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손흥민의 축구 인생을 완벽하게 구축한
아버지 손웅정의 독서 노트, 그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이야기!
2023년 3월 손웅정 감독은 영국에서 그간 작성한 독서 노트 여섯 권을 챙겨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손흥민 선수를 포함해 가족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이 노트를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요.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도 없었기에 스스로는 보잘것없다고 겸손히 이야기하지만 그가 독서 노트에 축적해온 시간에는 그가 온몸으로 부딪치며 통과해온 질문들, 난관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여기게 해준 지혜로운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손웅정에게 독서는 자신에게 지금 간절하게 필요한 문장을 찾고 그 통찰을 발판 삼아 지금 처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였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을 잘 살아나갈 것인가, 책과 저자의 지혜를 빌려 멀리 보고, 깊이 보고, 넓게 보는 노력이었던 것이죠. 그랬기에 손웅정은 노트 필사를 가리켜 자신이 읽고 쓴 것을 몸이 이해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합니다. 노트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글씨를 쓰는 일과 같았다고요. 손웅정 감독은 좋은 책을 찾으면 최소 세 번 이상 읽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검정 볼펜, 두번째 읽을 때는 파랑 볼펜, 세번째 읽을 때는 빨강 볼펜을 사용해 노트에 옮겨 적습니다. 외울 문장에는 줄을 긋고 사자성어나 새길 단어에는 별 표시를 하고 더 공부할 생각거리들은 메모하며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노트에 필사합니다. 쓰지 않으면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이 책이기에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지요. 그 내용은 역사, 인물, 상식, 고전, 영어, 한문, 운동 등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고 필요 없는 걸 버리며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손웅정만의 ‘공부’ 그 자체였습니다. 그 공부는 “눈은 나부터 쓰는 거”라는 기본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삶이란 성공 말고 가치를 좇는 과정이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의 나날이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플레이 자체를 얘들은 좀 다르게 하네,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요. 물론 경기에서 이기면 좋기야 하겠지만, 저는 일단 경기력을 따지는 거예요. 경기력이 우세해도 패할 수 있어요. 열 골 먹어도 돼요. 왜? 제 목표는 지금 열 골 먹고, 스무 골 먹어도, 후에 열다섯 골로 줄이고, 열 골로 줄이고, 다섯 골로 줄이고, 두 골로 줄이고, 한 골로 줄여가며, 제가 원하는 축구에 색을 한번 칠해보겠다는 거니까요. 평생의 꿈이라면 그거 하나예요. 저는 이기기 위한 뻥 축구는 절대로 안 해요. 예의가 살아 있는 축구를 하고 싶은 거예요. 전 다 제쳐두더라도 이 표현을 꼭 한번 듣고 싶은 거예요. “야, 참 아름답게 축구한다.” _「코치」
매번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간순간 바뀌는 공간 정황을 빠르게 인지하며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즉흥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몸으로 상대와 부딪치면서 계속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운동장에서처럼, 우리는 삶에서도 실수하고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시간으로 극복하며 자기 것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완전한 사람도 완성된 사람도 없기에 계속 청소하고 고민하고 운동하고 책을 읽자고 손웅정 감독은 우리에게 권합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진짜 사람답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물론 삶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사는 거 모두와 똑같은 삶이 아니라, 생각 없는 삶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숙고하는 시간을 어쩌면 이 책은 선물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사색」). 적게 얻으려면 적게 희생해도 되지만 많은 것을 얻고자 하면 많이 희생해야 한다는(「기본」) 사실은 우리가 손에서 버리지 못하고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가치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제 침대가 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거든요. 그래야 그 양쪽 면을 다 청소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 두면 침대와 벽 사이에 딱 제 한몸 들어가 뉘일 공간이 생기는데 그 모양새가 딱 관 같더라고요. 저는 하루에 한 번씩 거기 딱 누워봐요. 그러고는 하루를 돌아봐요. 오늘 하루로 삶이 끝난다고 했을 때 무엇이 가장 후회되는 일일까. 그렇게 해서라도 후회를 챙기는 거죠. _「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