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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혼란의 8월
II. 탐색의 9월
III. 갈등의 10월
IV. 파괴의 11월
V. 다시, 11월

에필로그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창작 노트
저자 소개
저자 : 김하연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리옹3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공부했다.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장편동화를 연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청소년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과 『너만 모르는 진실』, 동화 『소능력자들』 시리즈, 『똥 학교는 싫어요!』,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가 뭉쳤다』, 『날아라 모네 탐정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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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 속 힘든 아이들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청소년들이 기다려 온 따뜻한 힐링 판타지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 우리에게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

김하연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인 『시간을 건너는 집』은 아르코 문학나눔은 물론 안산의 책, 구로의 책, 용인시 올해의 책, 경남 독서한마당 등의 선정과 윌라 오디오북 전체 1위를 수 주간 차지하며 문학적 저력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는 학교 폭력 피해자 자영과 자영을 도우려던 이수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아이들이 어려움에 빠졌다면,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에서는 시간의 집을 찾은 새로운 세 명의 아이들이 예기치 못한 고난에 맞서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되찾아 나가는 여정을 보여주었다. 1권을 읽지 않은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이야기를 구성한 데다 기존 독자들이 이스터에그처럼 숨어 있는 1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하늘에 쏘아 올려진 작은 폭죽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빛을 내뿜을까.
어떤 모습으로 날아올라도 결국 소멸하는 불꽃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들도 언젠가는 사라질까.”
-본문에서

어느 날 갑자기 행운처럼 찾아온 기회가 내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까? 작은 행운이 삶을 버틸 희망이 되어줄 순 있지만, 내 인생을 바꾸는 것은 결국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가 창작 노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아무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듯,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은 지금도 어두운 길을 용기 있게 한 발씩 나아가는 모든 이들을 따스한 목소리로 응원한다.

줄거리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에게만 보이는 ‘시간의 집’에 또 다른 아이들이 모인다. 공황 발작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밖을 나가지 못하는 ‘청담 비올렛 히키코모리’ 아린,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에 사는 미혼모 가정의 민아, 소년보호시설을 몰래 탈출한 소년범 무견. 각자 처한 상황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세 사람은 서로에게 날카롭게 굴지만,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를 이해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적 장애가 있는 형을 만나기 위해 몰래 시간의 집을 나선 무견이 형사들의 함정에 걸려 검거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아의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과거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반추하던 시간의 집 집사 아저씨는 결국 민아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아린에게 양해를 구하고 ‘과거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든 상자를 부수기로 한다. 시간의 집의 규칙을 어기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이들은 오로지 민아를 위해 다시 11월 1일로 돌아가게 되는데…….

책 속에서

민아는 두 친구가 차에 타는 모습을 지켜보다 떡볶이 가게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혼자 남으면 심심할 줄 알았는데 왠지 마음이 편했다. 셋은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동이 다르다. 아영은 102동, 지우는 103동, 민아는 101동. 101동은 다른 동들과 뚝 떨어져 있다. 주차장도 따로 쓰고, 놀이터도 그렇다. 101동 놀이터의 그네는 줄이 끊어진 지 백만 년이 지났지만 사용 금지라고 휘갈겨 쓴 종이가 아직도 붙어 있다.
101동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다.
엄마는 택배 기사들도 101동을 차별한다고 분노했다. 다른 동으로 온 택배는 문 앞에 놔주면서 101동에 온 택배는 텅 빈 경비실 앞에 쌓여 있다. 하지만 민아의 엄마도 임대동 주민을 대표해 택배 기사에게 항의할 용기는 없었다. 민아는 엄마가 입을 삐죽일 때마다 엄마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도 빨리 부자 돼서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런 행운이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찾아올까. 그렇게 좋은 일은 대단한 복을 타고났거나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얼굴이 엄청 예쁘거나 잘생긴,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본문 10~11쪽)

“야, 정아린. 너 집에서 꼼짝도 안 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어. 너랑 중학교 때부터 경쟁하던 민기. 그 황 변호사 아들! 걘 지금처럼만 하면 서울대 법대는 따 놓은 당상이라더라. 요즘 그 인간 고민이 뭔 줄 아냐? 민기가 자기처럼 법조계로 진출하면 좋겠는데 걔 꿈은 의사래. 그러면서 자기랑 친한 정신과 의사가 있는데 명함 줄 테니까 아린이 한번 데려가보라더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냐?”
민기의 근황은 아린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간간이 염탐하는 그 애의 인스타그램은 환하게 웃는 셀카와 등급란이 ‘1’로 도배된 성적 통지표로 가득했다. 아빠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려는 순간 기적처럼 벨소리가 울렸다. 아빠와 제일 친한 변호사의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떴다.
“응, 식사 중이었어. 어디? 그래, 지금 출발하면 삼십 분 안에 도착해.”
아빠가 젓가락을 식탁에 던졌다.
“또 어딜 가. 벌써 9시 되어가는데.”
“한잔만 하고 올게. 나도 스트레스 풀어야 할 거 아냐!”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싱크대 서랍장으로 달려갔다. 물도 없이 소화제를 삼키며 무견을 생각했다. 싫은 소리를 퍼붓던 아빠의 모습에서 무견을 몰아붙이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 하는 주제에 그 애한테는 다닥다닥 잘도 쏘아붙였다.
만만하니까.
나이도 어리고, 공부도 못했을 것 같고, 가난해 보였으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견을 깔보고 있었다. (본문 52~53쪽)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화려한 불꽃들이 뒤를 이었다. 커다란 원을 이루었다 흩어지는 빨간빛과 초록빛 불꽃. 로켓처럼 높이 올라갔다가 나선형을 그리며 폭발하는 은빛 불꽃. 꽃 모양과 나비 모양 불꽃에 이어 스마일 모양 불꽃이 터졌을 때는 다 함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린이 민아와 무견을 떠밀었다.
“너희는 나가서 봐. 그래야 더 잘 보이지.”
무견이 아린의 손을 뿌리쳤다.
“뭔 소리야, 같이 보는 게 중요하지!”
“맞아, 여기에서도 잘 보여! 아, 이 세상에 불꽃놀이처럼 공평하고 평등한 게 있을까?”
“갑자기 철학자라도 됐냐?”
“여기처럼 1층에서도 잘 보이고 옥상에서도 잘 보이잖아! 이 세상은 진짜 불공평한데 불꽃놀이는 안 그래. 하늘은 누구나 볼 수 있잖아.”
“그래, 중딩. 이번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인정!”
아린은 멤버들의 눈동자에 어른거리는 불꽃의 잔상과 입가에 걸린 순수한 미소를 바라봤다. 하늘에 쏘아 올려진 작은 폭죽이 장엄한 광경을 만들어내듯 우리도 언젠가는 빛을 내뿜을까. 어떤 모습으로 날아올라도 결국 소멸하는 불꽃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들도 언젠가는 사라질까. 하늘에 펼쳐진 기적 같은 광경을 바라보며 아린은 결심했다. 이 집에서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우리의 모습을 그리겠다고. (본문 101~102쪽)

“멤버들은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그 선택이 아니더라도 삶은 선택의 연속이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은 흐르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지. 잘못된 선택을 했나 후회가 들더라도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면 안타까워할 필요 없어. 우리에게는 바로잡을 시간이 있으니까.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자네와 나한테도 아직 기회가 있어. 자네, 그런 부탁을 하러 온 거지?”
“뭔 소리예요, 문병하러 왔다니까.”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찬바람 사이를 떠돌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웃음은 금세 흔적을 감추었다.
“저만큼 이 일을 사랑하시죠. 그래서 제일 먼저 할머님의 허락을 구해야 했어요. 제 선택을 바로잡아도 되겠습니까?”
“최선을 다해 고민했나?”
쉽지 않았다. 시간의 집을 거쳐 간 수많은 멤버들의 얼굴이 밤낮으로 아저씨를 따라다녔다. 민아에게만 특혜를 주는 일이 옳은 걸까. 아저씨는 엄마가 투병 중이었던 선미를 위해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뜻밖의 잘못으로 기회를 잃은 이수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돕지 못했다고 해서 민아 엄마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옳은 일일까.
“네, 고민했습니다.” (본문 131~132쪽)

가족을 두고 떠난 아빠가 미우면서도 아빠 같은 경찰이 되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설에 들어가는 순간 무견은 모든 꿈을 포기했다. 자신의 인생은 여기에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소년범이라는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다닐 거라 믿었다. 벼랑 끝에 몰린 무견에게 시간의 집은 마지막 기회였다. 과거의 문으로 들어가 형을 놀린 아이들을 때리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면 시설에 가는 일도 없을 테고, 엄마와 형의 곁을 지킬 수도 있을 테니까.
숨어서 외쳐봤자 네 목소리는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아.
택환 아저씨는 말했다. 시간의 집이 없어도 나에게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고.
정말 그럴까. 아저씨의 말을 믿어도 될까. (본문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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