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너를 예전처럼 지켜줄 수 없는 아빠의 몫까지
너 자신을 가장 소중히 아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돌보는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돌봄을 받게 될 사람의 언어로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건네는, 스무 번의 ‘괜찮다’
2030년에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135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 유병률도 높아져 80~84세에서는 약 22%, 85세 이상에서는 약 50%에 이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와 돌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마주하게 될 삶의 문제가 되고 있다.
“치매에 걸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기억을 잃고, 일상을 혼자 꾸리기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삶을 생각하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한 사람의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이 흐려지고 행동이 달라져도 그 사람에게는 살아온 시간이 있고, 그 안에는 여전히 감정과 관계와 삶이 남아 있다.
돌봄의 현실에서 가족이 마주하는 감정 역시 단순하지 않다. 화가 나고 지치기도 하며, 잘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는 순간도 있다. 부모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가족에게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족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 데 있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족에게 화를 내는 일이나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 시설에서 생활하는 일의 의미도 달라진다. ‘잘 돌본다’는 말을 가족의 희생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치매 환자를 현재의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과 습관, 기억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 방식이나 가족과의 관계가 현재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사람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책 곳곳의 사례와 ‘치매 환자의 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단순히 치매의 증상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떤 의미였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삶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물론 돌봄에는 마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치매의 종류와 증상, 치료와 약물요법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요양 서비스, 시설 선택에 이르기까지 실제 돌봄에 필요한 지식도 함께 다룬다. 돌봄의 마음과 현실적인 준비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괜찮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며, 돌봄을 받는 사람의 삶과 돌보는 사람의 삶을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치매는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다. 가족의 삶을 바꾸고,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언젠가 자신이 돌봄을 받게 될 미래까지 돌아보게 한다.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이 문제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저자는 치매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치매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 삶을 서로의 희생만으로 버티지 않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돌봄을 받게 될 날에도, 돌보게 될 날에도 서로의 삶을 헤아릴 수 있다면, 치매 이후의 삶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