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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다락은 높고 마음은 낮은

1부 마음을 보려고 돋보기를 사는 사람처럼
새벽은 사라지기 위해 태어나는 것 같다 ― 새벽
그곳에 한참을 서 있던 아이 ― 유실물
비밀은 ‘멈춤’에 있다 ― 멈춤
혼탁한 마음 관찰기 ― 마음
‘노닐 소逍’에 ‘바람 풍風’ ― 소풍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에고이스트 ― 고양이
너무 많은 풍선 때문에 울어버린 이야기 ― 풍선
한자리에서 곱게 늙어버리겠다 ― 다락방
아름답고 스산한 ― 적산가옥

2부 마음을 마중하는 사람
당신에게서 내게 건너온 마음들 ― 선물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 ― 편지
그곳은 높은 곳에 있었다 ― 스카이라운지
나는 그의 등을 외웠다 ― 달력
미처 몰랐던 맛 ― 맥콜
그곳에 가고 있는 기분을 사랑하니까 ― 발레
뼈 헤는 밤 ― 몸
누가 작은 망치로 밤을 두드리는가 ― 불면
깨어 있다는 착각 ― 숙면

3부 작은 마음의 책
귀가 싫어하는 말 ― 말하기
귀가 사랑하는 말 ― 듣기
이런 상상은 불온한가? ― 상상
아름다운 시절이 떠내려가는 속도 ― 화양연화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 소설
내리는 눈처럼 무구히 시작하는 태도 ― 메리 루플
하루치 질문 ― 질문

나오며|계절―겨울에서 봄으로
세밑 풍경 ― 12월
새해 풍경 ― 1월
봄을 여는 열쇠를 품은 달 ― 2월
생강나무에 생강꽃, 매화나무에 매화꽃 ― 3월
저자 소개
저자 : 박연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 산문집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쓰는 기분』 『고요한 포옹』 『듣는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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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신의 기적을 당신이 찾기에도 좋을 때지요"
마음을 돌보려는 사람은 일상을 돌보아야 한다

1부 ‘마음을 보려고 돋보기를 사는 사람처럼’에는 ‘새벽’부터 ‘적산가옥’까지 아홉개 명사에 얽힌 추억과 사유를 담았다. 그중 ‘고양이’ 관찰기를 담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에고이스트」는 박연준 산문의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글이다. “상자는 고양이의 외투다. 몸에 맞아 아늑하다면 벗으려 하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서로 다른 명사를 연결하는 명랑한 상상력에 웃음을 짓게 하고, “고양이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지금’이라는 기나긴 생에 화답한다”와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이 짧은 글에 담긴 깊이를 가늠하며 사색에 잠기게 한다. 시인의 반려고양이 ‘당주’와의 생활을 담은 귀여운 에피소드는 그 덤이다. ‘마음’에 대한 글 「혼탁한 마음 관찰기」에는 “조금만 돌보지 않아도 안팎을 할퀴어놓고 여기저기 흠집을” 내는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시인만의 방법이 담겼다. 한때 자신은 “마음을 보려고 돋보기를 사는 사람처럼 어리석었”으나 “마음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솔직하게 쓰다보면 마음과 몸 둘 다를 볼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직시하며 일상을 돌볼 수 있을 때 뻣뻣하게 굳은 몸과 마음도 부드럽게 풀릴 수 있다.

2부 ‘마음을 마중하는 사람’에는 타자에 대한 좀더 내밀한 이야기가 모였다. ‘선물’에 대한 글 「당신에게서 내게 건너온 마음들」과 ‘편지’에 대한 글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은 엄마에게 편지를 받는 아이이고 싶었으나 “엄마의 편지는커녕 그냥 ‘엄마’를 갖는 일도 요원해 보이던” 어린 시절을 무엇으로 보듬으며 성장했는지 그 귀한 깨달음을 풀어놓는다. 타인에게 받아온 조건 없는 호의가 선물처럼 주어졌고, 그들이 보내준 편지에 담긴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음을 보내려는 이의 의지”는 시인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한편, 시인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과 그가 숨을 거두기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시간이 두려워서 하루 종일 벽을 보고 잠만 주무시던 아버지와 그런 그의 등을 “외웠다”라고 고백하는 「나는 그의 등을 외웠다」는 ‘달력’을 통해 아버지와의 일화를 끄집어내는 글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달력을 보며 “자명하고 야멸차다. (…) 하루가 ‘하루’이리라는 약속, (…) 그 속에서 우리는 먹고 자고 일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외롭다”라는 서늘한 발견을 하기도 한다.

3부 ‘작은 마음의 책’에는 책과 언어, 문학에 대한 글을 묶었다. 이 책에 배치된 순서대로, 말하고(「귀가 싫어하는 말」) 듣는(「귀가 사랑하는 말」) 일을 거쳐 상상(「이런 상상은 불온한가?」)과 질문(「하루치 질문」)에 이르는 이 일련의 과정은 지금까지 박연준이 펼쳐온 문학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그 시작을 목도하게 한다. 또한, 대학 시절 시와 인생을 가르쳐주었던 은사 김사인 시인에 대한 글 「아름다운 시절이 떠내려가는 속도」는 “암울했던 20대 시절 내 행운은 그를 만난 것, 그에게 시를 배운 것”이라는 문장에 실린 무게만큼 묵직한 감동을 준다. 은사에게 쓰는 편지 뒤에 꼬박꼬박 ‘made in 김사인’이라고 붙였다던 에피소드는 웃음을 주는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는 그만의 방식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당신에게서 내게 건너온 마음들.
그건 힘들 때 바라보고 싶은 작은 화단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다락방에서 생각하기’라는 제목으로 창비 연재플랫폼 ‘스위치’에 연재되었다. 시초는 ‘다락방’이라는 공간이었다. 높고 깊고 아득해 세상과 떨어진 채 무엇이든 굽어볼 수 있는 아늑한 장소에 있다는 상상을 하며 시인은 이 글들을 써냈다. 하여 시인은 서두를 이렇게 뗀다. “고양이에게 ‘높이’라는 숨숨집이 필요하다면 인간에게는 ‘다락’이라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이제는 사라진 공간 다락에서 시인은 자연스럽게 낡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사색한다. 그 사색은 결국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그 추억 속에 존재했던 ‘당신’들의 환대를 오래 들여다보게 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발견하는 일. 글을 쓰면 직시하게 되고 직시하면 치유된다던 문장은 이렇게 한권의 책이 되었다. 이제 다음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발견할 차례다. 힘들 때 바라보고 싶은 작은 화단이 되어줄 그 귀한 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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