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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광개토대왕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광개토대왕릉비
그럼 더 해석해 볼까
비석이 세워진 진짜 이유
《삼국사기》 속 광개토대왕

2. 김해로 가보자
중국집 영의루
김해에서 확인해야 할 것 세 가지
대성동 고분군, 그중에서도 29호분
나라에서 철이 나므로

3. 대성동고분박물관
잘생긴 디자인의 박물관 건물
무덤의 변천 과정
여러 지역에서 모인 유물들
일본과의 교류

4. 국립김해박물관
검붉은 표면의 건물
가야의 여러 국가들
김해 가야의 범위
보물 1922호 금동관으로 본 금관가야
금관가야의 무기 체계
4세기 시점 일본
다시 광개토대왕릉비를 생각하며
400년 전후의 구체적 모습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것

5. 사라진 비밀의 책, 《개황력》
김해 구산동 고분군
금관가야 마지막 왕 김구해의 흔적
《삼국유사》와 《개황력》
신화의 탄생을 추적하다
신라 김씨의 시조 김알지
수로왕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6. 경주에서 찾아보는 흔적
다시 이어지는 여행
대릉원
고대 왕들의 전설적인 수명
왕비 족의 등장
다시 살펴보는 수로왕과 허황후

7. 김 씨라는 성
국립경주박물관
황금의 나라, 신라
신라 왕 이름, 김진흥
김알지 원래 이름은 금알지?
발음 이름과 뜻 이름
문무왕릉비와 소호금천 씨

8. 삼한일통
삼국 통일 시대 가야인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문무왕을 화장한 능지탑지
사천왕사로 가는 길
비석을 찾아보자
신라 말 왕건의 전설
한 유명한 거북이 이야기
전해져 오는 또 다른 거북이 이야기
마지막으로 여행을 정리

에필로그
참고 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황윤
작가.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 혼자 박물관과 유적지를 찾아 감상·고증·공부하는 것이 휴식이자 큰 즐거움이다. 대학에서는 법을 공부했다.
유물과 미술 작품에 대한 높은 안목으로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관련 일을 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 교양을 대중화하고자 글을 쓴다. 삼국 시대와 신라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박물관 보는 법》, 《도자기로 본 세계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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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광개토대왕릉비에 언급된 가야
고고학으로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하다

이야기는 부산의 석당박물관에서 만난 광개토대왕릉비에서부터 시작된다.

百殘新羅舊是屬民由來朝貢(백잔*과 신라는 과거 고구려의 속민이 된 이래 조공을 바쳤는데)
而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新羅以爲臣民(왜가 신묘년 이래 바다를 건너 백잔 ▨▨ 신라를 함락(破)하고 신민(臣民)으로 삼았다.)
*백잔 : 백제를 낮춰 부르는 말

두 번째 문장에서 ▨▨로 표기된 글자는 훼손된 부분으로 명확하지 않지만, 가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문장은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증거로 쓰이고 있다. 임나는 가야 지역을 의미하니, 광개토대왕릉비는 왜가 가야를 거점으로 백제, 신라를 점령했음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과연 정말일까? 저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해로 이동한다. 김해에 도착하여 찾은 곳은 대성동 고분군이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고분은 29호분이다. 봉분은 없어졌으나 고분을 발굴하기 전의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철로 만든 큰 칼, 화살, 청동 솥, 특히 금동관 등 출토된 유물을 통해 당시 왕이라 부를 수 있는 자를 묻은 최초의 무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크지 않은 봉우리 형태였으니 만들어진 시기는 3~4세기, 따라서 고구려 5만 대군이 오기 전에 만들어진 고분이다.
광개토대왕릉비는 414년에 세워졌다. 비에 적힌 신묘년은 391년이며, 고구려가 신라의 부탁을 받고 5만 대군 원정으로 백제와 가야를 토벌한 시기는 400년이다. 왜는 400년 이전까지는 백제와 가야를 통해 철기와 그 외 고급문화를 받아온 입장이었고, 가야, 백제 세력이 약해진 후에야 본격적으로 철기 문화가 발달한다. 가야에서 출토된 유물이 이를 증명한다. 즉, 391년에 일본이 백제, 신라, 가야를 점령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미이다.

이 비문 해석에 대해서는 19세기 후반 이후 지금까지 정말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한일 간 민족주의적 관점이 투영되어 서로 유리하게 보는 경향을 거쳐 현재는 한·중·일 학자들 모두 저 문장을 그대로 읽고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당시 일본이 바다를 건너 백제, 신라 등을 함락시키고 통치할 수 있는 실력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고고학적으로 비교하여 논리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개토대왕릉비에는
왜? 백제를 능멸하고 왜를 옹호하는 글이 새겨졌을까

답은 371년 백제 근초고왕의 고구려 침공에서 찾을 수 있다. 세력을 키워가던 백제는 3만 대군을 평양으로 보냈고, 광개토대왕의 할아버지였던 고국원왕이 전투에서 사망하고 만다. 광개토대왕 집권 이후 백제는 꾸준한 공격 대상이었고, 396년 백제는 결국 고구려에 항복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구려와 통교를 맺은 신라를 공격한다. 그리고 이것이 고구려의 5만 대군 남방 원정으로 이어졌다. 고구려가 백제를 낮추고 고구려의 힘을 과시하는 글을 남긴 것은 당연한 순서다. 오죽했으면 광개토대왕릉비에는 백제도 아닌 백잔(百殘) 이라고 백제를 한껏 낮춰 부르고 있다.

직접 남긴 역사조차 없는 가야
그런데 1세기 인물인 김수로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백제, 신라, 고구려만큼의 유명세는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야와 그의 시조 수로왕을 들어봤을 것이다. 김수로는 성씨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본관을 차지하는 김해 김씨의 시조이기도 하다. 그러면 가야의 맥이 끊기고 직접 남긴 역사조차 없는 와중에 1세기 인물인 김수로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그의 난생설화와 구지가는 어떻게 우리에게까지 알려진 것일까.

13세기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의 ‘가락국기’ 부분은 가야에 관한 유일한 기록이다. 이것은 11세기 고려 문종 때 김해에 파견되어 지방관을 지낸 문인이 편찬한 《가락국기》를 요약한 것이고, 이는 《개황력》이라는 책에서 왔다는 언급이 있다. 개황이 “금관가야라는 황국을 개창하였다.”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하니, 《개황력》은 수로왕의 건국 설화를 중심으로 구형왕에 이르기까지의 연대기를 편찬한 것으로 빨라도 6세기 후반, 이는 곧 가야가 멸망하고 난 후의 기록이라는 점이 특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연은 왜 《삼국유사》 기이 편 '가락국기'를 실으며 6가야 중 유독 금관가야 이야기만을 남겼을까.

이는 가야 패망 이후 신라에서의 가야인 위상을 통해 증명된다. 가야계 출신인 김유신 장군의 증조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이었다. 또 그의 여동생이 태종 무열왕의 왕비가 되어 왕비족이 되었고, 결국 삼한일통의 왕 문무왕은 가야계 왕이었던 것이다. 이는 가야는 사라졌지만, 금관가야인의 영향력은 결코 소멸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야의 난생설화는 가야 패망 이후 계속 보완되었고, 금관가야의 역사서인 《개황력》이 가락국기의 유일한 자료로 남을 수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다음은 성씨 문제다. 김씨는 한반도에 언제 출현했을까. 김수로, 수로왕의 성씨는 김씨다. 지금의 성씨 문화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로왕이 있었던 1세기에는 성이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 이야기는 분명 후에 덧대어진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개황력》을 인용한 글에 “수로왕의 성은 김 씨라 하는데, 즉 나라의 조상이 금색 알로부터 나온 까닭으로 금으로 성을 삼았다.” 라는 언급이 있다. 성씨의 사용이 신라 진흥왕 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가야의 시조 수로왕 전설은 결국 진흥왕의 이름이 김진흥으로 언급된 6세기 중반보다 뒤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수로왕의 이름 디자인 형식을 미루어볼 때도 수로왕을 언급한 《개황력》 또한 최소 6세기 후반 이후에 정리된 책임을 증명한다. 수로왕이 현재 김수로로 성씨를 갖게 된 배경만 보더라도, 신라 내에서 가야인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신라의 왕족과 같은 김을 성으로 부여했다.

이 책은 이처럼 당대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상상력으로 가득한 신화에 하나하나 덧붙여진 이야기들을 걷어내는 과정을 통해 베일에 싸였던 가야의 진짜 역사를 찾아 함께 읽어내려 가는 묘미를 선사한다.

가야인의 거대한 흔적
삼한일통의 접착제와 같은 역할, 더 나아가 민족 의식의 시작점이 되다

금관가야는 6세기에 멸망했지만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삼국 통일 시기 대단한 업적을 세운 이들이 가야계 신라인이었으니 김유신과 문무왕이 바로 그들이다.

9세기 통일신라의 대표적 문장가인 최지원은 당나라 태사시중께 올리는 글에서 “삼한이 곧 삼국이며 마한은 고구려, 변한은 백제, 진한은 신라”라고 말하였다. 신라는 당나라와의 결전을 통해 한반도 내 종족을 하나로 묶으면서 삼한일통 의식을 유달리 강조하였으며, 이것은 최초로 등장한 한반도 내 동일 민족의식이라 불릴 만한 사건이었다.
《삼국사기》의 김유신 열전에는 “삼한은 한 집안이 되었고 백성은 두 마음을 갖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고려인인 김부식의 기록으로 “삼한=삼국”이라는 인식이 신라를 거쳐 고려 시대에도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조선 전기까지 이어진 “삼한=삼국” 이라는 인식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실학을 통해 역사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야 역사가 다시금 부각되면서 “삼한=백제, 신라, 가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신라가 구축한 삼한일통 의식이 고려에 이어 조선까지 수백 년에 걸쳐 당연하듯 인식되어온 것은 한반도 역사에 있어 최초로 등장한 민족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다름 아닌 가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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