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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천선란
우주와 외계인에 관심이 많아 SF를 좋아합니다.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소설을 쓰고 있어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노랜드』,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나인』, 연작소설 『이끼숲』 등이 있습니다.

그림 : 리툰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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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 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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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노을을 올려다보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우주 비행사 공효는 자아 안정 훈련을 시작한다. 자신의 기억에 따라 구현된 가상의 공간에서 어린 ‘나’를 만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훈련이다. 잠에 빠지듯 도착한 곳은 창밖으로 진눈깨비가 흩날리는데도 지상에서는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다소 개연성 없어 보이는 공간. 그곳을 가득 채우는 붉은 노을이 공효의 기억을 깨운다.

노을이 침범해 붉게 변한 집에 홀로 있는 것을, 어린 공효는 참 싫어했다. 아득히 멀어진 기억이지만 그 감정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본문 9~11면)

훈련 프로그램 속에서 마주한 어린 ‘나’ 역시 공효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세게 묶은 양 갈래 머리”, “통통하게 오른 젖살”, “뭉툭하고 넓은 콧방울”(16면)과 같은 겉모습이 아니더라도, 기분이 상하면 입을 꾹 다물고 마음을 닫아 버리는 태도가 공효에게 지금 앞에 있는 아이는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공효는 이 아이와 함께 자아 안정 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내 목소리를 들은 적 있어?”
울면서 나를 부른 이는 바로 나였음을

공효는 자신을 침범해 오는 아픈 기억들을 지나쳐 목적지인 ‘카라쿠리호’에 닿기만 하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 공효를 달래 가며 걷는 길 위에서 두 사람을 막아선 거대한 거미를 보고 마침내 자신의 상처와 두려움을 모르는 척하면 안 된다는 것을, 때로는 맞서 싸우고 때로는 감싸 안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은 매달리기보다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그런 믿음은 틀렸다.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본문 47~48면)

어린 시절 막막했던 두려움을 형상화한 거미의 존재로 알 수 있듯, 공효가 만들어 낸 세계는 자신과 똑바로 마주서야 하는 곳이다. 어린 ‘나’와 훈련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드넓은 우주에서 홀로 지낼 공효를 가장 외롭게 할 존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라는 걸 뜻한다. 내 안에서 영원히 들려올 어린 목소리에 대답해야 하는 공효. “내가 밉지 않아? 나는 여기서 너를 엄청 괴롭히는데.”(64면)라고 묻는 어린 공효에게 어른이 된 공효는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짙은 노을을 건너
그다음을 살아 내러 내디디는 발걸음

타인의 선의와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 왔던 작가 천선란은 『노을 건너기』에서 ‘나’의 내면에 집중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번쯤은 반드시 내 안의 나를 건너야 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나’ ‘싫은 나’가 존재하지만 싫은 부분을 삭제해 버리면 그건 자신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내 모습은 그 ‘좋았고 싫었던 나’들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음을 작가는 부드럽지만 명확한 시선으로 전한다.

“응. 나는 네가 보는 시선의 처음이고, 네가 느끼는 감정의 중심이고, 네가 선택하는 모든 순간의 기준이야. 내가 없으면 너는 안이 텅 빌 거야.” (본문 62면)

친구의 차가운 한마디, 엄마의 무심한 눈길 같은 작은 일로도 쉽게 생채기가 나는 청소년기에는 상처를 준 타인보다 오히려 내가 싫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런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싫은 나’에게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마음일 테다. 물론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요술봉”(50면)이 현실에서 마법처럼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효와 어린 공효의 짧은 모험을 따라 『노을 건너기』의 책장을 넘길 때, 한 번은 상처 입은 ‘나’를 꼭 끌어안아 줄 기회가 다가올 것이다. 마음속 흉터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애틋한 포옹을 건넬 작품이다.

작가의 말
모두가 각자 품고 있는 그 노을을,
무사히 건너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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