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바다와 책, 그 연관적 이미지의 구현!
시인에게는 바다의 시가 많다. 여기 「바다 삼국지」는 그것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 그는 대체로 바다를 말함에서 희망을 부여한다. “김씨의 어창에도 사계절이 뚜렷하고 그물코도 제각각”에서처럼 어부의 삶이 희망적이며 구체화 되었다. 그는 잡아 온 물고기들을 “재물처럼” 여긴다. 고기는 “미식가를 몰고 다니며 줄을 세우기” 때문이다. 별미 감각의 제철 고기로 바다가 갈린다. 그 예로 “대구철에 갈치가 나지 않는 법이고 갈치철에 대구가 나지 않는 법”이다. 때문에 “한꺼번에 다 잡아서”는 안될 일이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대구는 “청룡은월도 같은 위풍”을 부린다. “노송처럼 당당”하기도 하다. “포로로 잡혀 와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풍채”이기에 ‘대구’란 이름을 얻었다. 그러기에, “상자떼기로 넘기지 못하고”, 한 마리, 한 마리 마다 “값을 매길 정도”라고 전한다. 그 “한 마리가 시골 땅 한 평 값”으로 호가好價된다니, 값어치가 장난이 아니다. 이는 특별히 기획하여 쓴 작품으로 보인다. 이 「바다 삼국지」는 바다를 천하와 같이 통괄하려는 어부들의 청사진이다. 결국 그들의 어획고에 따른 만만한 쟁투력을 보여준다.
시인은 거제도 관포항의 밥상에 파도와 바람의 요리를 차려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바다를 펼쳐 놓고 매일 읽어가는 걸 더 즐기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바다가 보여주는 책과 관련한 이미지들을 주로 살폈다. 그게 선명히 탑재됨도 재확인했다. 세상의 책은 바다와도 같다. 그 지식 보고의 체재 안에 많은 바다가 있다. 오늘, 바라보이는 바다는 그를 읽어 줄 사람을 기다린다. 하루라도 바다를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듯 눈에 이끼가 낄지도 모른다.
지금은 해양의 시대이자 우주의 시대이다. 바다를 알지 못하고서는 세상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우주로 다가가는 일도 결국 바다를 기점으로 해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바다를 책으로 전환하고, 반대로 책을 바다로 환원해 읽으려 하는 시인의 궁구력이야 말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다.
독자를 깊은 사유의 바다로 안내하는 시인!
시인은 은퇴 후 6년 넘게 거제 관포항에 머물면서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짓고, 읽고 쓰고 바다와 친구가 되어 어느덧 바다와 소통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바다를 읽으러 바닷가에 나갔다가 오히려 바다에 다 읽히고 돌아온다”는 표현이 그러하다. 하지만 시인은 바다를 읽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과 바다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 데서 오는 안타까움과 바다 생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고향집에서 연로하신 어머니를 돌보면서도 어머니를 향한 시적 사유를 멈추지 않는다. “다시 마당에 내려가서 작대기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그 욕심이 소박하다. 하지만 그만큼이라도 회복되면 좋겠다는 바램인지라 독자로서 가슴이 아프다.
평소 시인의 버릇처럼 관찰하고 읽고 사색의 결과물인 시집을 통하여 독자들을 깊은 사유의 바다로 안내하고 시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감을 느낀다.
-추연미_「 독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