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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
뿔피리
어떤, 하루
구봉마을 김주평
각설탕
일광호 황 선장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지면

저자 소개
저자 ; 조미형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현진건 문학상 추천작에 「각설탕」이 선정됐다. 지은 책으로 『씽푸춘, 새벽 4시』, 『바다가 걱정돼』, 『맨날 놀고 싶어』, 『해오리 바다의 비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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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일까
잔인한 인간을 만드는 세상의 논리

「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은 소설집을 여는 작품이다. 고릴라와 사람의 닮은 점과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편집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주인공에게 닥친 진퇴양난의 사건을 그린다. 막무가내로 가방을 반품해 달라고 요구하는 진상 손님을 맞은 화자,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그를 돕지 않는다. 매장의 매니저는 그 돈을 물어내라고 협박까지 한다. 당장 생활하기 위해서 직업을 잃어서는 안 되는 화자와 그를 절벽 끝으로 몰아붙이는 조직, 최악의 선택지 중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펼쳐진다.

「어떤, 하루」에서는 가족들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유일의 삶이 펼쳐진다. 취미로 쓸 낚싯배를 계약하러 가다 심장마비로 죽은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송사리를 키우다 어항을 청소하던 중 미끄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송사리에게 밥은 제대로 챙겨 주는지를 걱정하며 하루에도 몇십 번 유일에게 전화하는 엄마는 갑작스럽게 코로나에 걸려 급성 폐렴으로 죽는다. “문득 이 집에 나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94쪽)은 유일의 눈물은 그의 앞에 다가올 공허한 하루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각설탕」의 원구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야간 청소일을 하는 가난한 청년이다. 센터에 울려퍼지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노래 가사와는 달리 손님과 피트니스 센터 관리인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그의 삶은 무척 고달프다. 두 달 전 옥탑방에 벌떼가 들어온 이후로 양봉을 시작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집주인은 벌통을 넘기거나 방을 빼라고 괴롭힌다. “먹이를 찾는 생쥐처럼”(135쪽) 눈빛을 번득거리며 원구를 지켜보는 집주인에 맞서 원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벌만은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무엇 하나 쉬이 주어지지 않는 삶, 유일하게 달콤한 한 조각의 내 것은 지켜질 수 있을까.

「귀부인은 옥수수밭에」의 ‘귀부인’은 예술가 나백이 물려받은 아버지의 낚싯배로, 그는 해변에 묶인 배에서 살며 작업한다. 서핑샵과 매운탕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은 어느 날 말미잘 매운탕을 나백에게 억지로 먹이는 영상을 SNS에 올린 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자, 더 높은 조회수와 자극적인 영상에 집착하며 나백을 괴롭힌다. 자신의 예술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나백을 통해 조미형은 자본에 매몰된 인간이 얼마나 타인에게 잔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상처를 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작지만 단단한 마음들의 생존기

『뿔피리』의 인물들은 이렇듯 저마다 커다란 아픔을 품고 산다. 가난, 가장 가까운 존재의 죽음, 무자비한 태도로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 폭력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된 상황이 소설집 전반에 펼쳐진다. 그러나 조미형은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절망을 버티는 마음과 그 이후의 삶에 주목한다.

표제작 「뿔피리」의 화자는 부모 둘로부터 모두 버려진, 원룸에서 혼자 사는 고3이다. 홀로 살아남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아파트의 헌옷수거함을 뒤지는 화자. 그의 유일한 친구도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언젠가 복수를 꿈꾼다.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둘은 “살아 있어야 어른이”(54쪽) 된다는 말을 나누며 서로 의지한다. 살아남기 위해 두 사람이 이용하는 채팅방 뿔피리, 뱃고동처럼 울리는 뿔피리 소리는 생존을 향한 그들의 열망이기도 하다.

「구봉마을 김주평」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싣는 한 잡지사 기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구봉마을에 마지막으로 남은 주민 김주평을 만나러 그의 집으로 향한 화자에게 김주평은 마을을 떠나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안고 매일을 살아가는 그는 생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일광호 황 선장」은 소설집을 관통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극대화된 작품이다. 일광호의 선장인 황 씨는 낚시꾼들과 함께 바다로 나선다. 그러나 고기를 잡지 못해 사람들은 불만을 가지고, 설상가상으로 해무가 몰려와 배까지 상하게 된다. 고기를 낚지 못한 것은 선장이 자리를 잘못 잡은 탓이라고 구시렁대는 낚시꾼의 말에 기분이 상하지만, 황 선장은 착실히 배를 수리하고 다시 바다로 나갈 날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머지않아 그가 월척을 잡아 올릴 것이라는 낙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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