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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정해연
2012년 장편소설 《더블》로 데뷔했다. 《악의》《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지금 죽으러 갑니다》《유괴의 날》《내가 죽였다》《너여야만 해》《두 번째 거짓말》《패키지》《구원의 날》《홍학의 자리》《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못 먹는 남자》《선택의 날》《누굴 죽였을까》《용의자들》《2인조》 등을 펴냈다.
2012년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대상, 2018년 추미스 소설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다. 《유괴의 날》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2023년 ENA에서 방영한 바 있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린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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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매끄러운 말 속에 감춰진 악의,
숨길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파헤쳐온 작가 정해연!
이번에는 ‘모성(母性)’이라는 욕망을 해부한다!

정해연 작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들이 있다. 바로 ‘한국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전’, ‘정교하게 계산된 플롯과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서사’라는 표현이다. 정해연이라는 작가가 그만큼 한국 추리·미스터리 스릴러의 계보를 정통으로 이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고 말하는 장르인 만큼 추리·미스터리 스릴러에서는 필연적으로 범죄가 발생하고, 정해연은 그 범죄의 중심에 친구, 연인, 가족과 같이 가장 가깝고 그래서 오히려 진의를 알 수 없는 관계를 기꺼이 시험대 위에 올린다. 정해연이 이번에 시험대에 올리는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이다.


“아빠가 죽은 날, 왜 나를 구한 게 엄마가 아니야?”
‘모성’이라는 욕망이 은폐한 매듭이 풀린 후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성공한 사업가 박희숙은 어느 날 여자 혼자 몸으로 지극정성을 다해 키운 아들 최진하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는다. “엄마, 사람을 죽였어.” 인생의 목표라곤 오로지 회사와 아들의 성공뿐인 박희숙은 결심한다.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다.’

평화로운 지방 소도시인 재선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발화지점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화재는 곧 살인사건으로 바뀐다. 흔치 않은 살인사건에 재선시 형사들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사건을 담당한 이인우 형사는 박희숙과 최진하 모자를 둘러싼 교묘한 살인극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떠오르는 과거의 잔상에 괴로워한다. 이인우 형사가 벗어날 수 없는 과거란,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그런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이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희숙과 최진하’ 그리고 ‘이인우 형사와 그의 어머니’라는 두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며, 각각 관계의 파행과 회복이라는 상반된 결말을 향해 속도감 있게 질주하며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책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감정이라 여겨지는 ‘모성’. 정해연은 《매듭의 끝》을 통해 ‘모성’이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결합할 때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마저도 얼마나 헌신적인 ‘모성’이기에 성립할 수 있는지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책 속에서

[사람을 죽였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열차에 치여도 이런 충격은 아닐 것 같았다. 아들의 목소리는 이게 실제 상황임을 명백히 하고 있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희숙은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안 그러면 뒤로 넘어질 것 같아 팔을 뻗어 책상 한편을 붙들고 있었다. 구두를 신은 두 다리가 벌벌 떨려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겁에 질려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을 제 입으로 말하기도 힘든 것 같았다. 희숙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누구를!” --- p.21

“나는 네 아버지 사건의 담당 형사였다.”
인우는 놀란 눈으로 박덕훈을 보았다.
“네 아버지는 자살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집도 있었지. 대출은 없고, 주변 평판도 좋았어. 가정에 충실하고 사회생활에도 유능한 남자였어.”
그건 인우 역시 알고 있었다. 어릴 때였지만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었다. 아빠는 야근이 잦았지만 주말이면 항상 가족과 함께했다. 가족끼리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것도 아빠의 제안이었다. 그때는 캠핑이라는 게 그렇게 유행하지 않았을 때였다. 아빠는 귀찮아하지도 않고 음식 준비며 모든 걸 책임지곤 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자살할 남자가, 굳이, 가족들과 캠핑을 가서 그런 짓을 할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인우는 자신도 내면 깊은 곳에서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p.70

슈퍼마켓을 끼고 돌자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나왔다. 위로 올라갔다. 두 채의 집이 마주보고 있었다. 김영택의 집은 201호였다. 초인종을 눌렀다. 안쪽에서 한참이나 음악 소리가 들렸지만 응답이나 인기척이 들려오지는 않았다. 재차 눌러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없는 걸까요?”
“글쎄.”
고민을 하다가 자리에 선 채로 김영택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당연히 받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벌어진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집안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린 것이다.
“뭔가 이상해.” --- p.166~167

“둘 다 불에 태웠다는 점은 같지만 현재경은 목만 졸랐잖아요. 뚜렷한 계획범죄의 정황이 있고요. 그런데 이 범죄는 그렇지 않은 데다 목을 칼로 찌른 다름 졸랐어요.”
나쁘지 않은 지적이다. 하지만 인우의 결론은 서기영의 생각과는 달랐다.
(……)
“범인은 여자거나, 아니면 김영택보다 힘이 약한, 혹은 자기가 제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남자일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지.”
“뭔데요?”
인우는 시신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직 김 박사가 시신을 확인하고 있었다. 인우는 거기서 눈을 돌리지 않은 채로 말했다.
“비정한 다정함.” --- 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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