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뉴욕 타임스』 『더 가디언』이 찬탄한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이 남긴 모던 클래식
1989년 첫 출간 이후 한 세대를 뛰어넘은 지금,
청춘의 아이콘 톤델리가 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남긴
가장 완숙한 사랑의 기록, 그 고결한 작별 인사를 다시 만나다
『각자의 방』은 성공한 작가 레오와 그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독일인 음악가 토마스의 이야기다. 2,000킬로미터라는 물리적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에서 자신들만의 고독을 지키며 살아간 두 영혼의 눈부시면서도 비극적인 평행선을 담아낸다.
소설은 레오의 회상과 현재를 유려하게 넘나든다. 파리와 뮌헨, 런던과 미국을 방랑하며 토마스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반추하는 고통스러운 애도의 여정을 담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고향의 부모님, 즉 ‘존재의 기원’과 끝내 속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세계인 ‘실존적 성숙’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이렇듯 작가가 짧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 마음의 빗장을 열어 보이기 위해 차가운 메스를 들이대듯 써 내려간 이 소설은, 절대적인 사랑을 잃고 허무의 심연을 맴돌던 한 인간이 고독을 피할 수 없는 형벌이 아닌,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집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정교한 모자이크처럼 그려 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 가치를 인정받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더욱 높게 평가받으며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정점이자 ‘절대적 고독’을 다룬 모던 클래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토마스의 상실은 레오를 저 멀리, 자기 자신을 향해 데려가고 있다. 토마스가 죽어 그의 내면에서만 맥박이 뛰고 살아 있는 존재가 된 지금, 그의 삶에서 가장 큰 고뇌는 자기 고독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3월의 어느 바람 부는 날, 레오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20년간 살았던 집으로, 부모님이 잠들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그 지붕 아래로 돌아가기로 한다.
-본문 중에서
1980년대 말, 이탈리아 문학계의 청춘을 상징했던 피에르 비토리오 톤델리가 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내놓은, 그의 문학적 정수를 담아낸 이 소설은 단순히 한 남자의 연애사를 넘어, 현대인이 마주한 ‘절대적 고독’과 ‘실존적 성숙’에 대한 가장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탐구다. 데뷔작에서 보여 준 거칠고 파괴적인 언어로 일찍이 시대를 뒤흔들었던 작가는, 치열한 삶의 담금질을 겪어 낸 뒤 마침내 이 마지막 소설에 이르러 이전의 파편화된 언어들을 버리고 마치 당김음처럼 분절되면서도 우아한 리듬을 지닌 작가만의 고전적인 문체를 완성해 낸다. 또한 작가는 주인공 레오의 시선을 통해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숨겨진 비가시성과 사투를 벌이며, 잃어버린 ‘절대자’를 향한 고통스러운 애도의 여정을 더욱 처절하고 진솔하게 그려 냄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번 넘어섰다.
“우리에게 느낌이란 곧 사라짐이다.”
-『두이노의 비가』 중에서
사랑하는 연인 토마스의 죽음 이후, 주인공 레오가 마주한 것은 견딜 수 없는 부재의 공허함이다. 그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끝까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특히 서베를린에 살던 토마스가 수잔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을 때 레오가 느꼈던 치명적인 질투와 배신감, 그리고 토마스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뮌헨에서 비극적인 임종을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은 레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었고, 이는 작가가 치밀하게 직조한 긴 회상을 통해 독자의 내면에도 깊이 파고든다. 토마스와의 관계에서 레오가 고집했던 ‘각자의 방’은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서로에게 온전히 소속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랑의 완성이었다. 그들은 언제든 원할 때 만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각자의 고독 속에 스스로를 격리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 절대적인 하나의 존재가 사라졌을 때, 레오는 한 사람이 아닌 그의 모든 세상이 사라진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레오의 성찰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공허함이 다시 미래를 향한 기다림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묵묵히 증명한다.
레오는 이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의미는 토마스의 육체에, 그가 내주는 숨 가쁜 고요 속에, 드디어 타인의 세상에 받아들여지게 된 기쁨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본문 중에서
레오에게 고독은 사회적 소외가 아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역사를 자각하게 만드는 창조적인 상태다. 이 과정은 흡사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십자가의 길’과도 같으며, 작가는 이 비극적인 순례를 통해 글쓰기가 어떻게 인간의 존재를 스스로 정당화하는지를 보여 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단어들을 언어로 빚어내 또 다른 자아를 구축하고, 그렇게 생명을 얻은 자신의 모든 존재를 텍스트 속에 온전히 옮겨 놓음으로써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숭고한 헌신은 단순한 나르시시즘을 넘어, 타인의 고독에 깊이 파고들어 삶의 이유를 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자, 독자에게 고하는 고해성사와도 같다.
그의 고독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경험하거나 깊이 파고들었던 그 어떤 고독과도 다르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이 죽었다는 것을,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은 연인의 죽음 앞에서, 수십 년 동안 문제투성이였던, 양면적인 희망과 꿈의 내면적 석회화를 산산이 조각낼 수 있었던 유일한 것,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미 죽었다는 두려움 앞에서였다.
-본문 중에서
실제로 작가는 우연히 기내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침묵을 발견했다. 그것은 단순히 나이의 숫자가 아닌, 객관적 현실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한 인간이 마주한 실존적 표류의 시작이었다. 군중 속에서 하나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얼마나 외롭고도 쓸쓸한 것일까. 하지만 작가는 우리 모두가 생의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홀로 그 심연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작가 자신을 레오라는 인물에 투영하여 탄생시킨 고독의 순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진정한 성숙이란 고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독을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어쩌면 문학이란 긴 애도의 과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거울 속의 고독〉, 잔니 데 마르티노와의 대화 중에서
리초네-아테르 연극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거장 피에르 비토리오 톤델리가 생의 끝자락에서 남긴 『각자의 방』. 함께하지 않기에 영원한 사랑, 그 눈부신 고독의 서사시는 독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