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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고통을 보여주는 일

1장. 새롭고 특별한 고통이 여기 있습니다

좋아요와 리트윗, 그 이상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뉴스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

2장.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날씨는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거짓말
재해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는가
아픔이 혐오가 될 때
빈곤 포르노를 넘어, 개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의 책임
어떤 이야기는 이름을 갖지 못한다

3장. 나와 닮지 않은 이들의 아픔

우리가 알고리즘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트리거 워닝: 눈길을 사로잡거나 돌리게 하거나
고통의 현지화가 필요할 때
지역에서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
만들어진 전쟁, 젠더 갈등

4장. 세계의 뒷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그저 뉴스거리로 끝나는 많은 일들
연민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언어, 계급, 인종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언어
사적 애도를 위한 공적 애도

나가며: 영원히 움직이는 텍스트
참고한 책들
주
저자 소개
저자 : 김인정
경계를 넘나드는 저널리스트.
광주MBC 보도국에서 주로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10년 동안 사건 사고, 범죄, 재해 등을 취재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고통의 규모와 수치뿐만 아니라, 사건의 감춰진 맥락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 왔다. 법조 비리와 기업 부패를 고발한 기사 등으로 방송기자상을 네 차례 수상했다. 인권의 의미를 확산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왜곡된 역사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5.18 언론상을 받았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즘을 꿈꾸며 UC버클리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UC버클리 탐사보도센터에서 사회 양극화와 인종 차별 문제를 취재하고, 소셜미디어와 마약 문제, 시민 운동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The Nation, CNN 등 외신을 통해 한국의 참사와 학살을 보도하기도 했다. 언어와 인종, 계급을 넘어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아픔에 어떻게 가닿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탐사 보도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뉴스를 완성하는 기자이지만, 뉴스보다는 뉴스가 끝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슬픔을 다루는 데 서툰 사회에서, 함께 뒷이야기를 써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의 태도를 고민하고자 한다. 지금은 미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언론사와 협력하여 취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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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는 이색적인 죽음에만 즉각 반응한다”
‘고통의 포르노’를 넘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고통의 균형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중 뉴스의 거름망을 통과하여 우리가 보게 되는 고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극적이며, 이색적인 고통이라는 것이다.
2022년 SPC 제빵 노동자 끼임 사고는 산업재해로서는 이례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많은 기사가, 노동자가 소스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어떻게 끼었는지, 죽음의 순간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훼손된 신체로 충격을 주고 나서야 대중이 반응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보이는 고통’만 주목받는 사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보여줄 수 없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끼임 사고로 신체가 절단되는 일뿐만 아니라, 고압 전류를 다루는 전기원들이 연달아 백혈병에 걸리는 일에도 관심을 둔다. 꼭 ‘스펙터클한’ 고통만 보여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한 고통이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되지 않는 패러독스 속에서, 저자는 잘 보이지 않는 고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는 위계를 부여하여 기우뚱해진 고통의 저울에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고치다 숨진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하루에 6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_p.100

“고통은 어떻게 드라마가 되는가”
뉴스는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는 해낸 것

2023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대중의 이례적인 공분에 검찰총장까지 나섰고, 대규모 로펌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1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자칫 묻힐 뻔한 인화학교 성폭력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딱딱한 뉴스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했다는 것, 그럼으로써 뉴스가 만들어내지 못한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뉴스에 등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현란한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지금, 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에 마음을 포개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뉴스의 위기를 직면하며, 저자는 “뉴스는 세상의 수수께끼들을 보여주지만,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불완전한 매체”임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뉴스는 보는 것에서 끝나는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기자와 시청자가 함께 뉴스를 완성해 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을 읽은 김지수 기자는 “단죄하거나 단정하지 않는 저널리스트가 있는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1장에서 고통을 소비하는 세태를 진단한 저자는, 2장에서는 사회가 납작하게 대상화하는 고통의 맥락을 복원한다. 3장에서는 나의 타임라인에서 소외된 낯선 고통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변화로 꿰어낼 공적 애도의 자세를 제안한다. 공동체가 뉴스의 뒷이야기를 써 내려가도록 독려하는 이 구성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선연한 지도가 된다.

‘나일 수 있었다’는 무책임한 말들,
알고리즘과 구독에 갇힌 타임라인을 빠져나와 세계와 접속하는 법

“그들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 2022년 다니엘 해넌 전 영국 보수당 의원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일컬어 한 발언은 국제적인 논란을 즉시 불러일으켰다. 선의에서 비롯되었을지언정, 순식간에 유럽 바깥에서는 생명이 위협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떳떳한가. 홍콩 시위 때 많은 매체가 우리가 자주 가는 관광지이며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였다는 등의 수식을 더했다. 참사와 재해를 전하는 뉴스에서 “나일 수 있었다”는 경구는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고통을 마주했던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주축으로 뉴스의 소비가 극도로 개인화된 시대, 우리가 다른 집단과 사회, 지구 공동체를 감각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극도로 편향된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공감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나와 연관되지 않은 일 역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테두리를 빠져나와 더 큰 ‘우리’의 세계를 생각하는 길을 알려준다. 이는 나의 가시권 안에 한정된 연민으로 흐트러진 고통의 질서를 복원하고, 좁은 타임라인에서 빠져나와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하는 익숙한 경구는 늘 애도를 사적인 영역으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는 ‘공적 애도’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최악의 고통과 끔찍한 상실을 겪어낸 뒤, 사건을 공론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 앞에 고통을 꺼내든 사람은 취약해진다. 그들을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고,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며 힐난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부정과 분노를 이겨내고,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하면서까지 고통을 들고 일어선 이들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상실과 슬픔, 우울과 기억의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자 하는 그들을 위해, 우리는 성실하게 슬퍼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무엇을 잃었는지 사유하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파편으로 남겨진 외로운 사적 애도를 위해, ‘왜’, ‘무엇을’, ‘어떻게’를 이야기 속에 채워주어야 한다. 이때 애도가 정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어떠한 죽음과 상실은 사회의 결핍을 가시화된 기호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한 죽음은, 그들이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미래를 향해 있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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