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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아직 그럴 용기가 없다고 용기 있게 말하기
단정하되 자유롭게
30대에 운전을 못 하면 벌어지는 일
해외여행이 싫어질 때
텍스트힙을 즐기는 방법
나는 무알코올 맥주를 좋아한다
두 사람이 합칠 수 있는 것들
노력하지 않고 유명해지기
작은 집에 사는 기쁨
아무것도 되지 않으려야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공중목욕탕의 섹슈얼리티
때로는 식물을 돌보는 마음으로

2
여전히 당신들의 팬이야
정규직은 천국에 가지만 비정규직은 어디든 간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우리를 목적지로 인도한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준 모든 여자들에게
남매의 겨울 산행
어느 결혼식의 오점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마법의 주문
건물주가 되기 위한 조건
그때 그 끼순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저자 소개
저자 : 정규환
1990년 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잡지 에디터부터 영화 마케터, 바리스타까지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내 속도대로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다. 프리랜서로 틈틈이 인터뷰를 하고 에세이를 써왔으며 〈빅이슈코리아〉, 〈오마이뉴스〉, 〈뒤로〉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실었다. 도시생활자를 위한 메일링서비스 ‘정규환의 개인사정’을 운영했고, 동명의 팟캐스트를 진행 중이다. 하루 중 오전에는 주로 집과 카페에서, 저녁에는 삼각지의 개인 사무실에서 일한다. 그 사이사이 살림과 산책을 하고, 나이 든 반려견을 돌본다.
웹사이트 kyuhw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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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팍팍한 이 도시를 간단히 미워하지 않기로 한
어느 도시생활자의 명랑한 사정
유명한 연예인이 해외에 나가 먹고 놀고 장사하는 예능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당신, 인근에 숲이 있으면 ‘포레’, 지하철역이 가까우면 ‘센트럴’ 등속의 단어가 들어가는 아파트가 ‘좋은 주거지’의 기준은 아닌 당신, 서울을 벗어나면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 걸 알지만 1분 단위로 정류장에 도착하는 ‘대중교통’의 신속함을 포기하기 어려운 당신. 《사랑을 찾아갈 거야》는 그런 당신에게 당신만 그런 건 아니라고 도닥이며 말을 거는 책이다.

물려받은 재산도 내 소유의 아파트도 남다른 스펙도 없는 젊은 도시생활자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생존과 더 닮아 있다. 저자는 일단 이 도시에 발붙이기로 했다면 당장 오늘내일의 일상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아보기로 한다.
하루 한 끼는 반드시 정갈하게 놓인 밥과 반찬을 수저로 들며 살아갈 힘을 다시 한 번 내고, 생활을 뒤로한 채 ‘스카이스캐너’ 최저가 항공권에 기대어 도망치듯 떠났던 해외여행은 그만두기로 한다. 작은 집의 크기에 맞춰 꼭 필요한 것들로만 공간을 채우는 경험이 주는 해방감을 예찬하고, 다른 사람들이 회사에 출근할 때 뙤약볕 아래서 식물을 돌보며 허한 마음을 메우기도 한다. 일상이 탄탄해야 거기 발 딛고 선 내가 잘 자랄 수 있으므로.

일상이 있어야 여행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확실한 건 예전처럼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으로 도망가지는 않을 거란 사실이다. 그럴 마음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더 자유롭다.(46쪽)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다고
용기 있게 말하기
저자는 스스로를 “끼도 일틱(게이 사이에서 쓰는 용어로 ‘일반 남성’스러운 매력)도 애매한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잡지 에디터, 영화 마케터, 바리스타까지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여럿 샛길을 내어온 자신의 경력이, 다양한 재능과 걸출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할 때 굉장히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수련회의 장기자랑 시간을 떠올린다. “규환이 너 춤 한번 춰볼래?”라는 선생님의 갑작스런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얼결에 오른 무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스스로도 영 탐탁지 않은 춤을 출 용기 대신, 당장 하고 싶지 않은 건 안 할 용기를 내어보겠다면서.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다고 용기 있게 말하기란, 종잇장처럼 얄팍한 앎과 경험을 풍선만큼 부풀리는 것이 ‘자기표현’이나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미덕으로 자리 잡은 이 시대를 돌파하는 저자만의 묘법이다. 저자의 태도는 단순히 싫은 건 안 하겠다는 꺼드럭거림과는 다르다. ‘그럴 용기가 없다’는 호기로운 마음의 근간에는 비록 소박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든 나의 만족을 부끄럽지 않게 추구하면서 잘 살아보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전 그런 용기가 없어요’를 말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대담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선생님에게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 지금은 못 하겠어요. 제가 하고 싶을 때 제대로 할게요.”(23쪽)

“이게 바로, 대한민국 서울이지.”
불친절한 도시에서 온몸으로 사랑할 것들을 가꿔온
퀴어 시티보이의 오늘을 사는 감각
서울에서 나고 자란 90년대생 게이인 저자에게 서울은 어떤 곳일까. 호모포비아에게 오물 테러를 당하고 6월이면 시청 곳곳에서 ‘동성애 반대’ 현수막을 보기가 예사지만 한 시절 마음을 나눈 여자친구들과의 추억의 배경이 되는 곳,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자마자 불수리 처분을 받을지라도 그걸 반려한 담당 공무원의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진심 어린 인사를 들을 수 있는 곳,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아직은 누군가에겐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내일은 다를 거란 기대를 꿈꿀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의 도시생활자에겐 이런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도시’ 하면 드는 보통의 마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이 도시를 간단히 미워해버리기란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세밀한 시선으로 도시 생활의 명과 암을 저글링 하듯 펼쳐 보인다. 세밀한 시선의 기저에는 그 모든 나쁜 것에서도 아직 싹트지 않은 사랑의 씨앗을 발견하려는 삶에 대한 성실이 자리하고 있다. 대체로 불친절할 때가 더 많은 대도시의 언저리에서 그럼에도 이 한 몸 보듬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사랑을 찾아갈 거야》는 그런 당신이 기다려온 책일 것이다.

세상이 이토록 어지럽고 소란스러운데, 그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부단하게 사랑을 이어가는 이의 뒷모습을 사랑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사랑을 이어 나가려는 꾸준함과 성실함의 기록이다.
_황인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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