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소년을 투사이자 시인으로 만들어 낸 시대
그 시대 속에서 새롭게 보는 이육사의 삶과 시
각 장의 제목은 이육사의 작품 제목이거나 그의 삶 속 주요 키워드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들이 모여 그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한다. 이육사가 남긴 글 중 23편의 시와 한 편의 시조, 한 편의 한시, 한 편의 수필에 얽힌 이야기, 그 작품을 만들어 낸 행적들이 모여, 이육사의 마흔한 해 짧은 생을 재구성한다. 본문에 실린 이육사의 시구들은 그의 단정하고 굳은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을 한 구절 한 구절씩 전하고, 작가는 그 구절에 얽힌 뒷이야기들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 독자에게 전한다.
이육사의 시를 만들어 낸 것은 이육사 개인의 감성과 예술적 재능만이 아니다. 그가 살아간 시대가 그에게 드리운 어둠으로 인해, 그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시를 썼다. 작가는 그의 개인사와 그를 둘러싼 시대의 흐름을 촘촘히 엮으면서 그의 삶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간 시대를 재구성한다. 평화롭던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스며들던 시대의 어둠은, 일본 유학 시절 일본인들의 살기 등등한 시선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이육사가 처음 감옥에 갇히던 순간부터 그의 삶을 침범하고 좀먹는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글을 쓰고 행동하고 투쟁한다. 낙동강에서 형제들과 고기잡이하길 좋아하던 소년 이원록이 그렇게 투사이자 시인 이육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그저 공부해야 할 수많은 것 중 하나였던 이육사의 시들을 이전과는 다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비 한 방울 나리지 않는 광야와 같던 시대,
홀로 노래의 씨앗을 뿌린 시인
소설 속 북경 가는 열차 안에서 이육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일본 관동군의 군가에 치를 떤다. 일본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평화까지 지켜 주겠다고 노래하지만, 사실 그것은 약탈의 노래이자 야만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소설 곳곳에 자리를 잡고 소설의 뼈대가 된 이육사의 시들은 그에 맞서는 평화의 노래이자 희망의 노래다. 작가가 그리는 이육사는 단순히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비 한 방울 나리지 않는 광야와 같은 시대에 홀로 노래의 씨앗을 뿌린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노래의 씨앗이 피워 낸 꽃의 찬란한 빛깔을 보고 아득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