났고(그 현현체가 바로 푸틴이 아닐까), 체첸전에서 사망한 젊은 병사를 성인(聖人)화하는 작업에 적극 호응하기도 한다.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사람도 말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삶에 대한 접근법”(일명 ‘스툐프’)과 서구의 냉소주의와는 다른 “완전한 무관심의 감각”(일명 ‘포피기즘’)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져 갔다. 이러한 움직임들 속에 ‘저항자들’의 전통 또한 면면이 이어졌으며, 국제사회에서도 이슈가 되었던 피살당한 언론인과 종교인 들은 그 대표적인 예다. 민주화 이후 뒤따른 여러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일종의 아노미를 겪었던 대한민국의 과거와 겹쳐 보이면서도, 그 과거에 바로 그 ‘소련의 붕괴’가 커다란 정서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인 당사자들이 겪었을 혼란의 강도는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저자 제임스 빌링턴은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의 이 책 안에서 거장다운 솜씨로 통시적·거시적 관점과 공시적·미시적 관점을 적절히 조절해 가며 이 모든 것들을 녹여 낸다. 마치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을 한 겹씩 벗겨 내듯, 국가라는 외피 속에 겹겹이 똬리를 튼 이념과 정서를 분석해 가는 솜씨가 놀랍다. 이 책 『러시아 정체성』은 새롭게 탄생한 국가의 정체성(이념적 차원)과 국민의 정체성(정서적 차원)을 찾기 위한 러시아/러시아인들의 노력을 조명함으로써 변화의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수성과 보편성 모두를 함께 고찰한다. 이러한 이 책의 가치는 소비에트 해체 후 30여 년이 다 되어 가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상당한 현재성을 지닌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러시아/러시아인이라는 국가, 사회, 민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와 기술의 첨단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낡은 사회질서에 속박되어 있는 ‘혼종적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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