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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25
생각할수록 치미는 분노 · 203
바다에서 · 349
제너레이터 · 495
마지막 크리스마스 · 667
인생 수정 · 813

추천의 글 · 825
옮긴이의 말 · 827
저자 소개
저자 : 조너선 프랜즌 (Jonathan Franzen 1959~ )
1959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데뷔작이자 와이팅 작가상 수상작 《스물일곱 번째 도시》(1988)와 《강진동》(1992)으로 1996년 〈그란타〉에서 선정한 ‘미국 문단을 이끌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 1999년 〈뉴요커〉에서 선정한 ‘40세 미만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들었다. 2011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전미도서상, 2002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수상한 《인생 수정》(2001)은 아마존 선정 인생책 Top 100, 〈타임〉 선정 100대영문 소설, 2000년대 최고의 소설 3위,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5위 등에 선정되고,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출간되며 3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그 외의 작품으로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타임〉)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장편소설 《자유》(2010),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대담한 소설” 《순수》(2015), “작가의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소설” 《크로스로드》(2021), 에세이집 《혼자가 되는 법》(2002), 회고록 《불편한 지대》(2006) 등이 있다.

역자 : 박찬원
전문번역가. 코맥 매카시의 《카운슬러》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 《핏빛 자오선》, 스티븐 킹의 《리시 이야기》를 비롯해 《힐 하우스의 유령》 《우먼 인 블랙》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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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거품 같은 현대성”
디킨스적 기본으로 회귀하다

문제는 돈과, 돈 없는 삶의 치욕이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과 핸드폰과 양키 캡 모자와 SUV는 하나같이 고문이었다. 그가 탐을 내거나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 없는 그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_158면

이 소설이 발표된 직후 미국 문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늘날의 전형적인 소설 트렌드와 너무나 동떨어진 소설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개인의 목소리와 서브 문화, 특정 집단에 집중하는 오늘날의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서브 문화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를 다루고, 소(小)세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을 와이드샷으로 한꺼번에 담아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는 “시간의 마모와 사회의 타락으로 붕괴하는 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이 “거품 같은 현대성”을 만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 인물은 어두운 과거가 있는 범죄자나 신비로운 힘이 있는 영웅 혹은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천재가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전형적인 21세기 소설이라기보다는 19세기 소설 같은 느낌을 주고, 혹자가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언급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9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발표한 《인생 수정》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최근의 문학 트렌드를 인간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거대 서사로 가져가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살롱〉이 미국 작가 중 “매우 고유한 존재”라고 표현한 프랜즌의 《인생 수정》은 현대 미국 문학의 경향을 디킨스의 전통을 잇는 미국 문학의 기본으로 되돌려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모두가 읽는 문학 작품”
시대의 문학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다

〈타임〉은 이 작품을 가리켜 “모두가 읽는 문학 작품이라는 희귀한 존재”이자 시대의 “문학적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돈 드릴로, 토마스 핀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와 함께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일컬어지는 조너선 프랜즌의 ‘순문학 작품’이 미국 내에서만 160만 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순문학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는 말 그대로 경이적인 ‘현상’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이 거둔 대중적 성공은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에 힘입은 인지도 향상에 어느 정도는 기인하고 있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인생 수정》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흡인력 있는’ 소설이고(프랜즌은 1996년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오늘날 순문학 소설이 죽어가고 있지만, 할리우드 문화에 익숙해진 독자들의 눈조차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사회적이고 문학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는 프랜즌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한 현대사회의 조망이기 때문이다.

현대 미국판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거대한 가족 드라마

인류는 다른 종을 몰살하고, 대기를 온난화하고, 인간과 닮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파괴할 기회와 지구를 지배할 권리를 가졌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유한하고 구체적인 동물의 몸을 지녔으면서 무한을 인식하고 스스로 무한하기를 바라는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_675면

소설은 한때 가부장적인 독재자였으나 이제는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앨프리드, 남편의 압제에 눌린 채 1년 내내 크리스마스에 대한 희망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이니드, 그리고 이들의 세 자녀로 이루어진 램버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앨프리드와 이니드의 자녀 개리와 칩, 데니즈는 부모의 불행이 드리워놓은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 존재이다. 가정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큰아들 개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는 작은아들 칩,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계속 억누르고 부정하는 딸 데니즈. 오랜 소통 단절로 가족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던 램버트 가족은 앨프리드의 파킨슨병을 계기 삼아 모이게 되고, 가족의 갈등은 이니드가 1년 내내 기다렸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절정을 이룬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드라마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신을 소모하고 억압했던 앨프리드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 철도 회사의 붕괴를, 순간의 실수로 대학 사회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도망친 칩의 이야기를 통해 찬란했던 동구권 국가의 몰락을, 지금껏 억눌러오던 여성에 대한 갈망을 해방한 데니즈의 이야기를 통해 불륜과 동성애를 그려내는 것이다. 작가는 램버트가의 가족사를 통해 21세기의 삶과 문화라는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신자유주의, 소비 지향적 문화, 대학 사회의 비리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사회소설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그려진 현대 미국 가정의 초상은 ‘가족 해체’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역할을 한다.

“그 무엇도 희망을 죽일 수 없었다”
일상 속 끝없는 투쟁 그리고 치열한 실존

고통은 그의 주체성을 훼손했다. 이렇게 떨어대는 손은 더 이상 그의 손이 아니었고, 그의 명령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말 안 듣는 아이 같았다. 이기적인 비참함에 빠져 막무가내로 울어대는 두 살배기 아이. 엄격하게 꾸짖으면 꾸짖을수록 아이는 귓등으로 흘려듣고는 더더욱 비참해하며 제멋대로 울어댔다. 어른답게 행동하기를 거부하는 아이의 고집과 반항에 그는 늘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무책임과 버릇없음은 그의 실존적 골칫거리였고, 악마의 논리에 휘둘리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런데 이제 그의 신체가 그의 명령을 따르기를 거부하며 때를 가리지 않고 고통을 주고 있었다. _102~103면

언뜻 보기에 램버트 가족의 일상은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가식적인 사회규범으로 점철된 램버트가의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억압과 구속은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대물림된다. 세 자녀는 이러한 삶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특히 이들 중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한 개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운명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들에게 앨프리드는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인생을 바꿔나갈 기회를 주는 인물이다. 자기 앞의 세계를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앨프리드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늘 ‘견뎌왔다’. 그리고 파킨슨병으로 자신의 육체와 세계를 통제할 수 없게 된 그의 삶은 치열한 실존 그 자체이다. 오점투성이의 인생을 끝없이 ‘수정’해나가는 램버트 가족의 분투는 눈물겹도록 치열하다. 극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듯 생생하게 탄생한 이들은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는, 서투르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비참한 패자인 것 같은 램버트 가족의 구성원들은 고통과 불행과 좌절 속에서도 저마다 길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그녀가 그의 이마에 입술을 댄 후 따스한 봄밤에 데니즈와 개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이제 그 무엇도, 그 무엇도 자신의 희망을 죽일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일흔다섯 살이었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갈 터였다. _824면

실수 가득한 인생에서 잘못을 하나하나 수정해가는 램버트 가족은 실낱같을지언정 자존감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날카롭고도 희극적인 문체로 현대 가정의 초상을 잔인할 정도로 투명하게 그려낸 작가의 가차 없는 풍자와 냉소 속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등의 걸작과 함께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 목록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은 이미 수많은 비평가에 의해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우리 시대의 모던클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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