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고양이와 산속에서 함께 보낸 17년
혹독한 자연도 막을 수 없던 사랑
카가 마샤가 함께 지낸 집은 서로를 만나기 전인 2000년, 카가 집필활동으로 벌어들인 거금을 쏟아 마련한 것이었다. 그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 대해, 특히 인류에 대해 음울한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 산에서 혼자 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죠.” 미국 뉴욕주 ‘미저리산’의 외딴 숲속에 틀어박힌 건 카가 인간과 거리를 두면서도 집필과 자신만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곳은 기후와 주변 환경이 매우 척박한 곳으로, 겨울엔 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고 곰, 코요테, 거대 족제비 ‘피셔’ 등 포식동물이 우글거렸다. 이곳에서 카와 마샤는 서로를 지키며 십수 년을 견뎌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고양이 마샤가 숲을 호령하는 거친 본능을 간직한 유별난 존재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카의 회고록은 감동 실화를 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변모한다. 마샤는 야생의 맹수와 대등하게 맞서 싸울 만큼 강인한 생존 능력을 지녔고, 때로는 카에게 태클을 걸어 넘어뜨릴 정도로 넘치는 기세를 자랑했다. 카는 마샤의 위험천만한 본능을 억지로 가두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위태로운 야생성을 존중하며 그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그 치열한 삶의 기록은 마치 한 편의 스펙터클한 소설처럼 펼쳐진다.
마샤의 매력은 야생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그너의 음악에 환호하고, 형편없는 피아노 연주에 직접 건반 덮개를 닫아버리며, 인간의 언어까지 이해하는 듯한 모습은 그동안 고양이에게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경이로운 능력의 지평을 연다. 그리고 이 믿기 힘든 모습은 마샤를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바라보고 끝없이 교감해 온 카와의 깊은 유대가 있었기에 비로소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한 동물의 일대기를 넘어, 인간과 동물의 신뢰가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지점과 고양이의 잠재력을 증명해 낸 뛰어난 기록물이다.
죽음마저 닮은 영혼의 단짝
생의 비탈길에서 남긴 회고록
어떤 참혹한 위기도 두 존재의 유대를 흔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학대가 낳은 신체적 각종 질환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카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만성 췌장염을 앓았는데, 이는 아버지가 가한 신체적 폭력으로 발생했다고 여러 의사가 진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카는 평생 교통사고 여파에 준하는 통증과 질병을 안고 살았으며 치료에 번번이 실패했다. 마샤 역시 카를 만나기 전 보호자들의 학대로 합병증을 겪었다. 숲속 야생동물들과의 전투로 입은 피해까지 더해져 마샤의 건강은 매우 악화했다.
결국 둘은 모두 암 진단을 받았다. 먼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카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내가 마샤보다 오래 살아남아 끝까지 돌볼 수 있을까’였다. 카가 자신이 집필한 소설의 성공과 마샤의 건강을 맞바꿀 수 있다고 기도하거나, 마샤가 죽지 않는다면 자신도 죽지 않겠다고 마샤에게 맹세하는 등 가슴 저린 장면이 이 책에 담겼다. 마샤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자신의 반려를 지키기 위해 숲속 야생동물과 전투를 멈추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끝까지 상대의 곁을 지키며 절대 먼저 상대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모습은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을 자아낸다.
영원한 이별은 찾아왔고, 마샤는 2022년 4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카는 홀로 남겨진 슬픔과 말기 암이라는 극한의 투병 속에서, 예정되어 있던 차기작 소설을 제쳐놓았다. 대신 마샤와의 삶을 기록하는 데 생의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었다. 카는 이 경이로운 서사를 세상에 남긴 뒤 2024년 5월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