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나는 왜 혼자이고 싶을까?”
-‘혼자’의 유형, 욕망과 두려움의 크기 이해하기
‘혼자’는 삶의 형태일 뿐, 혼자 살아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결혼 제도의 억압과 차별을 인지하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부터 이상적인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와는 다른 현실로 인해 혼자를 선택한 사람, 함께하는 삶보다 혼자 사는 삶의 장점이 많다고 판단한 사람, 다른 목표를 우선하다 보니 어쩌다 혼자인 사람, 삶의 동반자를 잃고 혼자가 된 사람 등. 저자는 우선 이토록 다양한 삶의 모습을 묶을 수 있는 ‘혼자’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명사]
1 ‘동반자’ 없이 살아가는 사람
2 삶의 기본 단위를 ‘나’로 설정한 사람
여기서 ‘동반자(life partner)’란 서로의 삶을 오랜 시간 책임지기로 약속한 상대다. 따라서 ‘혼자’란 (부담을 일부 나눌 수는 있지만) 내 삶을 오롯이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혼자는 ‘상태’이므로 지금 내 욕망과 일치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즉, 내가 혼자이고 싶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나는 동반자를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 ‘연애 관계’처럼 상대의 삶을 책임지지는 않더라도, 배타적이고 특별한 관계를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 혼자라는 상태가 편안한가, 아니면 불안한가?
이러한 질문들은 혼자라는 지금의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안의 어떤 욕망 혹은 두려움이 혼자의 삶으로 향하게 만든 것일까? 가령 혼자의 삶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자유’다. 저녁은 무엇을 먹고 주말은 어떻게 보낼지부터 어느 직장을 다니고 재정은 어떻게 관리할지 등 크고 작은 삶의 선택을 오롯이 내릴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내 삶의 크고 작은 선택을 내릴 때 누군가의 마음과 상황이 우선할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단점일 것이다. 이처럼 무엇을 선택한 이유에는 장점에 끌리는 마음과 단점을 피하려는 마음이 공존한다. 혼자라는 상태 역시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면서 위험과 불편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선택일 수 있다. 둘 중 나에게 더 크고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처럼 내가 어떤 지향을 가진 혼자이고, 욕망과 두려움 중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워크숍’의 시작이다.
“혼자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혼이라는 인생의 ‘올인원 패키지’을 기능으로 해체하기
혼자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은 동반자가 있는 삶의 장점을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동반자가 있는 삶 중 가장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형태인 결혼은 삶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올인원 패키지’다. 저자는 결혼이 갖는 기능을 ‘①친밀함, ②상호작용 및 공동 생활, ③경제 공동체, ④몸과 마음의 상호 돌봄, ⑤양육이라는 공동 프로젝트’로 정리한다. 물론 모든 결혼에서 이러한 것들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결혼 제도와 관습, 상대의 문제로 인해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역시 갖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 갖는 ‘기능’은 혼자의 삶에서도 필요한, 단단하고 행복한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결혼을 이렇게 패키지로 해체하면 ‘결혼해야 할까?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처럼 ‘모 아니면 도’ 같은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에게 ‘친밀함’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일상을 나누는 ‘공동 생활’이 어떤 위안을 주는지(혹은 어떤 불편을 주는지), ‘몸과 마음의 상호 돌봄’을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내 삶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을 친구나 가족처럼 인간관계를 통해 충족하거나 공적 제도 및 민간 서비스로 대체하는 등, 나에게 적합한 방식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결혼의 기능 중 ‘친밀함’은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밀함은 인간의 마음을 지탱하고 살아갈 힘을 만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친밀함에는 정서적 친밀함, 사회적 친밀함, 성적 친밀함, 지적 친밀함, 여가 친밀함이라는 다섯 종류가 있는데, 결혼은 이 친밀함의 상당 부분을 배우자로부터 충족하려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편리하면서도 위험한 방식이다. 반대로 혼자의 삶에서는 각각의 친밀함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을 채워줄 관계가 나에게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다른 기능들이 원만하게 충족되더라도 친밀함이 부족하다면, 삶의 토대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삶을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내 삶의 운영체제’를 설계하는 법
지금까지 살펴본 것들을 저자는 혼자의 삶에 따라오는 ‘명세서’라고 말한다. 앞선 단계에서 혼자의 삶에서 필요한 것들, 그리고 그중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그만큼 구체적으로 정리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명세서에 청구된 항목들을 ‘처리’하는 나만의 방식을 찾을 시간이다.
여러 필요를 한꺼번에 조직한(그만큼 위험하기도 한) 결혼 바깥에 있는 혼자에게 필요한 것은 ‘분산 모델’이다. 삶의 여러 기능을 사람들과의 연결, 제도와 서비스, 자신의 역량 등 여러 자원에 나누어 배치해야 한다. 여기서 설계의 주체는 나 혼자이지만, 그 기능들을 담당하는 건은 혼자가 아니다. 혼자의 삶을 잘 운영한다는 것은 내가 떠안아야 할 몫을 줄여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3부와 4부에 걸쳐 열두 가지 체크리스트를 준비한다. 그중 여섯 가지는 ‘나’의 운영체제를 설립하는 것이고, 나머지 여섯 가지는 필요한 관계를 만들고 점검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건강한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부터 경제적 위험과 인생의 고비에 대비하고 삶에서 다양한 기쁨을 찾는 법 등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측면이고, 후자는 나에게 필요한 친밀함을 나누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관계부터 내 삶의 위기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는 안전망과 원가족과의 적정한 거리 유지 등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측면이다. 이처럼 저자는 혼자의 삶은 결코 혼자서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나’의 운영체제와 이를 지탱해주는 관계가 함께 존재해야만 ‘내 삶의 운영체제’가 완성된다.
《혼자 살기 워크숍》은 ‘아플 때 혼자면 어떡하지?’와 같은 막연한 불안을 ‘아플 때 혼자면 어떻게 하지?’라는 실용적인 고민으로 바꾸는 “인생 설계 설명서”다. ‘내 삶의 운영체제’를 아무리 꼼꼼히 설계했더라도, 어느 순간 “나 어떻게 살아야 돼?!”라고 외치며 인생을 고민하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 내 욕망과 두려움은 살아가면서 달라질 테니까. 그때마다 《혼자 살기 워크숍》이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