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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진 모든 구분에 대한 참혹한 조롱의 울부짖음
- 김혜순(시인)
인간의 고통에 공명하면서 연대하게 하는 힘
- 이제니(시인)

한국어판 서문
‘찾은 시’를 통해 들여다본 우리 종족의 잔인함

고발
일상의 불운
위안
일상의 불운
어이 거기 예쁘장한 아가씨
일상의 불운
일상의 불운

증언
증언들

고백
일상의 불운
페티시
철쭉
나를 만지지 마라
종 이론
아메리칸 드림
머리카락
의구표
할머니가 복숭아를 회상한다
보통의 불운
부검

사후
일상의 불운
일상의 불운
두려움
뉴스
우리 이렇게 헤어질까
일상의 불운
기록
경주에 지진이 발생했던 날, 2016년 9월 12일
추분과 동지 사이, 오늘
가끔 이 길을 걷고 있을 때면
외국인
쉽게 씌어진 시
식전 기도
겨울 매화에게
변신
꿈의 악마
고래 시간

인터뷰
지구 반대편에서 이어진 두 여성 작가들의 대담
- 한유주로부터, 에밀리 정민 윤으로
저자 소개
저자 : 에밀리 정민 윤
미국 거주 한국계 이민자이자 여성 시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뉴욕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표작으로 2017년 ‘뜨락 정원 소책자 시문학상(Sunken Garden Chapbook Poetry Prize)’을 수상한 「일상의 불운(Ordinary Misfortunes)」이 있다. 전 세계 여성들의 아픔을 헤아린 깊이 있는 작품들로 미국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역사에 희생된 자들의 고백에 생기를 불어다 주고 저항과 회복의 몸짓이 지닌 강렬한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역자 : 한유주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3년 단편 「달로」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소설집 『달로』(2006), 『얼음의 책』(2009),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2011),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2013) 등을 출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 앤 라모트의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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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과거로부터 울려 퍼져
현재를 관통하는 목소리들의 집합
“고통의 단어들로 재배열된 낱낱의 목소리”

일인칭 시점의 산문시들은 언어유희 같은 실험성을 가미하며 형식을 자유롭게 확장해나가는 개성을 보인다. 시집 후반에는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평범한 형식의 서정시를 싣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독특한 시어들이 보여주는 사유가 마냥 예사롭지는 않다. 특히나 ‘증언’ 챕터는 독자로 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절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증언 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 필사본과 다큐멘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이것이 자료 그대로를 시에 옮겨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에밀리 정민 윤은 시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발휘하여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더욱 사실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시인의 치밀한 의도 아래 재배열된 단어들은 계산된 여백이나 꾸밈새 없이 담담한 형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목소리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 결과, 독자들은 나와 타인의 경계를 넘어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을 받아들이게 되고 비로소 타인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을 나의 현재로까지 호출해내기에 이른다.

과거지만 과거만은 아닌, 현재지만 현재만은 아닌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에밀리 정민 윤은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건을 조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역사에서 비롯된 상흔들을 토대로 현대 사회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차별 그리고 편견까지 추적해나간다. 시인의 대표작 「일상의 불운」을 포함한 여러 작품은 매일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현대 여성들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폭력의 잔재는 한국전쟁 이후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입에서도, 바에서 만난 외국인 남성의 시선에서도, 성관계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상대방의 표정에서도 온전히 드러난다. 시인은 이민자 여성으로서의 개인적 경험까지 작품 속에 드러냄으로써 여성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기꺼이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 보이고자 하였다. 여성의 삶을 잠식시켜온 길고 긴 폭력의 굴레가 그 민낯을 드러낼 때 우리는 아직 어딘가 파묻혀 있을 여성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우리 사회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된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들이 역사 속 목소리를 대면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로 겪은 적 없는 고통을 실제처럼 마주하는 일,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일, 자신 안에 부당한 억압을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힘을 만들어나가는 일 등을 해나가길 바랐다. 그것이야말로 여성들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연대라고 생각한 것이다. “모든 시가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질문이라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끝없이 화두를 던지고 질문하고 대화해야 한다. 명백한 폭력의 역사가 흐지부지 달아나지 않도록.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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