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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물끄러미
우두커니
바쁘게 바쁘게
밥 먹는 법
멀뚱멀뚱
모처럼 푸근하게
휑뎅그렁
둘러앉아서
이렇게, 홀로
스스로 저물고
우물쭈물 모여서
그래도 그래도
저자 소개
저자 : 최갑진
이 동화집을 쓴 최갑진 선생은 한동안 부산에 살면서 문학평론가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학교에서 거리에서 사람 사이에서의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다 지금은 경남 함양에 산다. 산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쉬미수미」라는 치유공간을 만들어 이웃들과 함께 산골의 문화를 일구고 가꾸는 일들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문학지평》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쓴 책으로는 평론집 『삶의 혼돈 비평의 미혹』, 산문집 『낯선 길을 비추는 오래된 꿈』 등이 있다.

그림 : 김설희(김종희)
동화집 삽화를 그린 김설희(김종희) 선생은 미학자이자 수필가로 1970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199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수필이 당선되었다. 수필집으로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돌탑에 이끼가 살아있다』, 『나는 날마다 신화를 꿈꾼다』 등이 있으며 인문채록집 『기억 장소 그리고 매축지 1, 2』, 『구술생애사로 경험하는 인문학』 등이 있다. 현재 전국 미학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틈틈이 그림 작업을 통해 2024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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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우리들 산골 마을은 빈 둥지가 되어 간신히 고목에 매달려 있다. 동네 어귀 어디메쯤 살던 노인들 중 누군가가 어느 날 아침 보이지 않으면 그 적막으로 온 마을이 숨을 멈춘다. 곡갱이를 들고 밭을 일구던 억센 팔뚝들과 호미를 쥐고 이랑을 살피던 부지런한 손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그런데 햇빛이 스러질 때 산의 윤곽이 더 선명해지듯, 지금에서야 시골이라 불리던 우리들 고향의 의미가 뚜렷하게 보인다. 허리 숙여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웠지만 잊혀가는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삶의 모습과 함께.
그래서 마지막 빛 한 줌이 사라지기 전의 산골 마을을 그리고 싶었다. 잃어버리지 않고 우리들 가슴속에 기억하기 위해서.

책 속에서

5. 멀뚱멀뚱

하나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아까시나무의 꽃들이 일제히 얼굴을 내밉니다. 봄은 개구리 소리와 함께 옵니다. 산자락을 하얗게 덮는 아까시꽃, 밤꽃과 어울려 어느 날 아침 불현듯이 찾아듭니다. 산골의 봄은 그러합니다.
그런데 봄이 와서 일제히 세상으로 뛰쳐나온 개구리들에게 새봄은 늘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요즈음 들어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더 미워한다고 투덜거리는 웅덩골 개구리 대장의 푸념을 들어보면 압니다.

개구리들은 사는 곳에 따라 아래 논배미 수다쟁이, 연못골 날라리 이런 식으로 불립니다. 웅덩골은 저수지에서 물이 내려오다가 휘돌아 가는 곳에 파인 웅덩이입니다.
그 웅덩이는 논물을 가두어 따뜻하게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웅덩이들이 이어져서 도랑을 만듭니다. 어르신들이 말하는 도구가 논 전체를 감싸고 흘렀습니다. 지금은 벼 심는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 도구조차 없애버립니다. 이제 논물은 수관을 통해 바로 논밭에 들어갑니다. 자연스럽게 물길이 아래로 흐르다 파지는 곳인 웅덩이는 사라집니다. 물웅덩이에서 살아야 하는 개구리들의 형편이 나빠지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농촌의 논밭이 날이 갈수록 변하여 논은 밭으로 바뀌고 그 밭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비닐하우스로 둔갑합니다. 논밭도 가로 세로가 반듯해져서 물이 고인 논이나 밭둑의 웅덩이조차 보기가 힘듭니다. 꼭 그만큼 개구리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웅덩골 대장의 시름은 깊어집니다. 대장이지만 어깨를 펴고 다니지 못합니다. 살아가 가기가 힘드니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의 책임만 갈수록 막중해져 갑니다.
해마다 살만한 거처를 앞장서서 찾아야 하는 대장은 눈에 불을 켜고 아랫배니 윗배미 논밭을 헤맵니다. 피가 마릅니다. 마땅한 데를 찾기 어렵습니다. 따르는 개구리 가족들의 불만은 더 높아만 갑니다.
개구리들은 파리, 모기, 벼멸구 등을 잡아 농부들의 병충해 예방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두 팔 두 다리를 움직여 열심히 헤엄친 덕분에 흐려진 물빛으로 잡풀은 크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짓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헤엄칠 웅덩이마저 치워버립니다. 어린 개구리들이 궁금해서 대장 개구리에게 묻습니다.
“대장 대장 대장 왜 우리를 미워하나요? 대장 대장 대장”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장은 두 손으로 얼굴을 바쁘게 비비며 말합니다. 물론 자신의 대답을 믿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울기 때문이야.”

여기저기서 개구리들이 가걀가걀거립니다.
“배가 고파서, 심심해서, 짝 찾으려고 우는데요.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찾아 운 것이 잘못인가요.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심심한 산골 논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한다고 소리도 질렀지요. 그게 미움받을 이유라니 믿을 수 없습니다. 보세요! 대장 대장 대장 담벼락 집 수탉은 새벽만 되면 꽥꽥거리며 사람들 새벽잠 깨우고 영실이네 복실이는 지나가는 참새만 봐도 월월 월월거립니다. 그런다고 사람들이 내쫓습니까. 대장 대장 대장.”
어린 녀석들이 너무 시끄럽게 떠듭니다. 개구리 소리가 산을 하얗게 물들이는 찔레꽃보다 더 넓게 퍼져 나갑니다. 대장 개구리는 그들을 달래 줄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도 미움받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이유를 찾아 나서려고 해도 배가 고픕니다. 배가 불러야 산속 깊은 옹달샘에 산다는 개구리 산신령을 찾아가서 답을 얻어올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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