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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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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 5
시인의 詩論 · 9
일러두기 · 20

제1부
오메 · 28
감사 · 30
비단이불 · 35
그러지 마세요 · 38
시간들 · 41
늦단풍 한 잎 · 43
항아리 · 45
거시기 · 48
어머니 연보 · 50
어머니와 식사 · 58
사람살이 · 62
할아버지의 논 · 65
홍시 · 70
붉은 댕기 · 74
설날에 · 77
비바리 · 79
몰랐지라우 · 82

제2부
아침에 · 86
동굴언어 · 88
사투리 · 94
홍익인간의 언어 · 106
한자는 · 122
광명 · 126
태풍 · 128
한 송이 꽃 · 130
동짓달 기나긴 밤을 · 133
머슴 · 135
아리랑 아라리오 · 137
우리의 사명 · 140

제3부
마고신 · 146
수수께끼 · 149
오지다 · 153
머시기 그분 · 157
꿈에 · 160
우리들 · 163
속이 탄다 · 167
한 사람 · 171
동서남북도 없이 · 173
어즈버 · 177
임금님들 · 180
좋구나 · 184

제4부
평안도 사람 · 190
퉤퉤 · 192
나라 걱정 · 196
엄니 옴마 어무니 말씀 · 200
새 · 203
언니 · 206
엄마의 말씀 · 208
옹헤야 · 210
아따! · 212
거허! · 216
마음 이야기 · 218
불꽃 · 225
지랄하네 · 228
흰 눈 · 231

제5부
나의 시간 · 242
고맙습니다 · 244
있다 · 248
누렁소야! 이 몸뚱이야! · 250
체험이라니 · 258
네 · 262
다솜 · 265
아니랑게 · 269
마음과 몸 · 272
아유하 방아 찧다 · 275
비단 짜기 삶 · 282
낙타 · 285
어머나 · 288
목이 긴 구두 · 290

덧붙이는 글 · 294
찾아보기 · 298
저자 소개
저자 : 나해철
1956년 전남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났다. 1976년 천마 문학상 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를 역임했으며, ‘5월시’ 동인이다.
시집으로 『무등에 올라』『동해일기』『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아름다운 손』『긴 사랑』『꽃길 삼만리』『위로』가 있으며, 2014년 4월 29일부터 페이스북에 하루에 한 편씩 올린 304편의 연작시를 묶어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을, 창세 마고신화와 건국 환국 단군신화를 합해 하나의 신화로 묶은 『물방울에서 신시까지』(솔출판사)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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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산스크리트어에 흐르는 생명, 우리말에 깃들다

『엄니 옴마 어무니 말씀』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생명의 뿌리를 노래하며, 언어의 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인은 우리말이 지닌 신성성과 영성의 근원을 산스크리트어와의 연결 속에서 탐색한다. 말이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신성을 체현하는 생명의 씨앗이었음을 시로 증언한다. 북히말라야에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언어의 숨결을 따라, 인류 정신사의 원형을 복원하고자 한다. 삶과 자연, 인간을 하나로 이어주던 본래의 언어를 되살리며, 우리말 속에 잠든 신성과 생명력을 다시 불러낸다. 『엄니 옴마 어무니 말씀』은 잃어버린 말의 근원을 되찾아 오늘의 세계에 새 숨을 불어넣는 노래이다.

민족의 숨결과 존재의 빛을 찾아가는 치열한 시적 순례

『엄니 옴마 어무니 말씀』은 1부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생명의 근원이자 신성한 존재로 바라보며, 모성과 생명력의 신비를 시로 풀어낸다. 2부에서는 우리말이 처음 태어났을 때 지녔던 신성함과 영성에 대한 경외를 노래하고, 말의 뿌리 속에 숨은 문화와 역사적 힘을 일깨운다. 3부에서는 사라지고 잊혀진 민족의 고대사를 애틋하게 복원하려는 마음을 담아, 북히말라야부터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복원하려 한다. 4부에서는 삼국, 사국 시대 이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왜곡되고 축소된 민족의 정신사, 언어사, 역사를 통렬히 성찰하고, 현재의 훼절되고 위축된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우리 민족 본래의 크고 웅장한 기상을 되살릴 것을 소망한다. 5부에서는 존재의 본질과 시작과 끝을 오랫동안 사유한 끝에 체험한 자유롭고 안온한 세계를 노래한다. 이는 샤머니즘을 뿌리로 삼아 발전한 인류 정신사의 흐름 속에서, 무아와 공성의 체험으로 연결되는 깊은 초월적 깨달음을 품고 있다. 이 시집은 어머니의 목소리와 함께, 말과 기억, 존재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치열한 시적 여정이자, 민족과 인간 존재를 향한 근원적 구원의 기록이다.

책 속에서

언어, 즉 말은 그것을 쓰는 족속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말의 뿌리가 그 민족의 뿌리입니다. 부디 이 시집이 우리말과 우리 역사의 뿌리를 되살리고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정신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우리 국민이 본래의 위대한 정신으로 화평한 정치를 시행하여 민족의 통일을 이룩하고 인류를 평화로 이끄는 사명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

시는 혼의 노래입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시는 영원하고 불변 불멸하는 세계 그 자체입니다. 저는 저의 시가 혼의 시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고 평온한 상태인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도 세상 속에서 억눌림이 없이 자유롭고 평등할 때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러한 순간들은 영원하고 불변 불멸하는 세계가 인간의 삶에서 찰나 찰나 비춰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비로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시가 그러한 찰나 찰나에 머물기를 소원합니다.
(「시인의 時論」 중에서)

모어는 하늘이나 태양 혹은 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자연체가 들려주는 말씀이며 소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모어에는 잘이해하지 못하고 올바로 듣지 못하는 존재들을 위한 수많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있습니다. 수많은 부사와 형용사가 있습니다.
많은 곡조로 발성되는 음절들이 이른바 사투리라는 형식으로 존재합니다. 우리는 모어인 우리말에서 사어가 되어 잃어버린 단어들과 고어라고 잊혀져가는 많은 말들 그리고 사용을 피하여 사라져가는 각 지역의 사투리를 되살려야만 합니다. 이 시집에서 여러 번 말씀드린 것같이 초창기의 한자는 우리말을 문자화한 것입니다. 한자 교육을 되살려서 우리말을 더 쉽게 이해하고 더 풍부하게 하여야 합니다. 한자로 된 우리의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하여서 우리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여야 합니다.
(「시인의 時論」 중에서)

<오메>

오메
나뭇잎 떨어지는 것 보니께
마음이 그렇다야

나도 가야 할 텐디
아니 가고 있다야
못 가고 있다야

오메
엄니 그런 말씀 마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지요

오메
저 뿔건 나뭇잎 떨어지는 것 보니께
그런 생각이 더 든다야

나뭇잎 되어
훨훨 은하수 건너면
칠성님을 만날 텐디야

<사람살이>

어떻게
살아지냐고, 살아지냐고 물어보셨지요
어머니,
이렇게 저렇게 살아지더라고요

살림이 쪼개지고
살림살이가 온데간데없어져도
아침은 날마다 오고
밤은 어두워졌지요
살아나갔다라고도 말씀드리겠어요

살아지더라고요
어머니
지금에사 말씀드리지만 죽음인가도 했어요
그래도 사는 것이 좋았고 또 좋았어요
그렇게 해야했겠지만요

그래서 그동안
죽지 마!
살아봐!
같이 살자 하고,
제 시를 읽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말해왔어요

어머니,
언능 가고 싶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밤하늘 북두칠성北斗七星이 부른다고 하지 마세요
오래오래 사세요
살으마! 하고
언제까지라도 살아 있겠다고 말씀해주세요
약속해주세요

<어즈버>

어즈버
지나간 세월이여
아차!
깨달은 순간,
찰나 찰나가 기쁨이고
순간순간이 자유로움이거늘

소란스러움을 돋게 하는 충만한 고요 속에서
소 울음 우는 고을이 피어난다
힘든 일도 뿌리치지 않고 겪어내며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이 보인다
붉은 대지와 하나가 된 흰옷들이 하얗게 빛난다

삼라만상에 스며든 사람들이
함께 우리가 된 만물들과 우리끼리 잘 지내자며
아하 좋다! 좋아! 하는데
빙그레 웃는 내 모습도 보인다

찰나에 벙그는
만년의 시간이 펼치는 고요 속에
소들이 우는 울음이 흰 구름으로 떠 있다

<새>

어디에 있습니까
지난밤
고요를 환하게 비춰주던
새 한 마리

갑자기
쑥꾹꾹 쑥꾹꾹 울어
천지의 침묵를 깨우던

아하
소리 없이
소리 없이 만물을 거느리는 세계를
날개 저어가던 범종은
어디에서 침묵하고 있습니까

세상이
뒤틀려서
아 틀려서 또다시 소란스러움에 빠졌습니다
거짓이 정치를 하고 전쟁을 합니다

아兒를 잉태하듯이
아 낳아 아이를 안듯이
고요를 품고 소리 너머로 돌아간
허공 중의 자유로운 몸짓이여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목이 긴 구두>

걸으면서 하나의 생각에 매달려
땅바닥을 밟았다
나라는 생명의 시작과 끝 그리고 현존은
어떤 의미인가 하고 집중하고 집중하였다

때로는
걸음걸이 하나, 하나에 마음을 모았다
펼쳐진 세계와 시간과 한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대지를 다지듯 온전히 인식하였다
걸음마다 발바닥에 닿는 지구별과 소통하였다

고등학교 때 문학의 밤 준비로 계단을 뛰다가 접질러
넘어져 끊긴 발목 인대 부위가 시큰거려
어른이 되어서는
발목을 높이 감싸는 구두를 자주 신었다

많이 헤지고 구린 냄새가 배었어도
목이 긴 구두가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찰나 이후
그 구두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발걸음이 자유로움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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