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무엇보다 역사의 무너진 꿈들, 유토피아가 음산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에 대한 성찰이다. 작품의 배경에 자리한 인물인 스탈린은 권력을 절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집단학살의 주범이자 가학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사람들에게 가장 비열한 복수를 가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민주주의나 비판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비판의 대상은 소련에만 머물지 않는다. 파두라는 그 비판을 쿠바로까지 확장한다. 그는 이반을 짓눌린 인물로 그린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젊은 이반은 자신의 글이 공산주의의 규범에 부합하는 동안에는 박수를 받지만, 글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순간 침묵을 강요당하고 처벌받는다. 작가라면 누구나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그 비판 정신이다.
아바나에서 태어난 파두라는 평생 쿠바에서 살아왔다. 그런 그가 『개를 사랑한 남자』 같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의아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책이 출간된 2009년에는 그 이전 수십 년에 비해 쿠바의 검열이 다소 완화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파두라의 의도는 소련과 쿠바가 어떤 독재체제로 변질되었는지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역사의 무게와 패배의 운명을 짊어진, 피와 살을 지닌 인간들을 우리에게 가까이 데려온다. 이들은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트로츠키는 자신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피해자이자 박해받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는 스탈린이 자신을 살아 있게 내버려 두는 이유가 오직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스크바의 정적들이 자신과 손을 잡았다고 비난하고 그들을 몰살하기 위한 구실로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생명이 더 이상 스탈린에게 쓸모가 없어졌으며, 스탈린이 언제든 자신을 죽이려 할 것임을 깨닫는다. 소설은 여러 차례 독자에게 트로츠키 역시 10월 혁명 당시 무자비한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메르카데르의 경우, 독자는 그가 소련의 요원으로 훈련받아 살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점점 더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가 최종 목표에 다가갈수록 적지 않은 의문과 망설임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독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어떤 인물이 될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는 살인자가 될 사람이다. 그러나 메르카데르 역시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에 희생된 인물이다. 어머니나 연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며, 젊은 시절에는 역사의 순수한 이상을 믿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개를 사랑한 남자: 트로츠키』의 놀라운 점은 독자가 세 주인공 모두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데 있다. 결말에 가까워지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해 이반을 대신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 역할을 맡는다. 그는 이반이 죄 없는 희생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와 메르카데르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반을 사로잡은 이야기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개자식이 다른 개자식을 죽인 이야기.” 그럼에도 ‘파두라’라는 작가의 위대함은 독자가 그들 모두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는 데 있다.
제목에 나오는 ‘개를 사랑한 남자’는 처음에는 이반이 해변에서 ‘하이메 로페스’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을 가리킨다. 이반은 그에게서 친구 라몬 메르카데르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차츰 이해하게 된다. 하이메 로페스는 아름다운 러시아산 보르조이 그레이하운드 두 마리를 데리고 쿠바의 해변을 산책한다. 트로츠키 역시 보르조이를 길렀던,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수의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반 역시 세 번째로 개를 사랑하는 남자다.
이 소설에서 개들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사랑의 능력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삶의 온갖 일탈과 잘못된 운명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파두라는 메르카데르가 자신이 살아가는 삶과 운명이 공산당이 자신에게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의 삶과 운명을 점점 더 닮아간다고 느끼게 되는 과정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메르카데르는 자신이 역사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추천사
“『개를 사랑한 남자: 트로츠키』에서 파두라는 혁명적 유토피아가 어떻게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로 전락하는지를 철저히 파헤치려 한다. 동시에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정치 범죄 스릴러를 써냈다. 이 두툼한 책을 펼치기도 전에 결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무엇보다 철저한 조사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 러시아혁명과 파시즘의 부상, 스탈린의 공개재판에서부터 카스트로 이후 쿠바를 강철처럼 옥죄는 억압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를 빼곡히 담고 있다. 파두라의 등장인물들을 촘촘히 엮는 관계망이 이 복잡한 서사를 이끌어간다.”
- 앤 루이즈 바르다크 (워싱턴 포스트)
“파두라는 쿠바의 대표적인 작가 가운데 한 명이며, 이 방대한 소설은 그의 대표작임에 틀림없다. 20세기 역사를 다층적으로 파헤치는 걸작이다. 파두라는 스탈린 치하의 모스크바에서 프리다 칼로가 살던 멕시코로, 그리고 격동 속에 있던 스페인과 프랑스로 이동하며 잃어버린 환상에 관한 장대한 서사시를 구축한다. 장엄하다.”
- 케이트 손더스 (더 타임스(런던))
“쿠바 작가 파두라가 앨런 퍼스트나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에 견줄 만한 복잡하고 점점 더 깊어지는 정치와 음모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길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철학적 무게를 지니면서도 빠르게 전개된다. 지적으로 탁월한 미스터리다.”
- 커커스 리뷰
“파두라의 소설은 1917년 혁명 이후 국제 공산주의의 역사를 통째로 아우른다. 이야기는 1930년대 스페인의 초토화된 대지에서 194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 격전지로, 1968년 프라하의 봄 당시 모스크바로, 그리고 1970년대부터 거의 현재에 이르는 아바나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독자는 이반이 맞이하는 역설적인 최후를 알게 된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세 사람의 삶 전체를 직접 살아낸 듯한 벅찬 감흥이 남는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개를 사랑한 남자: 트로츠키』는 인간의 조건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관해, 단순한 역사적 서사를 넘어서는 풍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훌륭한 소설이다.”
- 리카르도 세나브레 (엘 문도)
“강렬한 힘을 지닌 소설이자 파두라 최고의 작품이다. 인간적인 깊이가 대단하며, 서사의 역동성 또한 강렬하다.”
- J. A. 마솔리베르 로데나스 (라 반과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