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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 아무튼 시리즈 67
위고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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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지몬
찾아라 비밀의 열쇠
선택받지 못한 아이
괜찮아, 다시 진화하면 돼
세계가 너무 작지 않던?
내 문장은 빛나지 않을 거야
세계라는 도피처
나의 나이 많고 어린 디지몬
악당의 심장에는 검은 톱니바퀴가 있다
내일은 어떻게 할 거야?
저자 소개
저자 : 천선란
작가. SF를 가장 사랑하여 대체로 SF를 쓴다. 지구를 여행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여행기를 잘 모아 외계인에게 지구를 소개하고 싶어 한다. 『무너진 다리』로 데뷔했고, 『천 개의 파랑』으로 많은 독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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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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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_낯선 세계에서 어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짝꿍처럼 지내던 아버지의 해외 출장과 갑작스러운 이사 등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열한 살. “내가 슬픈 건지 세상이 슬픈 건지 모르고 그저 온통 슬프기만” 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올챙이가 드글드글해 까맣게 변한 저수지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던 시절에 <디지몬 어드벤처>는 천선란에게 도피처였다. 그는 <디지몬 어드벤처>를 처음 본 순간, 모험을 시작하는 설렘이나 새로운 만화영화의 등장이라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후련함을 느꼈다고 한다. “역시 다른 세계가 있구나!”
<디지몬 어드벤처>를 알게 되면서 작가는 디지털 세계로 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혼자 그곳에 가고 싶었다. 아주 훌쩍, 창호지에 구멍을 뚫듯 폭, 세상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흔적도 없이.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외로움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튼, 디지몬』은 유년의 답답함과 쓸쓸함을 헤쳐가는 힘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작가에게 그 힘은 다름 아닌 다른 세계를,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계속해서 다른 세계를 상상해냈다. 그 재능은 때로 작가를 현실 세계로부터 멀어지게 했지만, 그 덕에 마주친 아름다운 세계는 지금의 천선란 세계를 만든 이야기의 불씨가 되었다.

“내가 내 재능을 처음 느낀 건 열두 살 때이다. 우선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재능이란 단어를 덜 비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에서는 재능에 천재성을 부여하지만 화려한 껍질을 벗긴 재능이란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현듯 그것을 ‘계속하게 되는 힘’에 다름 아니다. 시킨 이가 없는데 내가 그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에 재능이 있다고 봐도 좋다. 내게 그것은 이야기였다. 망상이라 해도 좋을 법한, 글쓰기로 정형화되기 이전의 더 날것의 이야기.”

_“여기 엄마가 있다. 엄마는 꼭 신인류 같고, 외계인 같고, 처음 만난 디지몬 같다.”
스물한 살, 엄마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큰 수술을 받아 중환자실에 머물던 엄마를 며칠 만에 다시 만난 작가는 엄마가 “낯선 행성에 떨어진 디지몬” 같은 얼굴로 자신을 봤다고 기억한다. “세상과 홀로 싸우다 모든 데이터를 소진해 유아기로 돌아간, 나의 나이 많고 어린 디지몬.” 십대 후반까지 디지몬이 나타나기를 바랐던 그에게 지키고 돌보고 함께 성장해야 할 디지몬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돌봄의 현실은 무섭다. “그렇게 스물한 살에서 스물여섯 살이 되었다. 내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빛날 문장이 없었다. 세계는 평면적이고 무채색이었다.” 자신 안의 모든 이야기가 다 사라졌고, 다른 차원으로 넘나들 수 있었던 문이 모조리 닫혔던 시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시절. 하지만 문은 다른 곳에서 열린다. 『아무튼, 디지몬』은 (사라진) 엄마와 함께 (다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원인 불명의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와 마주하면서 또 다른 삶의 이유를, “이상하리만치 존재 이유를 절실하게 찾던 소녀가 드디어 이유를 찾”는다.

“여기 엄마가 있다. 언제나 늘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 말하던, 딸이 힘들어 보이면 새벽에도 차에 태워 바다를 보러 가던 엄마가 여기에 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엄마를 본다. 엄마는 꼭 신인류 같고, 외계인 같고, 처음 만난 디지몬 같다.”

_“유년과는 작별 인사 없이 헤어지잖아, 떠나간 줄도 모르게”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의 마지막 장면은 ‘디지몬 세대’에 두고두고 회자된다. 어른이 되어버린 선택받은 아이들과 디지몬들이, 마지막으로 힘을 합쳐 악을 물리친 후 끝내 이별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영원한 추방, 즉 디지몬 친구들과의 영원한 이별이 찾아온다. 이 이별은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작별 인사도 없이 이루어진다. 어린 시절의 소중한 순간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온 때를 어른이 된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 것처럼.
『아무튼, 디지몬』은 그런 이별에 관한 글이다. 현실 세계의 디지몬, 즉 힘을 모두 소진해 유아기로 되돌아간 디지몬처럼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엄마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첫 번째 도피처이자 “나를 살게 했던 디지털 세계”와 이별하는 이야기이자, ‘디지몬 세대’가 어린 시절에 건네는 작별 인사가 되어줄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지만 내가 두고 온 세계가 있다는 생각, 더는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하염없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내 마음의 음각은 반대쪽에서 볼 때 양각일 것이고 나는 그 활자를 목판 삼아 글을 쓴다. 내가 꿈꾸며 자라왔던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소설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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