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042년의 인생이 가르쳐 준 부자의 정의
한 달이면 변화가 느껴지고, 1년이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
2022년 말, 사힐 블룸은 작은 실험으로 여든, 아흔 줄의 어르신 열두 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아흔네 살 할머니는 슬픔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슬픔은 사랑 바로 옆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70년을 함께한 아내를 막 떠나보낸 아흔두 살 어르신은 잠들기 전 매일 밤 배우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했다. 친구의 여든 살 아버지는 몸을 앞으로 70년 더 살아야 할 집처럼 대하라고 당부했다. 모두 합쳐 1042년의 지혜가 담긴 답변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그 답변에 없는 것이었다. 누구도 돈을 말하지 않았다.
?부자의 5가지 철학?은 여기서 출발한다. 저자는 돈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소득이 낮을 때는 돈이 근본적인 부담을 덜어 행복을 끌어올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선을 넘으면 소득이 늘어도 행복은 좀처럼 따라 오르지 않는다. 저자는 이 연구 결과를 차분히 짚는다. 문제는 그 선을 넘은 뒤에도 우리가 여전히 돈만 보고 달린다는 데 있다. 이미 백만장자인데도 완벽한 만족에 이르려면 지금의 두세 배가 더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들이 그렇다. 회사를 1억 달러에 판 기념으로 요트를 빌렸다가, 옆에 정박한 더 큰 배를 보고 기쁨이 푹 꺼져 버린 친구도 그렇다. 저자는 이런 삶을 피로스의 승리에 빗댄다. 비즈니스 목표는 달성하지만 결혼기념일 저녁은 놓치고, 역대 최고 보너스를 받지만 아이의 야구 경기에는 한 번도 가지 못하는 삶이다. 이처럼 잘못된 삶을 사는 이유는 명백하다. 부자의 기준으로 잘못된 것을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점수판부터 새로 짠다. 시간의 부, 사회적 부, 정신적 부, 신체적 부, 재정적 부다. 시간의 부는 누구와 어디서 시간을 보낼지 스스로 정하는 자유다. 사회적 부는 곁에 있는 관계의 깊이와 넓이, 정신적 부는 삶을 이끄는 목적과 성장, 신체적 부는 건강과 활력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정적 부의 정의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순자산에 '기대치'라는 부채를 하나 더 얹는다. 얼마면 충분한지에 대한 기준이 자산보다 빨리 불어나면, 아무리 벌어도 늘 모자란다는 것이다. 독자는 여정에 앞서 유형마다 다섯 문항씩 답하고, 100점 만점의 '부의 점수'로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부터 확인한다.
이 책은 진정한 부자로 살기 위한 설계도와 도구를 함께 건넨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마크 랜돌프는 30년 넘게 "나는 화요일 저녁을 절대 빼먹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지켜 왔다. 혼란 속에서 결정을 단순하게 만드는 '인생 면도날'의 본보기다. 찰리 멍거의 역발상에서 빌려 온 '반목표'는 정상에 오르는 동안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것을 먼저 적게 한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어슬렁거리다 결정적 순간에 폭발한 리오넬 메시를 예로 들며 작은 입력으로 큰 결과를 내는 '고효율 레버리지 시스템'도 보여 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다섯 가지 부를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강도를 조절하는 다이얼로 다루라는 제안이었다.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앞서가야 한다는 압박은 이 제안으로 가벼워진다. 가정을 꾸리는 계절에는 가족과 관계에 힘을 싣고, 커리어와 재정은 뒷걸음질 치지만 않게 지키면 된다.
이 책이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른 지점은 세 가지다. 먼저 개념과 실천이 끊기지 않는다. 모든 부가 자가 진단 점수, 목표와 반목표, 고효율 레버리지 시스템, 일주일 실천법으로 이어져, 책을 읽자마자 무엇을 할지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다음으로 수전 케인, 아서 브룩스, 라밋 세티, 벤 브루노, 닉 마줄리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만든 가이드가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먼저 살아 냈다. 저자는 자신이 깨달은 바를 실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동부까지 미 대륙을 가로질러 부모님 곁으로 이사했다. 진짜 소중한 것은 고연봉의 직업이 아니라,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가족을 잃으면 진정한 부자라 할 수 없다. 이런 저자의 경험과 수많은 사람의 고백은 그 어떤 책에서도 얻기 힘든 생생함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론서를 넘어 실천 후기이자 증언으로 읽힌다.
인생은 한 줄로 흐르지 않는다. 토대를 쌓는 20대, 가정을 꾸리는 40대, 목적을 찾는 50대처럼 계절마다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부자의 5가지 철학?이 건네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꺼내 볼 나침반이다. 저자는 일주일이면 행동에 시동이 걸리고, 한 달이면 변화가 느껴지며, 1년이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돈은 덜 벌게 되었을지 몰라도 자기 기준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다는 그의 고백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어떻게 사느냐를 결정한다. 이제 당신의 점수판을 다시 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