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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묵주
달의 바다
마틸다
쳐 죽여도 시원찮을
거울의 반역
슈가 대디
쓰디쓴 단맛
하늘 유목민
무늬와 색채

해설
중력의 비극과 숙명의 인간상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최임수
부산 출생. 부산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MBC 라디오에서 평생 PD노릇하다 늘그막에 한국농어촌문학상에 「달의 바다」로 대상을 수상하며 소설의 길로 나섬.
『한국소설』 『월간문학』 『문학저널』『아라문학』 등에 단편 발표.
장편동화 『써니야 기억하니』(명예의 전당, 2003) 출간.
포천38문학상 우수상(중편소설 「꽃무지 날다」), 제8회 한국항공문학상 대상(단편 「하늘 유목민」) 수상.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작가회의 회원. 한국예총문학분과 대의원. 계간 『문학저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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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은
최임수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9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고 있다. 자유 죽음 혹은 사라짐(「묵주」), 욕망이 부른 파국적 유산(「달의 바다」), 악동을 만드는 사회(「마틸다」) 지식과 권력의 음험한 유착(「쳐 죽어도 시원찮을」),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한 변신(「거울의 반역」), 교환관계가 된 성의 문제(「슈가 대디」), 근친상간이 초래한 파탄(「쓰디쓴 단맛」), 항공소설(「하늘 유목민」), 성 정체성과 젠더 트러블(「무늬와 색채」)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나고 있다.

「묵주」는 한 여성이 추구한 삶의 영적 지평을 서술하고 있다. 이 여성은 할머니의 영향으로 종신서원을 한 “루치아” 수녀가 되었다 환속을 한다. 의료 사고로 형을 살고 나와 생을 환멸하는 남성을 사랑하게 되며, “39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 사이에 아이가 생기자 남성이 떠나면서 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연속성으로 간직하기 위하여 “영원을 향해” 사라짐을 선택한다. 그것은 영혼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문제를 넘어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낭만주의가 그노시즘(영지주의)과 결합한 수준 높은 관념소설이다.

「달의 바다」는 한국농어촌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금기를 위반하는 성적 욕망이 폭력과 파국을 초래하며 어떻게 삶을 파괴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중학생인 ‘용주’에 가해진 “아버지의 둘도 없이 막역한 친구 용배 아저씨”의 강간은 다시 아버지에 의하여 “용배 아저씨”의 죽음으로 귀결하는 폭력의 연쇄 과정으로 이어진다. 달의 인력에 이끌리는 바다처럼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휘말림은 두 가족의 관계를 부수어 놓는다. 순식간에 친구가 원수가 되는 사건은 인력을 넘어 바다가 부른 숙명처럼 보인다. 단짝이던 ‘용주’와 ‘명희’ 또한 그녀들의 아버지들처럼 증오의 대상이 되고 만다. 남성지배의 폭력은 이미 ‘용주’의 어머니에 가해진 아버지의 폭력에서 나타나는데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전이가 포구 마을에서 바다 물결처럼 일어난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용주’와 ‘명희’는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 화해의 바다에 이르는 소설로 욕망과 치유, 폭력과 화해를 모두 말하고 있다.

「마틸다」의 “내 나이 열 하고도 셋. 이미 세상을 다 살아버린 느낌이야.”라고 고백하는 주인공은 일인칭 서술자이다. 엄마의 가출과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이미 자기식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고서 살아가는데 영화 속의 인물과 동일시를 통하여 자아 정체성의 환상을 유지하려 한다. 본디의 “연이”가 아니라 영화 「레옹」에 등장하는 “마틸다”의 가면을 쓴다. 집도 가족도 없는 현실 속의 자아가 아니라 ‘레옹’의 보살핌을 받는 영화 속의 ‘마틸다’와 상상적 관계인 자아로 살아간다. 난폭하고 부도덕한 세상을 영화 속의 환상으로 대체함으로써 불쌍하고 가련한 소녀가 아니라 당당하고 아름다운 ‘마틸다’가 되어 자기 이상을 추구하며 자기 이야기를 서술한다. 작가는 일인칭 고백적 서술자를 내세워 소녀의 낯선 상상을 통하여 현실과 환상이 긴요하게 밀고 당기는 과정을 연출하면서 세상의 위악을 증거하고 있다.

「쳐 죽여도 시원찮을」의 처음은 영화가 끝난 영화관에 남은 한 남자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저명한 인지심리학 전공 교수 ‘박인덕’은 모 기관에 제출한 연구 보고서가 시국 공안 사범을 고문하는데 이용된 사실을 알고서 대학에 사표를 내고 은둔의 삶을 선택한다. “징벌적 자기소멸로 방향을 정하는 것”을 결심하고서 고시원에 유폐 생활을 한다. “그저 겨우 존재하기, 살아있되 살아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최상의 징벌”을 통한 “반성과 속죄의 길”을 찾아나선 셈인데 고시원조차 억울함의 분노를 품고 사는 “건축 공사장 감독”의 존재가 방해가 되면서 더 깊은 고통의 길을 다시 찾아 나선다. “급격한 자신의 절멸”을 선택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나던 차에 동승한 그는 “한 인간을 잡으러 갑니다. 짐승만도 못한 놈을. 쳐 죽여도 시원찮을 놈을요.”라고 외친다. 인물의 행위를 따라가며 작가의 개입을 자제하는 객관적 서술이 돋보인다.

「거울의 반역」은 가족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면서 욕망과 권력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1987년 유월 항쟁 당시 대학의 총학생회장으로 운동권 출신인 ‘장을태’가 서북청년단 출신의 기독교 가문의 여성과 결혼하면서 전향과 변신을 거듭한다. 방송사에 취직한 뒤에 어머니를 통하여 친일파 집안의 내력을 알고 나서 그는 노조 위원장을 그만두고 정계 진출에 성공하여 본래 지녔던 이념적 지향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 부정적 동일시라는 권력의 관계에서 완벽하게 변신을 수행하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친일 진상규명법”을 반대하는 데까지 이른다. 소설의 결말에서 왼쪽 얼굴에 난 점이 거울 속에서 오른쪽에 붙어있는 사실을 자각하듯이 그에게 실재와 허구는 쉽게 자리를 바꾼다. 이처럼 이 소설은 욕망과 권력의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 사회의 첨예한 주제인 친일파와 보수 기독교의 정치경제학을 전면으로 들추고 있는 작품이다.

「슈가 대디」는 교환관계가 된 성의 문제를 다룬다. 실직하고 이어서 소위 말하는 ‘졸혼’을 하고 암 투병으로 생의 끈을 근근이 쥐고서 재취업을 기다리는, 그러나 충분한 자산이 있으므로 “절박함”이나 “간절함” 없이 이를 반복하여 기다리는 일인칭 주인공이 팬데믹 상황에서 학원 강사직을 잃은 31세 여성 ‘문경희’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마스크 뒤에 숨겨진 얼굴의 은유처럼 서로 다른 의도와 진면이 마침내 역설로 드러나는 반전의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흥미롭다. 남성과 여성의 상호 이해도 어렵지만 인간은 주관성을 넘어서기 어려운 존재이다. ‘나’의 유희처럼 시작한 10만 원이라는 만남의 대가가 여성이 지닌 트라우마의 기억을 일깨우고 그 의도의 무위성 자각으로 목숨을 구하는 반전으로 귀결하는 이 소설은 영화처럼 흥미롭다. 그만큼 주인공인 ‘나’는 늙어감과 병듦과 죽음에 대한 자각으로 젊은 날의 충동과 희열을 뒤로하고 무상과 무위의 경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이 소설은 마스크 이면의 진실이 드러나는 생의 아이러니를 지향하면서, 영화적 유희의 뒤편에 사유의 곡진함을 내포하고 있다.

「쓰디 쓴 단맛」은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근친상간(incest)의 귀결로 아버지의 징벌적 죽음을 다루는 작품이다. 작가는 왜 인생을 파국으로 내모는 숙명적 사건에 관심을 가질까? 이에 대한 답을 소설은 “양심과는 다른 차원”이며 “굳이 규정하자면 무정부주의적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등장인물 입을 통하여 “삶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부녀가 “평온한 가운데 마치 오래된 연인들처럼 익숙하게” “인륜의 선을” 지워버린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생이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아버지가 “교단의 모범 교육자로 곧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아의 다중성과 금기를 허무는 욕망 표현의 극점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하늘 유목민」은 항공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항공소설이라는 특이성이 전경화하면서 가족서사가 플롯(master plot)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인칭 주인공 서술자를 설정하여 독자를 낯선 세계인 항공의 영역으로 이끌어 들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비행기의 부기장으로 일인칭 전지적 서술자이다. 주인공을 보조하는 인물은 “모니카 루드밀라 기장”이며 두 인물을 축으로 비행 과정의 사건을 서술한다. 여행 서사가 그렇듯이 이 소설의 주요한 사건은 전반부에서 복선으로 깔아둔 임신 여성이 조기 출산의 증상을 보이는 우발적이고 다급한 사태에서 비롯한다. 목적지인 히스로 공항을 향하지 않고 헬싱키 공항에 중간 기착하여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기장의 용기있는 판단과 행위가 두드러진다. 여기에 불임으로 고생하는 주인공 부부의 가족 이야기가 병치되고 마침내 귀국과 함께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항공에서 일하는 이들이 국제적일뿐더러 세계 시민성을 담보하는 양상을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의 형상을 통해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늬와 색채」의 주인공은 패션 디자이너 A이며 Asexual 즉 무성애자를 의미하는 단어의 두 문자를 별명으로 쓰고 있어 젠더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게 한다. 따라서 무성애자의 정체성을 지닌 A는 “패션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다채로운 무늬와 색채를 지닌 퀴어 패션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소수자 집단 내부에서조차 갈등과 대립이 발생한다. 양성애자, 동성애자 등이 무성애자인 A의 무늬를 공격하는 형국이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은 위협을 받는다. “소수자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에서조차 색채를 강요하는 폭력에 직면하면서 A는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는 문화가가 안 된 미개한 집단”이라는 생각을 지닌 A의 외로운 “전쟁”이 계속될 것임을 결말은 예고하고 있다.

최임수 작가의 소설에는 이처럼 존재 사이의 다름과 차이의 고유한 지점이 무의식, 언어, 예술의 힘을 지닌 채 잘 드러나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모티프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여성에 가해진 성폭력, 아버지 상실과 어머니 가출, 부양자 할머니의 존재와 고아 의식, 소수자와 단독자의 고독한 삶 등과 같이 존재의 숙명을 거듭 숙고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최임수 작가의 이런 지향성은 인생의 운명과 비극을 섬세하고도 견결하게 묘파하면서 방황하는 인생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집요한 소설 미학적 형식의 탐색으로 대상이 서사를 꿰뚫고 변화시키는 현장을 예시적,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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