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길빵’에서 ‘콜빵’으로, 택시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1부 「나이 60을 앞두고 운전대를 다시 잡다」에는 택시 업계의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 사납금제, 운전자 폭행, 시대의 흐름에 따른 택시 손님의 유형 변화 등 그저 타고 내리기만 했던 택시 안에 일어나는, 뉴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가 담겼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은행 업무, 배달음식 주문, 공연 티켓 예매 등이 모두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졌다. 택시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막차 시간이 되어가는 버스터미널이나 유흥가 거리에 줄을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전화로 콜택시를 부르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호출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시대가 되었다. 길에서 택시를 잡아 탑승한 손님이 목적지를 기사에게 직접 말하는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택시 안에는 미리 입력한 목적지를 향해 운전하는 기사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바라보는 손님 사이의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저자는 뉴스에서만 듣던 택시 운전자 폭행을 직접 당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야간 운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업무와 생계에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목적지에 내리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손님에게서 위로를 받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택시에서 손님을 맞기로 한다.
동료와의 소통 없이 혼자서 근무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택시 운전. 저자는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티면서도 수천, 수만 명의 손님을 목적지에 내려주며 이 직업의 뿌듯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오늘도 다시 한번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
택시 뒷자리에 오른 손님이 남긴 말
2부 「택시 운전석에서 목격한 세상」에서는 택시에 탑승하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직업군을 가진 승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목격한 우리 사회의 면면들을 택시 운전사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택시의 뒷자리에 앉은 손님들은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강남의 고급 요릿집 앞에서 태운 품위 있는 노부인이 가족들과 대화하며 입에서 저속한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팔을 문신으로 덮은 손님이 택시에 오르며 “기사님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는 문신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벗겨진다. 겉으로 보고 예측한 말이나 행동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손님들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관념이 잘못된 편견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암병동에서 손님을 태우고 내려주면서 서울로 집중된 의료 인프라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2024년 12월 3일 밤 빈차등을 끈 택시를 운전해 도착한 국회의사당에서 계엄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긴다.
책 속에서
P.31
택시를 타기 위해 더 이상 큰길까지 애써 나가지 않아도 된다. 골목길 집 앞에 도착한 택시를 타서는 굳이 목적지를 설명할 이유도 없고 내릴 때 요금이 얼마인지 물을 필요도 없다. 계산을 위해 카드를 꺼낼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걸 스마트폰 앱이 수렴했다.
택시를 타고 내리는 순간까지 간단한 인사말 외에 다른 말을 보탤 이유도 사라졌다. 보태야 할 말이 사라지면서 택시 안 대화도 사라졌다. 손님이 말을 걸지 않는 이상 기사는 말을 건네지 않고 늙은 기사에게 들어야 했던 ‘라떼’와 ‘꼰대’가 마구 뒤섞인 주입식 대화도 상식 밖의 무례가 되었다.
_「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지 않는 이유」
p.46
택시 기사들은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 이면에 깔린 택시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수용하고 받아들인 후에 개선해나가야 한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쉽게 용인되는 택시 기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은 그것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위법하고 불법적인 행위다.
택시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택시 폭행이라면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무방비 상태의 택시 기사를 향한 폭행은 다른 폭행에 비해 훨씬 비겁하고 교활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일관되게 기억에 없다고 말을 하는 것처럼 경찰이 오면 금방 양처럼 순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행태도 그렇다.
_「고객님, 오늘도 때리고 기억 안 난다고 하실 건가요?」
p.105
2025년은 택시협동조합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전국에 걸쳐 폭발적으로 늘어난 택시협동조합을 알리는 홈페이지에는 자율적·자발적이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출자지분을 양도·양수할 수도 있고, 은퇴 없는 행복한 일자리이며, 프랜차이즈를 통한 부가사업으로 추가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아름다운 단어들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출자조합원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구분할 수 있는지, 협동조합에서 조합원과 합의된 계약으로 운영되는 일 기준금이 사실상 법에서 금지하는 사납금과 어떻게 다른지, 퇴사한 조합원에게 돌려주지 않는 출자금을 계속 사적 계약 문제로만 방치할 건지, 조합운영진의 공적 관리 주체나 부실 택시조합 처리 문제 등 법으로 보완하고 공공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_「‘은퇴 없는 일자리’의 이면」
p.181-182
체격이 큰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경찰인 것 같았다. 전화기에 대고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 보니 둘은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시설에서 가출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한두 번이 아닌 듯 아이는 전혀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태연하게 그리고 가끔 화를 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3만 원 가까운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고 차에서 내렸다. 나는 차를 길가에 댄 채 잠깐 멈춰 섰다. 그 나이 때 보통 아이들과는 동떨어진 일상을 살고 보편적이지 않은 자기들만의 말과 행동이 몸에 밴 두 아이의 잔상이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_「경찰 전화 받은 10대 승객을 태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