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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말
Ⅰ 소설가는 나에게 포기하라고 말했다
Ⅱ 롸이트 클럽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Ⅲ 유토피아와 기이한 영토
Ⅳ 우린 둘 중 하나이거나 하나여야만 한다
Ⅴ 당신의 실패를 삽니다
닫는―아니, 다시 여는 글
저자 소개
저자 : 강주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축구연맹 등 스포츠계에 몸담았다. 지금은 문을 닫은 영화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기도 했다. 북카페를 열어, 읽고 쓰는 이들을 불러 모았다. 나누면서 배웠다. 이 책은, 글과 함께 살아낸 흔적들의 보고다. 첫 산문집 『넌 괜찮겠지만 난 아니라고』 이후 6년 만이다. 쓰이지 않은 존재들을 어루만지며 이야기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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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
나는 쓰고 있었다.

저자는 ‘쓰다’라는 단어에 담긴 중의적 표현을 자신이 살아온 삶의 술어로 대신한다. ‘쓰이지 않는’다는 건,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라기보단,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영감으로만 머물러 쓰이지 않는 글처럼.
하이데거가 쓰길, ‘나를 바라보는 것들이 나를 존재케 한다.’ 세상에 드러나고 싶은 욕망과 도저히 드러나지 않는 절망 사이에서 방황하던 기억을 누구나가 지니고 있지 않던가. ‘나’라는 주어는 이미 그 욕망적 술어를 포괄하고 있다.
몽테뉴가 쓰길, ‘내가 쓰는 것이 곧 내 자신이다.’ 내가 쓰는 것들이 나를 대변하기도 한다. 무엇을 쓰며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고민이 가닿은 곳에 소설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공모전에서 떨어지기만 했던 그에게 소설가로서의 삶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다. 그럼에도 글과 함께 버텨 온 시간 속에 그의 ‘쓰임’도 영글어 간다. 글로써든, 삶으로써든.

책 속에서

나쁘지 않다. 한 가지 일에 정신을 쏟은 것만도 칭찬할 일이다. 마음의 우물에서 길어 올리고 길어 올린 심상들이 작은 못을 이룬다. 그 일렁임에 설렐 누군가를 상상한다. 언젠가 책의 바다로 나아갈, 그날을 기다린다. -p20

이후 나는 출간 작가의 타이틀은 달았지만 꿈꿔 왔던 소설가는 아직이다. 문제의 습작 역시 미발표인 채 잠들어 있다. 그렇다고 열정까지 잠든 건 아니다. 배움과 경험 없이, 그래서 겁 없이 뛰어들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겸손은 안다. 완결의 경험도 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소설을 배워 볼 차례다. -p23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쓰는 당신, 이미 작가’라고 말해 줄 순 있다. 응원과 격려 차원에서. 그래, 작가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작가(作家)란 문자 그대로 ‘짓는 사람’ 아니던가. 다만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실질적 가치를 덧입힐 때 응원은 더 큰 도움이 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쓰고 누군가에게 읽혀야 비로소 작가다. -p36

실패란 물론 두려운 대상이다. 기왕이면 피하는 게 좋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만 더 많은 실패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실패를 통해 뭘 배웠다고 하는 건, 그거라도 없으면 너무 처량하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 겸손, 이런 것보다는 성공에서 얻은 교훈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누구도 다시 실패할 것에 대비해 실패를 연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주 높은 확률로 실패한다. -p51
쓰다 만 편지를 꺼낸다. 우리는 대개 다음 장(章)이 뭔지 모른 채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는 언제 또 어떤 장(場)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모두가 오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몇 줄을 추가한 뒤 편지를 봉한다. 보낸다. 나의 친애하는 동지들에게. -p66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어째서 다른 것도 아닌 글이어야 하며, 남들이 왜 그걸 읽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해 보자. 그런 다음 예상되는 독자들을 설득하자. 이는 무슨 용기만으로 될 일 아니다. 읽는 이를 눈물 흘리게 할지 눈살 찌푸리게 할지는 작가 손에 달렸다. -p84

글쓰기는 놀이가 아니며 반드시 즐거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노트 위 몸부림은 당연하다. 쉽게 쓰인 듯한 일기에도 고심(苦心)과 고침의 흔적이 숨어 있는 경우 흔하다. 달콤한 고백이건 꿈같은 회상이건 기본적으로 쓰기란 쓰디쓴 고통이다. 좋아 죽을 것 같은 기분도,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죽도록 고민해서 써야 하는 게 작가다. -p96

우리는 쓰기를 통해 진실을 구하지만, 쓰다 보면 앎이 우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처음 한두 문장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쓰다 보면, 계속해서 써 내려가다 보면 어디선가 빼꼼 고개 내미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그때 우리의 펜은 낚싯대가 되었다가 뜨개바늘로 변했다가 다시 긴 여정을 돕는 지팡이가 되곤 한다. 지혜의 구원을 향한. -p102

역사, 전기(傳記), 에세이에 비해 서사 예술은 수용자로 하여금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소설은 텍스트 곳곳의 여백과 간극을 메우는 데 읽는 이의 독자적인 호흡을 요구한다. 영화가 프레임의 예술이고 연극의 생명이 실시간성에 있는 것과 다르다. 소설 독자 입장에서는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셈이다. -p112

글이 구도(求道)의 도구가 되어 주리란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나 같은 욕심쟁이들을 모아 함께 읽고 쓰고 떠든다. 글이 사람으로 가는 길이길 바라며 그 위에선 얼마든지 헤매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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