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
사실 기후변화는 언제나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찾아왔던 사실을 알고 있다. 90만 년 전부터는 약 10만 년 단위로 간빙기와 빙하기가 교대로 나타났는데 그때 기온 차이가 4~5도 정도였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만에 기온이 약 1도 올랐다. 4~5도가 오르내리는 데 10만 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단 100년 만에 1도가 오른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는 이번 세기 내에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도 이내로 잡았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은 인간의 능력으로 이룩한 것 같지만, 사실 특정한 기후 조건에서 가능했던 우연의 산물이다. 빙하기에는 너무 추워서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곳에 정착할 수가 없었고, 따라서 문명도 탄생할 수 없었다. 간빙기가 되어 약 1만 2,000년 전에 기온이 안정되고, 약 7,000년 전 해수면 변동이 끝나고 나서야 농경 생활이 가능해지고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현대 문명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수면 상승이나 생태계 파괴 같은 대규모 환경 재앙이 일어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북미 대륙을 덮치는 허리케인이나 폭염, 폭우 같은 기상 이변 앞에서 문명은 속수무책이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현재 미세먼지 문제는, 그 배출원이 어디냐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염먼지 때문에 생기는 피해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며, 우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한다. 19세기 스웨덴은 영국에서 날아오는 매연 때문에 ‘검은 장막이 씌워진’ 듯한 하늘을 보고 살아야 했다. 과거 로스엔젤레스에는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배기가스 때문에 ‘로스엔젤레스 스모그’라는 현상이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나라들은 이제 우리보다 훨씬 청정한 대기 질을 보유하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이라고 비난하지만,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되면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뉴스에 자주 보도가 되는 것처럼 우리나라 화력발전이나 오염원 배출 현황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를 배출함으로써 얻는 편익을 누리면서, 동시에 그에 따르는 불편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요즘 인공강우나 거대 공기청정기처럼 미세먼지 농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지만, 그런 사실 그런 것들은 과학적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땜질식 처방일 뿐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자꾸 그런 대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묻는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기준 강화, 규제 강화와 집행,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 힘을 쓰면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추진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비상 대책 등을 언급하며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미세먼지 해결을 둘러싼 시도들은 우리 사회가 수준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 예언한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까지
모든 분야에서 변수가 된 기후변화의 위력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생태 문제로 인식한다. 기후변화가 일어나서 빙하가 녹으면 북극곰이 살 수 없다는 식이다. 물론 생물다양성과 생태 환경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모든 곳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일단 경제적인 차원이다. 탄소 배출은 기후변화를 일으켰고 지구적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변화를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외부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니콜러스 스턴(Nicholas Stern) 교수가 발표한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 이번 세기 중반에 이 외부효과로 발생하는 비용이 세계 GDP의 5~20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반면 지금 당장 대응에 나설 경우 기후 비용을 GDP의 1퍼센트 정도에서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현재 막대한 빚을 미래 세대에 지우는 셈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기후변화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 CIA 출신들이 중심이 된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2007년에 「결과의 시대」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이주와 이민이 대거 증가하면서 인종과 종교, 식량 갈등이 새롭게 조성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예로 21세기 들어 최악의 인종 청소가 자행됐던 ‘다르푸르 사태’를 꼽았다. 다르푸르 지역에서 인도양 계절풍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40% 이상 감소하자, 유목 생활을 하던 아랍계는 사람들은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농지를 침범했다. 피부색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집단 간의 갈등은, 겉으로 봤을 때는 인종전쟁이나 종교전쟁이지만, 실상은 기후변화로 촉발된 기후전쟁에 가깝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 연설에서 시리아 전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언급하며 국가 안보에 기후변화가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환경 파괴나 재난은 지역적인 성격을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 일어나는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2010년 러시아에는 가뭄이 찾아왔고, 러시아 정부는 밀 생산량 부족을 우려해 수출을 제한했다. 그러자 밀 가격이 치솟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을 파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 시스템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지만, 우리도 거대한 흐름에서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학자의 자리에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다
이 책의 저자인 조천호는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이다. 이 책의 ‘나오는 말_ 국가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은 어떠해야 하는가?’에서 그는 과학자이자 공직자로서 겪었던 여러 고뇌와 아쉬움을 드러내며, 우리나라 국립 연구 조직이 가야 할 길을 제안한다. 그 글은 SNS에서 큰 화제가 되며 과학 연구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 책은 대기과학자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사안을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다. 기후변화는 이미 많은 것을 바꿔놓았고, 그에 따르는 피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주로 보고 있다. 온대 지역에 사는 대한민국은 아직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저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과학적으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면서, 그 일에 담긴 의미와 파급 효과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그 일이 벌어지는 데 원인을 제공했으며,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나 사회 시스템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과 문명이 가능했던 조건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유지해갈 수 있을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미래의 기후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