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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21
#사랑에 빠진 젊은이 80
#세 그루의 보리수 88
#신들의 꿈 94
#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 100
#남쪽의 낯선 도시 112
#마사게타이족의 나라에서 120
#밤의 유희들 127
#노르말리아로부터의 보고 137
#성탄절과 두 어린이의 이야기 155
#까마귀 166

작품 해설_헤세 문학의 환상성 177
작가 연보 187
저자 소개
저자 :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했으며,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십 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크눌프』 등을 발표했다. 스위스 몬타뇰라로 이사한 1919년을 전후로 헤세는 개인적인 삶에서 커다란 위기를 겪고, 이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술과 여인, 그림을 사랑한 어느 열정적인 화가의 마지막 여름을 그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과 『데미안』이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헤세는 이 작품들과 더불어 소위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헤세가 그림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이며, 이후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헤세의 평생지기가 되었다. 그는 이어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인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영면했다.

역자 : 정서웅
1943년 평북 철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학술교류처(ADDA) 초청으로 브레멘 대학에서 교환 교수를 지냈고, 2006년부터 숙명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독일어 시간』, 『콜린』, 『크눌프 로스할데』, 『로마체류기』, 『환상소설집』, 『스퀴데리 양』, 『디 에센셜 헤르만 헤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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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신도 알다시피 전쟁입니다.
법칙을 만들고 희생을 치르는 것도
바로 그것을 위해서입니다.
전쟁은 그런 겁니다.”
_「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 중에서

『데미안』을 쓴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환상소설
꿈과 사랑, 자유와 내적 성장을 향한 마술적 여정
장종완 작가의 환상적인 일러스트 화보 수록!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마술적 환상

『데미안』 등의 작품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듯, 억압적이고 구속적인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신학교를 뛰쳐나왔던 헤세는 1895년부터 튀빙겐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때 노발리스, 티크, E. T. A. 호프만 등의 독일 낭만주의 문학 작품들을 탐독한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림 형제의 동화와 『천일야화』에 빠졌던 헤세에게,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낭만주의 작품들은 그를 ‘마술적 환상’으로 안내하는 입구가 되었다. 특히 이후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발표했다가 매국노, 변절자로 매도당하고, 막내아들이 중병에 걸리고 아버지는 세상을 뜨고 아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헤세는 자신의 환상 속에서 위안을 얻었고 나아가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었다. 따라서 헤세의 환상 동화, 환상 소설에 작가 자신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동화를 집필함으로써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했다. 헤세가 자서전에 썼던 바 “나 자신의 삶이 동화처럼 보인다.”라는 말은, 그가 동화를 씀으로써 노이로제를 극복하고 세상과 화합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환상동화집』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이들 열한 개의 작품들에는 전쟁의 광포함이 불어 닥치던 시대 군국주의와 획일적인 사고관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소망이 그려져 있으며, 또한 인간적인 가치인 사랑과 자유, 꿈에 대한 마술적인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은 미움보다 크고, 이해는 노염보다 높으며, 평화는 전쟁보다 고귀하다.”
인간적인 가치의 구현, 인습적인 가치의 배격

동화에 대한 헤세의 애정은 어린 시절부터 각별했다. 그는 열 살 무렵에 벌써 「두 형제」라는 짤막한 동화를 쓴 적이 있다.(이 작품은 『환상동화집』에 실려 있다.) 짧지만 형제 간의 아름다운 우애를 그린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 헤세의 동화들은 모두 - 그림 형제의 동화에서 영향을 받아 -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훗날 헤세가 쓴 환상 동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룰루」 (1900)는 헤세가 튀빙겐에서 지낼 적 사랑에 빠졌던 체험이 투영된 작품으로,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하는 독일 낭만주의 동화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보인다. 튀빙겐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 헤세는 10대 시절의 정신적 방황을 끝내고 안정기에 들어갔으며, 이때 ‘소동인(petit cenacle)’이라는 동아리를 만들고 몇몇 문학청년들과 사귀기 시작했다. 이 중편은 이 친구들과 함께 알프스 산등성이의 도시 키르히하임에서 지낼 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곳에서 헤세는 여관 주인의 조카딸을 사랑하게 됐던 것이다. 이 작품에는 그 시절의 친구였던 루트비히 핑크가 ‘우겔’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헤세는 ‘라우셔’로, 헤세가 사랑했던 여인은 ‘룰루’로 나온다. 룰루가 사라진 왕국 아스크의 공주 릴리아의 현신으로 그려지고, 또한 갑자기 나타났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마술사 같은 인물 ‘드레디훔’이 나오는 등 이 작품에는 환상과 현실의 세계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다. 단조로운 일상적 삶과 현실의 커튼 뒤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가 동시에 나타나지만, 인물도 세계도 종국에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 이는 E. T. A. 호프만과 같은 낭만주의 작가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 , 「마사게타이 족의 나라에서」 , 「노르말리아로부터의 보고」 는 전쟁의 광포함을 옹호하는 국수주의와 획일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던 당대의 독일을 가공의 시공에 빗대 희화화하고 있다. 서류와 문서가 판을 치고 신분증 없이는 거리를 거닐 수도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전시 체제를 그린 「전쟁이」(1917)는 전쟁에서 비롯된 위기 상황을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마사게타이 족」(1927)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쇼비니즘과 패권주의가 팽배하던 독일 사회를 패러디하고 있다. 또한 「노르말리아」(1948)에서도 조직 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풍자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 노르말리아(노르말: ‘정상적인’)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에는 ‘시인 조합’이 없어 시인인 화자는 ‘재단사 조합’에 가입해 가까스로 사회에 편입하게 된다. 그러나 거창한 가입식 후에는 당국자들도 화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화자에게 알아보기를 요구하지 않는 웃지 못할 상황에 벌어진다. 「남쪽의 낯선 도시」 (1925)는 “어딜 가도 똑같은 도시, 똑같은 호수, 똑같은 부두, 그림처럼 재미난 옛 마을”뿐인 ‘현대 정신의 익살과 실용성’을 꼬집는 소설이다. 이들 작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창작 동화가 속속 발표되던 시대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다. 주로 표현주의적인 경향을 띠던 창작 동화들은 구질서가 붕괴된 혼돈적 상태로부터 보다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헤세가 동화라는 장르를 인간과 세계의 개선에 대한 소망의 표현으로 이용한 것 역시 시대의 문학적 방향을 반영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헤세라는 작가의 문학세계를 자아의 탐색이라는, 일견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의 산물로 제한해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들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 헤세가 추구한 것은 자아의 탐색인 동시에 인간적인 가치의 구현, 인습적인 가치의 배격이었다.

이에 비해 「사랑에 빠진 젊은이」 나 「세 그루의 보리수」 등 순수한 창작 동화도 있다. 「사랑에」는 속세의 사랑을 초월하는 깊은 신앙심을, 「세 그루」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형제 간의 우애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들의 꿈」 이나 「밤의 유희들」 처럼 헤세 자신이 꾸었던 꿈을 기록한 작품도 있다. 「성탄절과 두 어린이의 이야기」 (1950)에서는 헤세가 열 살때 썼다던 동화 「두 형제」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 제목의 ‘두 어린이’는 열 살짜리 손자 질버와 63년 전의 열 살짜리 헤세 자신이다. 성탄절 날 질버는 할아버지 헤세에게 자신이 쓴 글을 선물로 주고, 그것을 읽은 일흔세 살의 노작가 헤세는 깊은 감회에 젖는다. 마지막 작품 「까마귀」(1915)는 짤막한 소품이지만, 헤세의 글쓰기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글이다. 까마귀 한 마리가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활보하고, 이를 본 사람들은 그의 재롱에 신기해하며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헤세가 보기에 그 까마귀(야콥이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다!)는 엉뚱한 천재적 기질 때문에 종족에게서 추방당한 아웃사이더다. “자유와 야성에서 벗어나 인간의 문명 세계 속으로 빠져 든” 그 까마귀가 인간들에게는 “인간의 친구이자 인간을 멸시하는 자, 무대 위의 모놀로그 예술가, 미지의 이국에서 온 전령사”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까마귀는 곡예사나 어릿광대를 구경하듯 “주위에 빽빽이 둘러서서 경탄하고 감동하고 웃어대는 거인들”의 모습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저는 당신이 당신의 영혼 속에서 뭔가 중요하고 신성한 것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다고 믿어요. 당신은 행복을 찾기 전에 우선 그것을 다시 일깨워야 해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할 때건 단순히 꿈속의 장면을 묘사할 때건 헤세가 그리는 세계는 현실 저 너머에 감춰져 있을 듯한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공간 속으로 이끌린다 해도 현실에서 완전히 발을 떼게 되지는 않는다. 헤세의 작품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현실 밖의 환상의 세계인 동시에, 환상을 통해 보다 생생해지는 현실의 세계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 사회의 경직성을 비판하고, 전쟁의 폭력성을 비난하며, 현대 문명의 경박함과 획일성을 조소하는 작품에서도, 잃어버린 유년기의 꿈과 마법 같은 사랑을 그린 작품에서도 찬탄과 공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헤세에게 마술적 환상은 “본성이 위축되고 거칠어지는 것을 막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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