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내부 자료를 AI에 넣어도 됩니까?”
“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집니까?”
뉴스를 보면 AI가 곧 세상을 뒤엎을 것만 같다. 세기의 난제를 풀었다고도 하고, 박사급 이상의 능력을 갖췄다고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 회사는 AI를 도입해도 어쩐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 없다.
《무엇이 결과를 바꾸는가》는 바로 이 이상한 간극에서 시작한다. AI가 똑똑해지는 것과 회사가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의 저자인 육민호 컨설턴트와 이유진 매니저는 실제 기업의 AI 도입 현장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리더부터 실무자까지 다양하게 만나고 대화했다. 전기전자, 철강, 금융 등 여러 산업 조직에서 발견한 한 가지 공통점은 “기업이 AI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문제가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일의 구조’에 있다. AI를 회사에 도입하는 순간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난다. 내부 자료를 AI에 넣어도 되는가? AI가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자동화로 일이 줄어들면 실무자는 무엇을 하게 되는가? 어느 직원이 발견한 훌륭한 AI 활용법을 어떻게 조직 전체의 능력으로 확장시킬 것인가? 이런 질문 앞에서 AI 도입은 우리가 그동안 해오던 일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필요 없는 일은 없애고, 반복되는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이 AI와 함께할 일과 끝까지 판단하고 책임져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평가와 권한, 인력과 예산 역시 새로운 일의 방식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AI를 기존 조직 위에 얹는 것만으로는 조직이 달라지지 않는다. AI를 계기로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구한말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에 떨어진 얼리어답터 신입사원이 되어서도, 반대로 AI 만능론을 외치는 무능력한 팀장이 되어서도 안 된다.
과거에는 좋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격차가 있었지만, 생성형 AI는 그 장벽을 크게 낮췄다. 거대 기업의 직원도, 작은 회사의 직원도 같은 AI를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고 결과까지 평준화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일을 다시 설계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메일을 빨리 쓰는 데 그친다. 어떤 조직은 개인의 활용법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들지만, 어떤 조직은 뛰어난 직원 몇 명의 노하우로 남겨둔다.
그래서 AI가 보편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능력의 격차는 벌어진다.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일에 적용하는지가 핵심이다. 이 책이 말하는 것도 결국 여기에 있다. 프롬프트 몇 줄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고, 조직하고, 재구성하는 능력. 이제 물어야 할 것은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가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지금, 우리는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 이를 고민해야 할 때다.
책 속에서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도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하루는 생각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회의는 그대로다. 결재도 받아야 한다. 다른 부서의 답을 기다리는 시간도 줄지 않는다. AI가 초안을 빨리 만들어줘도 내가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 생긴다. 어떤 일에는 매일 AI를 쓰지만, 어떤 일에는 어디에 써야 할지 여전히 애매하다. AI를 쓰는 순간은 분명 빨라졌다. 그런데 내 일 전체가 빨라졌다고 말하려니 조금 망설여진다.
― 017쪽
내가 AI를 쓴다는 사실과 내 일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같은 것이 아니다. 내가 하던 일 가운데 어디에 AI를 넣을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그 방법을 반복해서 쓰기 시작하고, 예전에는 내가 직접 하던 단계 일부를 AI와 나눠 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일의 모양이 달라진다. 도입은 한순간에 일어난다. 일의 변화는 그 뒤에 일어난다.
― 020쪽 <처음에는 모두가 시간부터 측정한다> 중에서
AI를 사용하기 전에는 이런 기준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직접 하면 됐기 때문이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내가 당연하게 알고 있던 암묵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설명하려고 할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이 일을 생각보다 많은 판단을 하면서 하고 있었다는 것을.
― 039쪽 <“우리 업무는 좀 특수해서요”> 중에서
“회사 자료”라는 말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 있다. 그 모든 것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직원이 할 수 있는 판단은 넣는다/넣지 않는다 둘 중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는 그 사이의 판단이 필요하다.
― 067쪽 <“회사 자료는 넣지 마세요”> 중에서
그런데 AI가 들어오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동안 반나절이 걸리던 초안 작성이 10분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결재 시스템은 그 사실을 모른다. 검토 요청을 받은 사람도 기존 방식대로 일한다. 결재 순서도 그대로다. 작성자는 문서를 빨리 만들었지만 다음 단계는 예전 속도로 움직인다.
― 082쪽 <10분 뒤에 시작되는 일> 중에서
직원은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준비하고, 각 선택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정권자가 해야 한다.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선택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다.
― 103쪽 <직원은 임원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중에서
한쪽에서는 모두가 확인하느라 일이 늘어나고, 다른 쪽에서는 여러 사람이 확인했는데도 오류를 놓쳤다. 두 상황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AI가 만든 결과는 사람이 확인하면 되지 않습니까?” 사람이 확인한다는 말만으로는 누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책임의 문제는 그 빈자리에서 시작된다.
― 108쪽
회사는 직원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를 바라지만, 직원은 그 방법을 공개하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자동화로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면 직원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결과를 예상한다.
― 128쪽 <공개하지 않은 자동화> 중에서
큰 업무를 한 줄로 적으면 회의에서는 그 업무를 AI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묻게 된다. 그러면 누군가 “그건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 업무 안에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업무 전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부분을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부분까지 살펴보지 않으면 AI가 도울 수 있는 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 145쪽 <“영업 업무를 AI로 바꿉시다”라는 말> 중에서
보고서 자동화를 논의할 때는 작성 도구를 살펴보기 전에 문서를 받는 사람에게 그 보고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난주에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주에도 받아야 하는 문서인지, 특정한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문서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만 보면 되는 문서인지 구분해야 한다.
― 162쪽 <가장 빠른 보고서는 만들지 않은 보고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