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왜 범죄에 프로파일링이 필요한가
프로파일러(profiler)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용의자의 신체 조건이나 심리 상태, 행동 유형 따위를 유추해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
-출처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프로파일러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방송이나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고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범죄를 분석해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범죄 분석을 프로파일링이라 한다. 한국 사회의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과관계가 뚜렷하거나 동기가 뚜렷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면서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게 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불특정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발생했고 범죄 수법 또한 치밀해졌다. 범죄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물을 수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졌다. 이에 우리나라에도 프로파일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저자 권일용은 2000년부터 경찰청에서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며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범죄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의 범죄와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프로파일링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범죄를 케이스로 분류해야 하는가
매일같이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는 만큼 범죄의 케이스 또한 다양하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범죄를 다소 큰 카테고리일 수 있지만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강력범죄(케이스 스터디 1),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케이스 스터디 2), 묻지 마 범죄(케이스 스터디 3), 정신장애 범죄(케이스 스터디 4), 증오범죄(케이스 스터디 5), 사이코패스와 성격장애 범죄(케이스 스터디 6), 그리고 청소년 범죄(케이스 스터디 7)다.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는 성격이나 삶의 방식, 사고방식이 유사하다. 그래서 케이스별 범죄 행위, 범죄자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 범죄자를 파악하고 범죄의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범죄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이론과 실제와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은 범죄를 추적하고 더 나아가 예방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다.
어떻게 범죄를 예방할 것인가
수많은 범죄를 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알고 있다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조금의 위안이 될 것만 같다. 하지만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완벽한 범죄 예방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답을 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다. 저자가 그동안 만났던 성범죄자들은 불법 성착취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있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자극을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다른 중독 증상에 빠지기 쉽다. 해외에서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자해와 타해의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범죄의 원인과 그 특성을 파악하고 범죄로 가는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이 사회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그렇기에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바라보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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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미제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의 한국 사회의 살인 범죄는 15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있었다. 하지만 잔혹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에 변화가 일었다. 지금 살인 범죄, 미성년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사라지게 된 계기다. 공소시효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15년이 되면 수사를 중단한다는 것과 같다. 범인을 검거하는 데 있어 더 이상의 발전이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공소시효가 없다는 것은 범인을 어떤 방식으로든 끝까지 추적하고,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 밝혀내지 못했던 증거물을 과학의 발전으로 찾아낼 수 있는 연결 고리를 갖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5쪽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이 발생한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프로파일링 분석을 위해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사건이 바로 성범죄였다. 특히 아동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범죄자들을 대면하는 것 자체에 회의를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성범죄자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관념이란 성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만족감을 추구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삶을 완전히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더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 특징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64쪽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정신장애와 관련된 범죄가 증가하기 시작해 이에 관한 연구들을 진행하면서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전문가들의 말은 대부분 한결같았다. 외국의 경우 정신장애 증상이 나타났을 때 초기에 전문가에게 찾아오며, 가족 중 누군가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이상한 사고와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재빠른 판단으로 서둘러 치료가 개입되기 때문에 짧은 시일 안에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사회 적응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장애라는 낙인이 붙는 일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들 때문에 결국 문제가 발생된 후에 전문가를 찾아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사후 대책으로 치료를 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신장애에 대한 오해와 낙인은 반드시 잘 정리가 되어야 한다. -149~150쪽
청소년들이 그룹을 만들어 사람들의 금품을 강취하고 강도 행위를 저지르는 사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감, 자기에 대한 자아존중감 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자기를 스스로 해치는 상황에 다다랐음에도 거기에서 보다 더 만족감을 느끼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결국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