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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당신만의 연례행사가 생기기를

1부 봄, 봄비에 깨어나는 계절

입춘 꼬박꼬박 봄이 오듯이, 희망할 것
- 입춘엔 깨끗한 희망이 제철
우수 언제나 봄이었다, 우리가 만난 것은
- 우수엔 이른 봄나물이 제철
경칩 일어났어? 자연이 묻는 말에 답할 시간
- 경칩엔 봄맞이 기지개가 제철
춘분 덤불 속에, 가지 끝에 숨겨둔 봄의 쪽지
- 춘분엔 ‘봄을찾기’ 산책이 제철
청명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
- 청명엔 꽃달임이 제철
곡우 봄 산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 곡우엔 봄 산과 돌미나리전이 제철

2부 여름, 햇볕에 자라나는 계절

입하 5월에 내리는 이토록 하얀 눈
- 입하엔 ‘입하얀꽃’이 제철
소만 먼저 건네면 무조건 좋은 것
- 소만엔 싱거운 안부가 제철
망종 장마가 오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
- 망종엔 무얼 하든 바깥이 제철
하지 해가 지지 않고 우리는 지치지 않고
- 하지엔 햇감자에 맥주가 제철
소서 비가 오면 달려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 소서엔 ‘비멍’이 제철
대서 무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방법
- 대서엔 휴식의 자세가 제철

3부 가을, 이슬에 여물어가는 계절

입추 어느 날, 새끼 제비를 도왔더니 생긴 일
- 입추엔 구름 감상과 제비 관찰이 제철
처서 눅눅해진 마음을 햇볕에 잘 말리고서
- 처서엔 포쇄가 제철
백로 도토리 6형제를 찾아 숲으로
- 백로엔 도토리 공부가 제철
추분 이런 날엔 우리 어디로든 가자
- 추분엔 계수나무 향기가 제철
한로 계절이라는 가장 가까운 행복
- 한로엔 오래된 산책이 제철
상강 기차를 타고 가을의 마지막 역에 도착하는 일
- 상강엔 마지막 단풍놀이가 제철

4부 겨울, 눈을 덮고 잠드는 계절

입동 긴 겨울을 함께 건널 준비를 하자
- 입동엔 까치밥 닮은 선물이 제철
소설 겨울 속에 어떤 즐거움을 심어둘까?
- 소설엔 별게 다 좋은 마음이 제철
대설 눈은 보리의 이불, 우리의 오랜 기쁨
- 대설엔 눈사람 순례가 제철
동지 긴긴밤, 돌아보면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고
- 동지엔 ‘김칫국 토크’가 제철
소한 겨울이 문을 열어 보여주는 풍경들
- 소한엔 탐조와 겨울눈 관찰이 제철
대한 내가 나여서 살 수 있는 삶이 있다면
- 대한엔 겨울 아지트가 제철

인용한 책들
저자 소개
저자 : 김신지
내가 쓴 시간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걷고 쓰고 마시는 사람. 작은 더위의 계절 소서에 태어나 초여름을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등이 있다. 계절에 발맞춰 걸으며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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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철 행복 챙길 준비, 되셨나요?”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
24절기에 따라 1년을 살아본 이야기

“좋아하는 것들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김신지의 다정한 안부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행복이 있다. 청명 즈음 꽃비 맞으며 하는 산책, 여름밤의 낭만이 가득한 망종 무렵의 축제, 하지 감자로 만드는 회심의 요리, 밤이 긴 날 우리만의 아지트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그러고 보면 스물네 번 찾아오는 절기 중 허투루 보낼 만한 시기란 없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사랑을 받아온 김신지 작가의 신작 에세이 《제철 행복》은 지금 계절이 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의 마음으로 촘촘히 살아본 스물네 계절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토록 제철에 진심인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에 쫓기며 살기보다 딱 계절만큼의 보폭과 속도로 살고 싶으니까. 더 자주 웃고,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이왕이면 네 번이 아니라 스물네 번. ‘제철’의 사전적 의미인 ‘가장 알맞은 시절’에 안부를 묻듯 이 책을 독자들에게 건넨다. 제철 행복 챙길 준비, 되셨나요?

“내가 내 마음을 알아줄 때,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연례행사가 많아지기를

열아홉에 시작한 서울살이에 부대낄 때마다 오랜 친구 같은 자연에 자주 마음을 기대었던 김신지 작가는, 누구보다 제철에 진심인 사람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레 구체적인 연례행사 같은 것들이 생겼다. 이를테면, 곡식을 기르는 봄비가 온다는 절기 곡우 무렵에는 벚꽃 배웅을 나선다. 지난겨울 미리 예약해둔 산장에서 봄의 며칠을 즐긴 뒤, 돌아오는 길엔 북한강을 바라보는 가게에 들러 제철 돌미나리전에 막걸리를 마신다. 늘 하는 산책도 시기마다 엄연히 주제와 목적이 다르다. 입하의 산책길에는 이팝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등 해마다 외워도 헷갈리는 흰 꽃들의 이름을 익히고, 백로의 산책길에는 비슷한 듯 다른 도토리 6형제를 구분하느라 바쁘다. 소서에는 ‘비멍’하기 좋은 명당인 고궁을 찾고, 추분에는 달고나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 ‘킁킁존’ 걷기를 좋아한다. 점차 나만의 계절 리추얼이 생겨나고 ‘제철 숙제’들이 늘어가는 건, 그만큼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산다는 것. 이런 ‘제철 감각’은 우리를 좋은 장소로 데려다 주고, 이맘때 어디에 있으면 더 자주 웃는지,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 알게 한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들을 알아줄 때 그 목록만으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146쪽) 각자의 제철 행복을 찾아보라는 말은 결국, 방치하기 쉬운 내 마음을 철마다 챙기며 살자는 다정한 응원이기도 하다.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 24절기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인 ‘24절기’.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한 바퀴를 스물네 개로 나눈 전통적인 역법인 절기는, “사계절이라는 너른 보폭을 스물네 계절로 쪼개어둔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까지 계절의 기초가 되는 네 개의 ‘기절기’에 계절이 시작되는 입춘ㆍ입하ㆍ입추ㆍ입동 네 개의 ‘입절기’까지 여덟 절기 사이사이에 그 무렵의 기상 현상이나 자연 변화를 담은 이름의 절기가 두 개씩 더해져 24절기를 이룬다. 다정하게도 해마다 돌아와 삶을 새로고침 해주는 절기를 작가는 “해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곧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8쪽)
해의 걸음을 따라 입춘에서 우수로, 경칩에서 춘분으로 건너가며 작가는 더 자주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전 이 계절을 지난 옛사람들의 풍습이나 옛말에 마음을 포개어도 본다. ‘입춘대길’과 같은 입춘첩을 쓰거나 ‘청명주’를 마시며, 시공간을 넘어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면 웃음이 샌다. 책에 담긴 문장과 사유는 해의 약속을 닮아 촘촘하게도 아름답다. 각각의 계절에 담긴 이야기와 마음들을 한 계절 한 계절 읽어가다 보면 마치 처서의 제철 숙제 ‘포쇄(曝?)’처럼 눅눅했던 마음이 절로 보송해지는 듯하다. 철을 따라, 김신지를 따라 1년을 살아보는 이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철 모르는 철부지(철不知) 마음에서, 지금 가장 알맞은 제철의 마음이 된다.

책 속에서

절기에 따라 산다는 건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이십사계절’로 촘촘히 겪는 일. 그건 곧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 지금 이 계절에 무얼 하고 싶은지, 미루지 말고 챙겨야 할 기쁨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늘 살피면서 지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해마다 설레며 기다리게 되는 당신만의 연례행사가 생기기를.
-8~9쪽, ’들어가며’에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앞두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사실이 못내 좋다. 요행을 바라기보다 삶에 성의를 다하며 좋은 기분을 챙기고, 겨우내 언 마음을 스스로 녹이려 했던 사람들.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쁜 일이 찾아오기를…… 그 바람을 행동으로 옮기며 오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는 마음, 우리는 오랜 세월 미신이 아니라 그 마음을 물려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입춘의 숙제는 하나.
꼬박꼬박 때를 맞춰 찾아오는 봄처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새해 숙제로 제출할 것.
-31쪽, ’입춘: 꼬박꼬박 봄이 오듯이, 희망할 것’에서

능수버들에 다녀가는 봄은 어쩌면 그리도 환한지. 잘 빗질해서 헝클어지는 법 없는 머리칼 같기도 하고, 시폰 드레스 자락 같기도 한 기다란 줄기도 근사하지만 딱 이맘때 볼 수 있는 연둣빛이 제일 귀하다. 마음을 연해지게 만드는 연둣빛이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색을 아쉬워하며, 눈에 충분히 담아가려고 강둑에 앉아 있을 때가 좋다. 오늘도 N차 봄을찾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매화 향처럼 은은하게 번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걷는데 문득 마음속에 이 한마디가 가득 찼다.
‘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
한 해를 잘 보낸다는 건, 계절을 더 잘게 나누어둔 절기가 ‘지금’ 보여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산다는 것. 네 번이 아니라 스물네 번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내는 일이겠지. 이래서 지금이 좋아, 할 때의 지금이 계속 갱신되는 일. 제철 풍경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고 틈틈이 행복해지는 일.
-69-~70쪽, ’춘분: 덤불 속에, 가지 끝에 숨겨둔 봄의 쪽지’에서

벚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덩달아 부풀어 오른다. 그건 해가 갈수록 귀해지는 감정이어서 또 봄을 기다리게 되고. 올해도 내 마음이 잘 부풀어 오르나 지켜본다. 오븐 너머로 부풀어 오르는 빵을 지켜보듯이. 잘 구워지고 있나, 내 마음. 봄볕에 여전히 부풀어 오르고 있나. 그게 마치 마음이 살아 있다는 확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80쪽, ’청명: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에서

이맘때 숲이나 강을 걷다 보면 이 모든 것을 누리는 데 시간만 있으면 될 뿐 아무 돈도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공기는 폭신하고 햇살은 따스하며 풍경에선 윤기가 난다. 누구도 가질 수 없기에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창밖으로 이 계절에 이토록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데 어째서 그걸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사는 걸까.
-107~108쪽, ’입하: 5월에 내리는 이토록 하얀 눈’에서

제주에서는 대한 닷새 뒤부터 입춘 사흘 전까지 약 일주일을 ‘신구간’이라 하여 인간이 사는 지상에 신들이 없는 기간이라 여겼다. 한 해의 임무를 마친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그간의 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지상에 내려오기 전, 새로움(新)과 오래된(舊) 것 사이(間)의 시간. 신들이 부재하는 동안 일어난 일은 모두 용납해준다고 믿었기에 이사나 집수리 등의 일을 이 기간에 했다. 망가진 문이나 창문을 수리하고 낡은 울타리와 돌담을 고치며 다가올 시간을 준비한 것이다. 반면 신구간이 아닌 때에 이런 일을 했다가는 자칫 ‘동티(공연히 일을 건드려 신의 노여움을 사는 것)’가 나서 화를 입는다고 여겼다.
신이 부재하는 일주일 동안 사람들이 했던 일을 살펴보면 마음이 순해진다. (…)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자리를 교체하는 시기이니 지난해와 이듬해를 이어주는 ‘사이’의 시간에 제대로 매듭을 지으라는 말로도 읽힌다. 마음도 쓰는 만큼 닳는다 했다. 한 해 동안 쓰느라 귀퉁이가 부서지거나 틈이 벌어진 마음의 이곳저곳을 울타리처럼 수리하면서 남은 겨울을 보내고 싶어진다.
-329~330쪽, ’대한: 내가 나여서 살 수 있는 삶이 있다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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