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의료인문학적 상상력의 세계
흔히 의학은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의학은 거의 모든 학문이 의학 발전을 위해 기여할 정도로 광대한 분야를 섭렵한다. 환자는 의사가 과학적 근거가 분명한 처방으로 질병을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의 말투나 병원 분위기,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문화적 환경 등 수많은 요소가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바로 의학을 역사, 예술, 문화와 사회, 윤리와 법, 첨단과학 등과 관련지어 융합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이에 발맞춰 오늘날 전 세계 의과대학에서도 과학적 의학 외에 인문학적 의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의학도들을 길러내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취지의 일환으로 의학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면서, 의학이란 학문을 이해하는 방법과 그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처럼, “인간을 생명이 붙어 있는 살덩어리로만 바라보지 않고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내성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주체, 즉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 바라보며 치유를 모색”하는 것이 바로 의학의 역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네 번째 책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는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의학을 소개함으로써 실험실 속에 갇혀 있는 의학이 아니라 무엇보다 인간 삶에 밀착된 의학이란 학문을 좀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준다.
Chapter 1 의학,융합으로 학문과 세상을 아우르다
의학은 흔히 과학의 한 분야로 취급되지만 이는 사실 옳은 분류가 아니다. 의학은 과학적 연구 방법을 도입하면서 크게 발전했지만 엄연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인문학에서 탄생한 후 과학적 방법으로 성장하고 여러 학문과 세상 속을 넘나들며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의학과 마주함으로써 의학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Chapter 2 의학, 역사의 고비에서 인류를 구하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행적을 통해 현재의 결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오늘날 의학은 보편타당한 근거를 가진 합리적인 학문이지만, 과거에는 한편으로 황당하게까지 느껴지는 의료 시술이 행해지기도 했다. 역사의 고비에서 의학이 인류를 구해준 일들을 되돌아보다 보면, 앞으로 의학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일 것이다.
Chapter 3 미술 안에서 살아 숨쉬는 의학적 통찰
다 빈치에서부터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은 미술작품을 통해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표현했고 그 안에는 의학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다. 인류의 미술활동에 담긴 의학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당시 사람들이 의학과 질병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공감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다.
Chapter 4 의학,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길을 찾다
수시로 응급상황이 벌어지고, 생과 사를 오가는 장면이 등장하는 의학드라마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표현된 의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료 현장과 의료진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또한 과학적 수사 기법에 이용되는 의학 지식과 최첨단 기술, 바이러스의 변종이 한 나라를 어떻게 위기에 빠뜨리는지를 그린 영화와 드라마 등은 의학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Chapter 5 의학, 윤리와 법 사이에서 고민하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 즉 윤리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많이 직면하게 되었다. 의학의 발전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관한 윤리와 법의 강화를 이끌며, 이는 의학 연구와 의료교육 현장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특히 안락사, 낙태, 유전자조작 등 여러 의료윤리 문제와 생명윤리법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의학에 임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된다.
Chapter 6 의학, 문화를 읽고 사회를 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필연적으로 그 사회에 내재된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의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자신이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사회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접하고 있는 문화의 영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의학과 의료를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Chapter 7 현대의학, 과학의 발달로 한계를 넘어서다
오늘날 특정 학문이 발전하려면 다른 학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현대에 많은 학문이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하는 것처럼 의학도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정보기술(IT)과의 접목을 꾀한 최첨단 의학은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인류에게 새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의학, 인간의 모든 것을 치유하는 학문
기원전 5~4세기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학문으로 정립된 이래 의학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의학은 종교·신앙과 관련되어 구현되거나, ‘과학(science)’이란 단어가 사용되기 전 ‘자연철학’이란 이름으로도 불렸으며, 나치의 유대인 생체실험이나 일본 제국주의의 마루타 실험과 같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의학이 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왔음은 의학이란 학문이 인간의 생활 및 문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증거다. 가령 미(美)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는 유방암 수술률이 비교적 낮으며, 미국의 가이듀섹은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의 식인 문화가 치명적인 질병(쿠루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의료처치법이나 의료 제도의 형태 또한 나라마다 다르다. 이 책은 똑같은 병에 접근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른 이유, 의료보험제도가 다르게 시행되는 이유를 역사·문화·사회적인 근거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보듯 인간은 아직 인체의 매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또 모습을 바꿔온 건 학문으로 정립된 이론과 실제로 행하는 의술뿐만이 아니다. 질병의 양상 또한 달라졌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21세기인 지금은 당뇨나 고혈압, 암, 치매 등 만성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처럼 의학이 모습을 바꿀 때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이어옴으로써 인간의 생명 보호에 기여했으며, 지금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과학에 바탕을 두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은 의학의 중심이 환자에서 질병으로 옮겨가면서 의사가 환자의 고통에 무관심해지고 오직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이상 징후에만 집중해 환자를 기계 대하듯 하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떠오르고 있는 ‘맞춤의학’은 지금까지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된 통계학적 자료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기존의 의학과 달리 개인의 특성을 중요시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의학에서 인문학적 측면이 강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