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사람과 조직을 함께 성장시키는 평가를 제시한다
오늘날 기업의 평가는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돕기보다 사람을 점수와 등급으로 나누고 보상을 배분하는 절차로 기울어져 있다. 기업들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만들기 위해 목표관리제MBO, 균형성과표BSC, 목표와 핵심결과지표OKR 같은 새로운 성과관리 방식을 도입해왔다. 평가 항목과 기준을 세분화하고 평가자 교육과 다면평가를 강화했으며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중 어느 방식이 더 바람직한지를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그런데도 평가에 대한 구성원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한동안 변화가 나타나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가는 다시 숫자 중심의 서열화와 통제로 돌아가곤 한다. 점수는 정교해졌지만 그 점수가 나온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평가 면담은 앞으로의 성장과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보다 이미 결정된 결과를 통보하는 절차가 되었다. 구성원은 자신의 노력과 기여가 충분히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평가자는 정해진 지표와 등급 뒤로 판단의 책임을 넘기게 된다.
이 책은 평가제도를 계속 바꾸어도 평가받는 사람들의 경험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인간관의 문제에서 찾고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의 원칙을 제시한다. 사람을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한 평가제도를 아무리 정교하게 개선해도 평가는 측정과 비교, 선별과 통제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평가의 항목과 절차를 바꾸기에 앞서 무엇을 위해 평가하고 사람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 질문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사람의 성과와 역량을 이전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효율과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관점이 유지된다면 사람은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생산성 지표로 더욱 빠르게 환원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평가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앞서 인간을 어떤 존재로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을 자원이 아닌 고유한 인격적 존재로 바라본다
이 책은 사람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도구적 통제 관점’에서 벗어나 고유한 인격과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이해하는 ‘존재적 인정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을 한 시점의 결과로 판정받는 대상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성장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주체로 바라볼 때 평가의 목적과 과정, 결과의 활용도 달라진다. 평가는 서열화와 배제를 위한 판정 절차에서 사람의 기여를 이해하고 대화와 학습을 이끄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존재적 인정 관점에서도 성과는 중요하다. 기업이 존속하고 성장하려면 성과를 책임 있게 다루어야 한다. 다만 한 시점의 성과가 한 사람의 존재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현재의 결과는 중요한 판단 근거이지만 그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일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으며 누구와 협력했고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갈 것인지까지 모두 보여주지는 못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일하고 성장한다. 조직의 성과 역시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료의 지원과 협력, 부서 간 연결, 조직이 제공한 자원과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개인의 결과만 떼어내 평가하면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운 노력과 조직 전체에 대한 기여는 보이지 않게 된다. 현재의 성과만 보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냈는지도 놓치게 된다.
존재적 인정 관점에서 평가는 구성원이 어떤 조건에서 일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고 누구와 협력했고 조직에 무엇을 기여했는지를 함께 살피는 과정이다. 평가 결과도 보상과 승진을 결정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구성원의 강점에 맞게 역할을 다시 설계하고 역량을 개발하며 앞으로의 성장 방향을 찾는 데 활용된다.
그러기 위해 평가 시스템을 사람Person, 관점Perspective, 원리Principle, 제도Practice, 성과Performance라는 다섯 요소로 설명하는 5P 모델을 제시한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평가의 원리를 만들고 그 원리가 정책과 제도로 구체화되고 제도는 구성원의 행동과 관계에 영향을 주어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평가제도는 구성원이 자신과 조직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가는 양식 하나를 바꾸거나 새로운 지표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평가 시스템 전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사람과 관점, 원리와 제도, 성과가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평가제도는 채용과 배치, 교육, 보상, 승진을 비롯한 사람관리 시스템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협업과 성장을 강조하면서 실제 평가와 보상에서는 단기 개인 실적만을 중시한다면 구성원은 조직이 내세우는 평가 철학을 신뢰하기 어렵다.
숫자와 등급을 넘어 과정과 성장까지 함께 본다
이 책은 숫자와 등급 중심의 계량적 평가를 넘어 ‘서사적 평가’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서사적 평가는 한 사람의 일, 기여,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그 의미를 함께 해석하는 과정이다.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와 함께 왜 그 일을 했고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수행했으며 누구와 협력했고 어떤 강점을 발휘했는지를 살핀다. 그 경험이 조직에 어떤 기여를 남겼고 앞으로의 역할과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함께 해석한다.
수치와 데이터는 여전히 중요한 판단 근거다. 다만 숫자가 인간과 상황의 모든 면을 담아낼 수는 없다. 서사적 평가는 숫자 뒤에 가려진 맥락과 의미를 드러내 평가 판단의 근거를 풍부하게 만든다. 구성원도 자신의 경험과 기여, 성장의 과정을 직접 설명하고 성찰하면서 평가 과정의 주체가 된다.
책은 서사적 평가의 세 가지 차원으로 주체성, 상호성, 탁월성을 제시한다. 주체성 차원에서 구성원은 평가받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역할과 기여를 설명하며 앞으로의 성장 방향을 만들어가는 참여자가 된다. 상호성 차원에서는 성과가 동료의 지원과 협력, 정보의 공유와 책임의 분담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평가에 반영한다. 탁월성 차원에서는 모든 사람을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기보다 각자의 고유한 강점이 맡은 역할 안에서 어떻게 발휘되었는지를 살핀다.
평가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평가자는 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결과를 통보하는 데 머물지 않고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기여를 연결해야 한다. 평가 과정은 연말에 한 번 등급을 결정하는 행사가 아니라 목표 설정과 업무 수행, 지속적인 피드백과 성찰이 이어지는 흐름이 된다.
공정성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존 평가가 객관적으로 보이면서도 불신을 낳은 것은 점수는 명확했지만 왜 그런 판단이 내려졌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과 해석의 논리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판단의 맥락을 설명하며 질문과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할 때 구성원은 평가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평가는 성과 목표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기적인 수치만을 중심으로 한 평가는 구성원의 위험 회피와 형식적 순응을 강화하고 조직이 학습하고 개선할 기회를 줄일 수 있다. 성과가 만들어진 과정과 협력, 학습과 성장까지 살피는 평가는 성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의 판단 능력을 지키는 데 목적이 있다.
평가를 바꾸는 일에는 경영자의 책임이 따른다. 평상시에는 협업과 성장을 강조하다가 성과가 부진하거나 시장의 압박이 커졌을 때 단기성과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새로운 평가 원칙은 조직에 자리 잡기 어렵다. 경영자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어떤 조건이 작용했고 어떤 판단과 협력의 과정이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질문과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기존의 성과주의 평가제도의 특징을 드러낸다. 역사적으로 현대 기업에서 실행됐던 평가제도가 어떤 성격의 제도였는지 주요 특징과 문제점을 중심으로 그 현상을 파악한다.
2장에서는 이러한 평가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이 어디에서 비롯 되었는지를 철학적 차원에서 규명한다. 특히 도구적 합리성과 기 술적 사고라는 근대적 패러다임이 평가제도의 뿌리였음을 밝히고 그것이 인간을 도구화하며 인간 존재의 깊이를 은폐한 과정을 비 판적으로 성찰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규범적 합리성, 사 유의 틀 전환, 관계적 존재론, 공론장의 회복 등 대안적인 철학을 탐색함으로써 이후 논의의 기반을 마련한다.
3장에서는 이 단서들을 종합하여 대안적 평가의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그것은 사람, 관점, 원리, 제도, 그리고 성과로 구성된다. 이 장에서는 이론적 틀을 구성하는 요소별로 설명하면서 평가제도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제안할 것이다. 특별히 평가의 두 관점으로 도구적 통제 관점과 존재적 인정 관점을 제시하고 전자의 관점에서 후자의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4장에서는 앞 장에서 제안한 존재적 인정 관점을 목표 설정, 평가 과정, 결과 활용 등 평가제도의 핵심 단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러한 대안적 평가 시 스템을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5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요약하고 주요 시사점을 도출한다. 특히 새로운 평가의 지평을 열어가는 조직 변화 과정을 제시하고 대안적 평가 시스템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질문과 이에 대한 저자들의 견해를 정리한다. 또한 새로운 평가 패 러다임의 실현 조건과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함께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