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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1장 삶과 질병 그리고 죽음
2장 의료 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3장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4장 삶의 종말체험: 죽음 직전에 보이는 환영
5장 죽음 이후는 알 수 없는 세계인가?
6장 최면퇴행을 통해 본 사후세계
7장 환생에 대하여
8장 죽음이 사라진다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9장 훌륭한 죽음과 아름다운 마무리
10장 안락사를 바라보는 시선들
11장 왜 자살하면 안 되는가
12장 죽음 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마무리하며
부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저자 : 정현채
1980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내과학(소화기학) 교수 (1988~현재)
대한헬리코박터및상부위장관연구학회 회장 (2006~2008)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 (2011~2013)
한국죽음학회 이사 (2007~현재)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제정위원 (200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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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죽음은 준비할 때 존엄한 것!

정 교수는 자신의 죽음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연구실 비품이나 자료를 학교의 의학역사문화원에 기증하고 있으며, 매년 다섯 번 헌혈을 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강의노트를 복사해 준다. 장기기증서약서와 유언장,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기도삽관이나 연명의료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고, 자신의 장례식에 쓸 음악을 USB에 담아 두었으며, 수의 대신 무명옷을 입히고 화장하여 바다에 뿌려 달라는 사전장례의향서도 만들어놓았다. 정 교수는 가능한 일찍 죽음을 직시하여 자신만의 죽음관을 가지라고 권유한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다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말고, 일흔이든 여든이든 나름대로 훌륭한 삶을 살았다면 삶의 길이를 무의미하게 연장하기보다 삶을 잘 마무리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죽음은 벽이 아니라 문,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는 저자의 오랜 연구와 경험적 추론으로부터 출발한다. 1장에서는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과 사망 원인에 대해 짚어보고,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한 하임리히 요법이나 심폐소생술이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관해 살펴본다. 특히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과학적 사고를 가진 현직 의사가 직접 체험한 근사체험 사례는,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가 일어나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죽음의 여러 모습을 다룬다. 저자는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객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진 역시 환자의 죽음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나 정리의 과정으로 보지 못하고 의료의 패배나 실패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은 죽음의 당사자인 환자 본인에게 암 발병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려 하거나, 죽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는 문화를 낳고 있다.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의 자아를 둘러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있을 뿐이다.”

_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3장에서는 근사체험이 비과학적이라는 주장―환각이나 착각, 혹은 소망투사(Wishful thinking)에 불과하다는 것―에 관한 반론이 이어진다. 저자는 특히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사례 연구를 근거로 하여, 근사체험이 단순한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라는 사실을 덧붙인다. 또한 근사체험 사례에서 일반적 특징들이 도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근사체험자의 고백을 그저 ‘뇌의 오작동’ 등으로 치부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의 사고방식일 수 있다. 다양한 연구 결과는 죽음이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이며, 다른 차원의 이동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훌륭한 죽음과 아름다운 마무리

이후의 내용은 1~3장에서의 기본적인 문제틀을 바탕으로, 논의를 확장하고 구체적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4~6장에서는 삶의 종말체험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한 수많은 사례 연구와 다양한 측면의 고찰을 다루고 있고, 7장에서는 기존의 윤회론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며 환생을 (보상, 배움의 개념으로 확장된 의미로서) 카르마에 관한 논의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8장과 9장에서는 앞서의 인식 변화를 기반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변화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특히 저자는 ‘100세 장수’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늙어감’에 대한 예찬과 죽음에 관한 올바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은 인간의 정신이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죽음의 질이 바닥권인 국가다. 2010년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죽음의 질이 32위에 그친 것이다. 반면 1위를 차지한 영국의 경우, 정부에서 죽음이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잘 살고 잘 죽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유언장 작성하기, 장례 계획 세우기, 노후 요양 계획 세우기 등). 갓 태어난 아기에 관해서는 충만한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서도, 죽음을 앞둔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회피하는 것.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저자는 “한국 사회의 어디서도 (웰빙과 함께) 웰다잉에 관해서는 가르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한다. 죽어 가는 이들에 대해 보이는 관심도와 예우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알리는 척도라는 것이다. 9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훌륭한 죽음’을 위해서는, 죽음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이는 10장의 ‘안락사’에 관한 세계적 논쟁으로 이어진다. “짐승에 대해서는 안락사가 허용되는데, 무슨 이유로 인간은 안 되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스위스에서는 연간 약 6만 명의 사망자 중 대략 1,600명가량이 안락사를 택한다. 그만큼 안락사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면서 죽음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11장을 통해, 자살에 대해서만큼은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노령 인구 자살률이 매우 높은 한국의 경우 자살은 사회적 죽음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를 통해 주변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며, 무엇보다 자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 12장은 지난 11년간 죽음학 강의를 해오고 있는 정현채 교수 본인의 죽음 준비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지속적인 헌혈과 장기기증서약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유언장 작성, 영정사진 준비, 장례는 무명옷을 입히고 해양장(海洋葬)을 해달라는 것 등 구체적인 죽음의 준비에 관한 내용이 서술되고 있다. 부록으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를 첨부하여 독자들에게 의향서 작성이 긍정적 의미를 가졌음을 설득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품위 있고 아름다운 죽음, 즉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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