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달이 번식한 후 무중력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본심을 숨기고 지구에 동화된 척하고 살아왔노라 고백했다”
분열하는 일상 속에서 경쾌하게 펼쳐지는 무중력 세계
주인공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받아보고, 댓글까지 모두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며 주로 전화 영업을 하는데, 한 번도 거래에 성공해본 적은 없다.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달이 두 개로 늘어난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히고, 종말론이 퍼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퇴사와 자살이 속출한다. 달로 이주하겠다는 무리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중력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무중력자’라고 불린다. 무중력자들은 지구를 떠나기 위해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집을 떠나 홀연히 사라진다. 사회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세 번째 달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쟁을 벌이고 우왕좌왕한다. 평소 몸이 좋지 않았던 노시보는 달의 증식 이후 병원에 더 자주 들락거리는데, 마침 달과 관련된 기삿거리를 찾던 송영주에게 인터뷰 제안을 받는다. 네 번째 달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이 기이한 현상을 점점 수용한다. 달나라 여행 상품이 등장하고, 달에 납골당을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송영주는 기사를 통해 노시보의 병명을 발표한다. 무중력증후군! 그러자 의사들은 병원에 찾아온 이들을 모두 무중력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사람들은 같은 병을 앓기 시작하고, 심지어 무중력증후군을 사고파는 일까지 벌어진다. 달은 여섯 개까지 늘어난다. 그렇지만 달에 관한 뉴스는 더 이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한때 흥했던 무중력 관련 사업들은 급속도로 인기를 잃는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달이 뜨기로 예정되었던 밤, 달의 증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진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혼란에 휩싸이고, 뉴스에서는 새로운 증후군이 소개된다.
긴 봄, 정말 달이 늘어났던 것일까. 우리의 상상력이 늘어났던 것일까. 어디선가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양치기의 거짓말에 지쳐 진짜 늑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딘가 진짜 달이 떠오른 것은 아닐까. _283쪽
“이 소설 덕분에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다”
기발하고도 유머러스한 윤고은 문학의 출발점
윤고은의 첫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은 출간 당시 신선한 문체,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대인의 고뇌와 무력감을 핍진하게 묘사하면서도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다루어 호평받았다. 놀라운 신예의 탄생을 알렸던 《무중력증후군》은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거치며 종말론이 팽배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근작 《불타는 작품》이 국내 출간 전부터 영미권에 수출될 만큼 어느덧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윤고은의 출발점을 톺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난 《무중력증후군》은 특별한 의미와 감동을 준다.
추천사
강유정 (문학평론가)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은 당돌한 소설이다. 작가는 달의 증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지금, 이곳’의 삶을 흔들어놓는다.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는 가볍고 매서운 문장으로 세상을 겨눈다. 이 벼려진 문장 속에서 세상은 돌연 낯설어진다.
박성원 (소설가)
이 얼마나 놀라운 허구의 확장인가! 그리고 이 놀라운 허구의 확장 속에는 뉴스에 목말라하고 비루한 일상에 찌든 현대적 삶의 알레고리가 담겨 있다. 그렇다. 작품의 생명력과 시의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심진경 (문학평론가)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은 달의 복제와 증식이 지구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다. 부동산 투기나 포르노의 일상화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무한 팽창과 소멸을 달의 시선으로 포착하되 지구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원시(遠視)와 근시(近視) 혹은 거시와 미시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작가는 현실을 포착하는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유지한다.
이명원 (문학평론가)
《무중력증후군》은 심각한 현실의 비애를 함축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못 활달한 유머를 통해 상대화하는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 덕분에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다.
정이현 (소설가)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묘한 소설이다. 낄낄 웃으며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비범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 보잘것없고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한강 (소설가)
달처럼,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사람의 살가운 글맛이 느껴진다. 기지가 반짝이는 작품이다.
홍기돈 (문학평론가)
일상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새로움의 가능성이란 일상의 성찰일 때 비로소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법. 《무중력증후군》의 발랄한 환상이 경박함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러한 미덕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황석영(소설가) . 도정일(문학평론가) . 김인숙(소설가)
《무중력증후군》을 읽다가 몇 번인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작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은유와 농담과 알레고리로 표현하며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그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