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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랗지 않아
02 갓 졸업한 마법사를 위한 작은 방
03 향나무의 비밀
04 엉뚱한 지도 그리기
05 먼지뭉치
06 소망의 주인
07 뒷마당에서의 대결
08 차갑고 완고한 것을 녹이려면
09 아자차카타파하? 아주 착한 타파하!
10 하나에서 둘, 그리고 셋
타파하의 마법 수업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김혜진
늘 걷는 골목에서 길을 잃고, 잘 아는 풍경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고, 매일 나누는 이야기가 엉뚱하게 들리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작고 평범한 것들에서 시작하는,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동화 『일주일의 학교』, 〈아로와 완전한 세계〉 시리즈, 『일곱 모자 이야기』, 청소년소설 『여기는 시장, 각오가 필요하지』, 『완벽한 사과는 없다』, 『프루스트 클럽』 등을 썼습니다.

그림 : 모차
마음으로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계, 신비로운 순간들과 소중한 마음을 흰 여백에 그립니다. 서툰 예비 마법사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종이의 만남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다채로운 색으로, 때로는 다정한 질감으로 가슴에 남기를 바랍니다.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로 처음 책에 참여했고, 웹툰 〈시선 끝 브로콜리〉를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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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나다라마바사? 가느다란 마법사!

길을 잘 헤매는 아이가 마법 학교를 찾아온다. 누구나 처음 마법 학교에 오면, 온갖 마법의 힘이 가득한 방을 통과해야 한다. 화려하고 강력하고 신비한 힘들 가운데에서 아이는 아주 가느다란 실과 얇은 그림자, 솜털과 민들레 씨앗을 본다. 교장 선생님은 가느다란 힘을 알아보았으니 가느다란 마법을 배우라고 말해 준다. 가느다란 마법이라니? 독자들뿐만 아니라 책 속 주인공조차 그런 마법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좋은 건가요?” 하고 묻는 아이에게 교장 선생님은 대답한다.

“모든 마법은 좋을 수도, 또 나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과 어울리느냐입니다. 어울리는 마법을 찾은 것을 축하합니다.”(16쪽)

그렇게 학교에 입학한 가느다란 마법사는 세 명의 마법 선생님에게 마법을 배운다. 졸업할 때쯤에는 눈에 들어간 눈썹 한 올이나 손바닥에 박힌 가시 빼내거나 나비의 찢긴 날개를 얇은 실로 꿰매는 일,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일처럼 온갖 가느다란 것을 다루게 되었다. 마법 도구 역시 실과 빨대, 가는 빗처럼 온통 가느다란 것들뿐이다. 가느다란 마법이 정말로 가느다랗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킥킥 웃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도대체 가느다란 마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담?

하지만 가느다란 마법사의 모험을 살펴보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느다란 마법사가 시끄러울 법한 참새들의 하소연을 들어 주고, 무심코 구겨 버려도 좋았을 종잇장에 떠오른 글귀를 눈여겨보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먼지뭉치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가느다란 마법사가 가느다란 존재들을 눈여겨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모험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헛되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소망에 대하여

가느다란 마법사는 어느 동네 떡집 3층에 있는 ‘갓 졸업한 마법사를 위한 작은 방’에 살게 된다. 이제부터는 세상에서 ‘마법사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고민할 틈도 없이 참새들이 마법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다. 참새들이 모여 사는 커다란 향나무가 점점 더 자라고 있어, 어쩌면 사람들이 베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겨울에 나무가 자라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 곧장 향나무로 달려간 마법사는 땅 밑 깊숙이 자리한 뿌리에까지 귀를 기울여 아주 가느다란 ‘소망’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밤낮으로 나무 곁을 지킨 끝에 자그마한 먼지뭉치가 ‘서리’의 소망을 주전자에 가득 담아 나무에 부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서리는 나무를 더 키워서 햇빛은 한 줄기도 들지 않는 땅을 만든 뒤, 봄이 오면 맞서 싸우겠다고 외친다. 마법사의 설득에도 고집을 꺾기는커녕 사람까지 다치게 한다. 어떻게 해야 서리를 막을 수 있을까?

먼지뭉치를 뒤쫓고 서리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마법사에게는 잔소리 많은 조력자가 생긴다. 가방에서 발견한 종이에 무언가를 적을 때마다 사라지거나 엉뚱한 글자로 바뀌어서 장난 마법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스로 글자를 적는 종이였던 것! 마법사는 종이의 도움으로 ‘서리를 물리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가느다란 겨울 햇살, 실바람과 미약한 온기도 가느다란 마법사에게는 충분한 마법 도구가 될 테니까. 하지만 가느다란 마법사의 마음 한편에는 망설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서리의 소망은 잘못되지 않았다. 서리의 마음속 틈새를 발견해, 모두가 평화를 얻을 수는 없을까?

“가느다란 마법에서는 그래. 하나처럼 보이는 마음도 사실은 여러 갈래가 섞여 있거든. 제일 크고 눈에 띄는 것에만 집중하면 다른 걸 못 봐. 큰 목소리 말고 작은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107쪽)

나약한 소리라고 탓하면서도 종이는 고민하는 마법사를 가만히 바라본다. 어쩌면 종이에게도 그런 소망이 있는 게 아닐까?

가느다란 마법사는 가느다랗지 않아

마법사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개 남다른 재능을 타고나거나, 강력한 힘을 가졌거나, 무척 현명하거나… 그 모두를 다 갖춘 인물이다. 누가 그렇게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책이 그런 마법사들을 그려 왔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그런 마법사들과는 전혀 다르다. 툭하면 길을 잃는 길치인 데다가, 길 잃기에 대비해 그린 마을 지도에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집, 고양이가 앉은 계단, 학교 가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금세 사라져 버릴 것들이 빼곡하다. 가느다란 마법사가 길을 자주 잃는 이유는 앞보다는 옆과 뒤와 위아래를 더 자주 보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힘을 찾으려면 잘 아는 길로만 성큼성큼 가서는 안 되니까. 이야기기가 끝날 때까지도 그저 마법 이름으로만 불리는 가느다란 마법사는, 오직 말과 행동만으로 독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책은 판타지인 동시에 가느다란 마법사의 성장담이다. 학교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가느다란 마법사가 가느다란 방법으로 친구를 만들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생겨난 틈새를 고민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읽는 이의 마음속에도 가느다란 온기를 불어넣는다. 어쩌면 가느다란 마법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약한 사람의 짐을 나누어 들고, 느린 사람을 위해 발걸음을 늦추고, 추위에 떠는 이와 온기를 나누고,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느라 생기는 빈틈을 채우려는 ‘가느다란 마법사’들 덕분에 오늘도 이 세상이 유지되고 있으니까.

『아로와 완전한 세계』, 『일주일의 학교』 등 많은 작품에서 독창적인 판타지를 선보인 김혜진 작가는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에서 마법을 선택하는 방법부터 마법의 이치까지 색다른 마법 세계를 또 한 번 만들어 냈다. 가느다란 힘을 다루는 마법사의 소소한 활약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마법’이 나와는 거리가 먼 신비로운 힘이라고 생각해 온 독자들의 생각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관을 투영한 독특한 개성과 그림의 조화

매일 1학년 교실 창문 앞에 앉아 있느라 늘 가느다란 마법사를 ‘가나다라마바사!’ 하고 부르는 파란얼룩 참새와 특유의 재미난 말투로 마법사를 재촉하는 흰털 참새의 대화가 유쾌한 웃음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으로 구슬 눈동자를 반짝이는 먼지뭉치는 반려동물처럼 사랑스럽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신기한 종잇장이다. 한 번 적힌 글자는 절대로 잊지 않고, 자음과 모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글자 마법’을 부리는 종이는 독자들이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종이의 정체는 무엇이며 가느다란 마법사와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까?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는 한국의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떡집과 방앗간, 향나무, 동네서점을 배경 삼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고유한 존재들의 마법 이야기를 펼치는 김혜진 작가의 탁월한 필력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모차 작가가 꼬박 일 년간 공들인 끝에 그 환상적인 세계와 유쾌한 캐릭터들이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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