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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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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_005

1부 아침에 일기를 쓰는 건 기분에 좋다

분홍색 우산 장식처럼 _015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상 _016
아이셔 좋아해? _017
게임 오버가 떴을 때는 다시 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_021
젖은 머리카락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_025
내가 당신의 이웃이 아닐지라도 _026
Best Life _034
아침에 일기를 쓰는 건 기분에 좋다 _037
싫은 것을 생각하다가도 약해지는 마음 _040
가벼운 외출 _043
왜 나에게는 언제나 치사량인가 _045
도쿄 여행기 1 _049
도쿄 여행기 2 _056
속초 일기 _062
실은 열쇠 따위 필요하지도 않다 _066

2부 시는 써야겠고, 슬프네

하루살이가 알전구 주위를 맴돌고 _077
계절과 기분이라는 착각들 _078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_082
등단 직전까지 쓴 일기들 _088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며 더운 비를 맞고 서 있던 날들 _095
최선의 차선 _097
취중 진담이라는 농담 _100
긴긴 여름 _102
운명적 여름 _106
우리의 낭만이 같지는 않지만 _109
열세 살의 여름방학 _115
손거울을 꺼내 들여다보듯이 _119
나가이 오야스미 _120
날씨가 좋으면 슬픈 생각을 하게 되어 있다 _124
긴 여름 _125

3부 심장을 꺼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가능성 _129
백수일지 _130
나의 행운을 빌었다 그것이 세상에 쓸모가 있으리라 믿으면서 _136
죽지는 않겠지만 항복입니다 _142
희망하게 하는 희망 _145
영원성 _146
각자의 도시, 도시의 각자 _147
소진 앞에서 구차한 사람 _150
마음샌드는 안 먹어봤지만 마음이 샌드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좀 부담스럽다! _154
첫 시집 출간을 앞두고 _159
이상과 현실 _163
중학생의 기분과 귀여운 음식 _166
겨울보다 여름에 가까운 심장 _170
현실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에요 _175
스티커를 붙이는 센스가 인생의 센스이기도 한 거다 _179

4부 그래, 이것을 첫눈으로 여기기로 한다

친구가 많다는 건 외롭지 않다는 게 아니라 내가 외로운 걸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 _185
가을볕에 물웅덩이 말라갈 무렵 _186
도쿄 산보 _188
네일이나 내일이나 _194
주인공은 망상가 _195
지구 일기 _199
이사 일기 _203
너무너무 보고 싶다 _209
어떤 블루스 _212
오산하에게 1 _213
오산하에게 2 _219
쿠마와 함께한 모든 시간 _225
이쯤에서 쿠마가 궁금할 여러분을 위해 _233
철 지난 커플 티셔츠는 잠옷으로도 입지 말 것 _234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_238
끝나지 않는 여름 _244

나가는 글_249
저자 소개
저자 : 고선경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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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렇게 뻔히 들여다보이는데도 아름답네.
겪고 나면 이것도 나의 세계에 편입된다는 게.”
어설픈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 사이를
리드미컬하게 오가는 나 자신과의 경쾌한 담화

이 책에는 일기나 메모 형태로 적힌 과거와 과거 이후의 시간들이 뒤섞여 있다. 불투명한 현실과 구체적인 망상이, 동사할 것 같은 여름과 화염에 휩싸인 듯한 겨울이, 목적지 없는 여정과 목적지가 뚜렷한 방황이 뒤엉켜 있다. 나는 이제 그것들을 일일이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다. 단지 그 모든 것 위에 두 발을 붙이고 싶다. _‘들어가는 글’에서

방황과 헤맴의 여정을 청춘이라는 단어로 단정 짓기 이전에 그 면면을 상세히 들여다본 시인은 모든 의식의 밑바탕에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마음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시작하는 1부 ‘아침에 일기를 쓰는 건 기분에 좋다’에는 기대와는 달리 매몰찬 세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글쓰기를 택한 시인의 모습이 담겼다. 그가 고른 주 무대는 블로그였다. 원할 때 접속했다가 언제든지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어 불특정 다수 앞에 노출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감출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 그 속에서 만난 독자들과 가상으로나마 연결되어 있다는 느슨한 유대감에 기대어, 고선경은 자신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글쓰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적어낸 무수한 글들은 훗날 지면을 얻어 시와 산문이 되었다. 2부 ‘시는 써야겠고, 슬프네’에는 본격적으로 시쓰기에 몰두하는 고선경이 있다. 누구보다 치열한 습작생 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하면서도, 매번 쓸 때마다 새로운 난관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내밀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몰아치는 수치심과 자기혐오 속에서도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를 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삶에 관한 애착이 묻어난다. 자신의 허술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 약점을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능청스러움도 엿보인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 아래서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조바심과 긴장감에 시달리다가도 “너무 능숙하면 사람들이 또 싫어하거든” 하며 빠져나갈 탈출구를 하나씩 남겨놓는다. 무더위, 그리고 무력감. 주로 뜨거운 여름에 발동되곤 했던 수많은 망상과 착각들. 근거 없는 기대와 희망으로 진땀을 흘리는 그는 그러나 뙤약볕 아래 서 있는 듯한 괴로움에 단련된 사람이다. 암울한 시절의 일기들이 암울하게만 읽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어지는 3부 ‘심장을 꺼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고선경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하며 의기소침해지는 스스로를 인지하면서, 이제는 무언가를 증명해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힌다. 시쓰기는 여전히 영원한 숙제처럼 남아 열패감과 절망감을 선사하고, 때때로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덮쳐와 속절없이 자책의 늪에 빠지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강연을 준비하고 묵묵히 두번째 시집을 엮을 채비까지 마친 그는 어느덧 “훌쩍 성장”해 있다. 누군가의 신랄한 비판에 얽매이기보다는 “또 해볼게요. 이번에는 더 잘해볼게요”라고 말하며 선선히 다음을 기약하는 강인함마저 갖추고 있다.

매일이 이별이라면 그럼에도 매일을 겪어내는 것이 요술 같지 않나? 문장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그런 문장을 내가 얼마든지 써낼 수 있는 것도. _「이사 일기」에서

4부 ‘그래, 이것을 첫눈으로 여기기로 한다’에서는 영영 떠나버린 상대를 향한 진득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소중한 줄도 모르고 흘려보낸 이십대. “남부럽지 않게 치열했고 외로웠고” “이따금 짜릿했던”, “너무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 그 시간들을 곁에서 함께해주었던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운 얼굴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아끼는 모든 존재를 그러모아 문장으로 죽 나열해본다. 앓고 난 뒤에 말끔해진 사람의 태도로, 생일파티 초대장을 건네듯 무겁지 않은 투로, 그러나 얼마간의 절실함이 녹아 있는 목소리로 고선경은 우리를 그 문장의 세계로 기꺼이 초대한다. 자주는 말고 “가끔만 오라고” 청한 뒤에 뒤늦게 덧붙인다. “안녕, 여기가 나의 세계야. 물론 전부는 아니야.” 이 망설임의 틈새에서 다채로운 일상을 함께 경유하게 될 독자분들을 환영한다. 어수룩해서 애달팠던 과거의 나를 맹렬하게 통과해간, ‘청춘’이라 뭉뚱그려 명명하기 아까울 정도로 소중했던 삶의 낱장들을 저마다 되짚어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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