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예술이 알약이라면?
‘활성 성분’과 ‘기전’ 관점에서 살펴본 예술
예술은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성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예술은 사실 수많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술 작품은 색상, 조명, 질감, 놓인 위치의 공간감, 물감과 종이의 은은한 냄새 등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 한편 춤은 음악의 멜로디, 리듬, 소리의 크기, 신체 활동, 함께 춤을 추는 파트너 등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분들의 조합에 상상력, 창의성, 감정, 미적 표현 등의 요소가 더해지면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성분에 관심을 두고, 이를 ‘활성 성분’이라 설명한다. 비유하자면 알약 형태의 해열제에서 보존제, 착색제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열을 내리게 하는 효과가 있는 물질이 활성 성분이다. 활성 성분이 예술의 ‘무엇’이라면, 기전(메커니즘)은 ‘어떻게’다. 예술과 건강을 잇는 기전은 지금까지 수백 가지가 확인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이 우리의 생각, 감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심리적), 뇌와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생물학적),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사회적) 등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이 책에서 폭넓게 소개된다.
다만 여기에 ‘하나의 깔끔한 답은 없다’는 것을 저자는 짚고 넘어간다. 예술은 한순간에 여러 가지의 기전을 동시에 일으키고, 그물처럼 복합적인 무늬를 이루며, 건강이라는 효과를 낸다. 예술과 건강을 잇는 그물의 가닥 중에 엄밀한 것, 정확한 것만 추려내기 위해 저자는 인터뷰, 임상 시험, 환자들의 사적인 기록, 뇌 영상, 대규모 코호트 연구 자료 등 방대하고도 다양한 자료 사이를 종횡무진 탐험한다. 저자는 수백 피스에 달하는 퍼즐 맞추기를 하듯 서로 다른 설계로 얻은 결과를 차곡차곡 맞춰가며, 각 연구의 약점을 상쇄하는 방식으로 정제된 주장만을 이 책에 담았다.
음악의 구조로 세포를 분석하던 피아니스트,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예술-건강 분야의 권위자로
‘영국 최고의 신예 과학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자’, ‘차세대 사상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저자 데이지 팬코트의 이력에는 특별한 면이 있다. 저자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라디오 방송국의 방송이나 행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는데, 당시에 저자는 과학에 대한 집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수학 공식으로 음악을 분석하려 시도했고, 음악 구조를 생물의 세포와 비교하는 에세이를 쓰기도 했던 저자는, 어느 날 소아과 병원에서 예술 분야 워크숍의 진행을 담당하는 인턴십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 이후 병원에서 공연 예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는데, 공황을 멈추고 통증을 줄이며 혈압까지 내려주는 예술의 힘을 이곳에서 직접 목격하게 된다. 이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과학의 길로 들어서서 심리학, 면역학, 통계학 등에 몰두했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정신신경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UCL의 심리생물학 및 역학 교수로 재직하며 두 곳의 국제기구,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네스코(UNESCO)에서 예술 및 건강 분야를 담당하는 직책까지 함께 맡고 있다.
신화, 마법이 아닌 실재하는 힘으로서 예술
절망의 한가운데서 예술을 붙잡은 이들의 이야기
이 책의 미덕은 예술을 둘러싼 신화와 미신을 걷어내고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과학적으로 알려주는 데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에 대해서만 말할 뿐 아니라 예술의 힘을 깊이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그 주인공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딸 다프네의 이야기를 꺼낸다. 수막염과 사투를 벌이는 아이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을 때, 저자는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기계음 가득한 병실에서 들려준 엄마의 노래는 다프네의 심박수를 안정시켰고 산소포화도를 높였다. 이런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들을 소개하며 소음 완화, 신경학적 자극, 인간적 접촉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는 걸 설명한다.
이뿐 아니라 ‘예술 처방’을 받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전기공 러셀 헤인스는 의사로부터 약물 대신 미술 수업을 처방받았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그는 삶을 회복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거대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가 되어 예술이 자신을 살렸다고 증언한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우울의 늪으로 빠질 거라 믿었던 샤이 리틀존은 음악적 몰입 덕에 상실의 고통을 견뎌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현직 변호사이자 경영전략가, 뮤직 아티스트로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뇌성마비로 한쪽 팔을 쓰지 못해 괴롭힘을 당하던 조시 파슨스는 마술 캠프를 통해 기적을 경험했다. 마술 트릭을 익히는 과정은 정교한 물리치료의 연장선에 있었고, 신체 기능뿐 아니라 자존감까지 회복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 협회인 ‘매직서클’의 정식 회원이 되었다.
예술 처방의 가치는 ‘무엇이 문제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있다. 러셀, 샤이, 조시의 사례만이 아니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이룰 수 없었던 일을 이루게 해준 도구’로서 예술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을 심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기전을 통해 예술이 채워준 것이다.
과학의 결론에 역행하는 제도와 정책들에 맞서
창조적이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언들
과학은 분명히 말한다. 예술이 우리를 살릴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메시지와 정확하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저자는 영국, 미국 등의 사례를 들어 예술이 지워져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영국의 여러 지방의회는 파산 위기에 직면해 예술 분야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학생 1인당 학교의 예술 분야 1년 예산은 단 9.40파운드로 학생 1인당 전체 예산 7460파운드의 0.1퍼센트에 그친다. 미국에서는 2024년 여름, 플로리다주가 3200만 달러에 이르는 예술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휴스턴시는 공공 예술 예산을 1000만 달러 줄였다. 예술 교육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미국의 학교는 약 5000곳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줄곧 한길을 파고들었다. 예술이 개인의 건강과 사회 전체의 건강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력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온 세상에 알리는 것, 정책을 결정하고 제도와 법을 세우는 이들을 끈덕지게 설득하여 모든 사람이 예술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리도록 하는 것. 이 책은 어느 과학자의 일생을 건 비전이자 인류 전체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자신 있게 말한다. 조금 더 귀를 기울여서 음악을 듣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시간을 내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고, 고대했던 공연과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처럼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더 건강한 개인의 삶을 빚어내고, 창조적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누구나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할 만한 것들이고, 그런 소소한 실천들이 모여서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한다면 꽤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는가. 저자는 이런 작은 흐름이 모여서 이뤄낼 사회적 혁신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행동할 때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질병과 싸우기 위해서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해서도.
미디어 추천평
이 책은 예술 참여가 그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건강 중재 요법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이 진행한 다수의 연구를 포함한 수십 년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음악, 시각 예술, 춤, 공연이 스트레스와 우울을 줄이고, 기억력을 강화하며, 뇌 건강을 돕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접 창작하든 그저 지켜보든 결과는 같다. 이와 함께 단순한 즐거움뿐 아니라 웰빙을 위해 예술을 일상에 들여놓는 실용적인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_《오프라 데일리》
이 책은 의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신체에만 한정하지 않고, 사람과 지역사회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창의성과 자아 정체성, 삶의 목적이 그 어떤 약물만큼이나 생물학적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따뜻하고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_《가디언》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건강과 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결책의 일부로 예술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그녀의 접근 방식은 고도로 융합적이며, 경계를 허물고 인구 집단 수준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총체적인 해법을 제공한다.
_《사이언스》
이 책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클래식 라디오 방송국의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던 그녀는 이후 한 병원의 공연 예술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창작 활동이 환자들의 회복을 어떻게 돕는지 직접 목격했다. 현재 그녀의 연구는 예술이 신체의 주요 기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_《네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