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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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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1 우리의 길고 아픈 밤_암환자의 딸
부모님의 병상 일기를 톺아보다 11
암을 진단받은 세 아이의 아버지 16
브레이킹 배드 뉴스 22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나야 하는 이들에게 29
잿빛의 시간 39
몸에 박힌, 몸이 아닌 것들 49
조언보다 관심을 60
평화로운 마지막 3개월을 위하여 68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가 80
바람 저편에

2
당신의 삶을 지키고 싶습니다_암환자의 주치의
종양내과는 뭘 하는 곳인가요? 99
환자들은 왜 대체 요법에 의지하는가? 109
휴대 전화 번호를 주실 수 있나요? 117
해줄 것이 없는 환자 127
병원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 140
당신의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149
제발, 마지막 소원입니다 157
건강을 도로 주소서 168

# 3
삶은 잠시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_엄마가 되어
부모의 마음 185
나는 네 편이다 191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195
내가 고자라니! 199
신천역에서 204
내 인생의 대머리들 207
내가 암환자가 된다면 216

에필로그 227
저자 소개
저자 : 김선영
14년 차 내과 전문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및 전임의 수련을 받았고, 국립암센터를 거쳐 지금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에서 일하고 있다.
대장암, 부인암, 희귀암 환자들을 진료하며 길어낸 고통과 죽음에 대한 사유, 일상을 그리고 쓴다.
https://brunch.co.kr/@cathykim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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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7년 만에 복기해본 아버지의 죽음
“슬픔을 안고 산다고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를 일찍 떠나보내고 앞만 보며 달려온 저자는 우연처럼 아버지 투병 당시 부모님이 함께 써 출간했던 투병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며 해묵은 상처를 직시하게 된다.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는 무력감 한가운데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 이 비극에서 한발 물러나 있기가 너무 힘이 든다. _33쪽

다시 펼쳐본 부모님의 일기는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 가족이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고통이 어떻게 일상이 되어가는지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의사가 되어 톺아보니, 지나버린 그 일상을 조금 더 평온하게 유지하거나 조금 더 특별하게 장식했을 수도 있었다며 후회한다. 한편으로 그때는 암환자의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암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말들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의사란 어떤 존재인가?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만났지만 항상 충분하지 않은 설명과 냉정한 말로 아픈 우리에게 마음의 상처까지 주는 멀고도 어려운 존재가 아닌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모든 죽음을 다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죽음은 그 무게만큼 힘겹고 슬프며, 그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어내는 병동 간호사들은 종종 극심한 소진에 빠진다. 의료인인 우리들은 죽음의 민낯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_85쪽

저자 스스로 정의내린 의사는 환자에게서 죽음이라는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어 그 아래 약간의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사람이다. “3시간 동안 40명.” 이것은 그녀가 외래진료실에서 만나야 할 환자의 수다. 덤덤히 긴 치료의 여정을 겪어내는 저자에게 힘든 일 중 으뜸은 바로 어린 자녀를 둔 환자를 대하는 일이다. 저자 또한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윈 유가족이기에. 남아 있는 몇 주의 시간 또한 엄연한 삶이기에, 그 시간을 온전하게 채우는 방법을 알려주려 고민하고, 말을 고르고, 그리고 여전히 부족하다며 자책한다. 세상을 떠난 환자에게 쓴, 미처 보내지 못한 편지는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조언을 담고 있다.
아빠를 잊을 수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슬픔은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외면할 수도 없죠. 하지만 슬픔은 영원히 괴로워해야 할 낙인 같은 것은 아니에요. 슬픔을 안고 산다고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당신을 기억하고 슬퍼하겠지만, 그것이 그 아이의 행복을 갉아먹진 않을 것이니, 먼 곳에서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_38쪽


패배하기 마련인 죽음과의 투쟁 중인 당신에게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기를, 잃었지만 잊지 않기를

인간이 태어나서 3개월, 즉 백일까지를 삶에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죽기 전 3개월은 죽음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수많은 그 죽음의 과정을 지켜본 데다 아버지의 죽음까지 일찌감치 겪은 터라 그 어떤 죽음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하며 그 어떤 죽어가는 이의 고통도, 그를 알고 사랑해온 사람들의 슬픔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음을 깨닫는다.

병원에서 슬픔을 공부할 기회는 언제나 있지만, 그것을 일상에서 건져 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것부터 시작하자. 죽음을 안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타인의 슬픔의 깊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저리 너머 저 심연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 _86쪽

죽음을 앞둔 사람과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도 깊고 진지하다. 병에 좋다는 정보나 음식을 검증하지 않고 권하는 일이나, 곧 좋아질 것이라는 대책 없는 희망, 간절하게 기도하면 이뤄질 것이라는 신앙이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꼬집는다. 선의를 행하는 내가 주는 마음보다 “상대가 받는 마음을 더 중심에 놓는 것”이 바로 위로의 핵심이라고 당부하며 가족의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그 누구도 엄마에게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고맙다고,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아픈 남편을 돌보는 삶 그 자체를 걱정했고, 남편 없이 살아갈 날들을 걱정해주었지만, 엄마의 삶을 긍정하고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엄마는 이에 죄책감과 회피라는 방어기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_91쪽

더 이상 손쓸 수 없이 암이 진행된 환자들에게는 통증 완화를 위한 길을 안내하며 협조를 요청한다.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마지막은 의료진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통제에 중독될까 봐, 통증을 참지 못하면 암이 자랄까 봐, 무뚝뚝한 의료진이 불편해 통증을 말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스스로 통증을 평가하고 말하라고 독려한다.
또한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지금 ‘사전돌봄계획’을 세울 것을 권한다. 사전돌봄계획이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죽음의 과정에서 어떤 돌봄을 받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1.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2. 가족과 친구들이 알고 기억했으면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3.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것이 나에게 중요할 것인가?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 질문에 당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내며 위 질문에 답하다 보면 상실과 부재가 아닌, 채우고 나누는 전에 없던 죽음의 가능성을 믿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울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울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죽음은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비극이 아니며, 당신의 비극 역시 당신만이 겪어야 하는 운명적인 고통은 아니니 부끄러워 말고 마음껏 울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슬픔은 의외로 도처에 널려 있고 우리는 모두 슬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_228쪽,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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