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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첫 번째 목소리: 조상지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
조상지가 말하는 법
장애가 있는 아이, 조상지
열다섯에 들어간 요양원
조상지의 어머니, 이해옥
지역사회로

01_ 시설은 어떤 공간인가
시설은 무엇인가
시설의 종류
시설의 특징과 시설화
시설적 문화
시설은 어떻게 형성됐는가
시설의 기원과 현재
시설의 성장: 국가, 시설, 지역사회 간 침묵의 카르텔
시설의 구조
자체 질서를 생성하는 폐쇄적 공간
사회복지법인시설의 운영구조
시설의 확대재생산 유인구조
시설 속 직원들

02_ 시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다
국가, 시설사회의 또 다른 주체
시설의 정당화
국가, 지원하되 책임지지 않는
시설 유지의 참혹한 대가
시설정책과 시설의 지속성

두 번째 목소리: 박만순
49년 만에 다시 만난 세계
시설에서의 일상
그저 두려웠던 말, 탈시설
탈시설과 큰 웃음
자기 삶의 지도를 그리다

03_ 탈시설로 먼저 나아간 국가들
그들은 왜 탈시설을 선택했는가
캐나다: 인정, 사과, 배상
뉴질랜드: 철저한 조사
미국: 소송에서 입법으로
스웨덴: 우생학적 국가에서 선도적 탈시설 국가로
30년 전에도 발견된 사실: 탈시설의 효과
국제규범의 등장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가이드라인

세 번째 목소리: 우리 잘 살고 있어요!
말하고, 표현하고, 살아가고
노래방과 뒷머리 뽕

04_ 탈시설을 둘러싼 우려에 답하다
탈시설을 위한 변론
당사자가 정말 원하나요?
법률에 담긴 자기결정권
시설 선택도 자기결정권 행사인가요?
장애인이니까 자립역량을 조사하겠다고요?
탈시설, 정말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반대하는 가족들도 있던데요?
가족들이 정말 원하는 것
탈시설은 탈가족돌봄
시설 밖은 위험하지 않나요?
박현 활동가의 삶
어디가 덜 위험할까요?
장소의 문제일까요, 관계의 문제일까요?
시설에서 일하던 사람들 일자리는요?
탈시설, 정말 괜찮은 거예요?
예산이 많이 든다는데, 가능한가요?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까요?

05_ 탈시설정책은 어디까지 왔나
존엄의 실현을 위한 탈시설
탈시설과 주거권
탈시설을 위한 선결과제, 주거
탈시설정책의 주거 전제: 주거우선housing first
탈시설 이후 주거 마련: 지원주택과 자립정착금
탈시설과 소득보장
탈시설과 연금
탈시설과 노동
탈시설과 활동지원
활동지원정책
'대신 결정'이 아닌 '결정 지원'으로
탈시설과 자립생활: 궁극적 목표
자립을 향한 과제들

마지막 목소리: 활동가들이 띄우는 초대장
탈시설이라는 가능성
시설거주인들의 인권
그들에게도 기회를
그들이 가져온 변화들
더 큰 변화를 상상하며
시설이 우리의 무덤이 아니길
여기가家: 비용을 넘어
함께 상상하는 내일

주석
탈시설운동 연대표
저자 소개
저자 : 김남희
제22대 국회의원. 변호사, 공익활동가로 활동하다 국회의원이 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복지, 인권, 돌봄 문제에 관심이 많다.

저자 : 김유미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탈시설한 이들의 목소리를 곁에서 들으며, 틈틈이 기록하고 있다.

저자 :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대표이사. 가난이나 장애 때문에 시설로 가는 사람이 없는 탈시설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저자 : 변재원
지체장애인, 인권활동가, 소수자 정책 연구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어학점수, 인턴, 취업 준비에 매진하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왔으나 학위 논문을 쓰다가 운명처럼 장애운동을 만나버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을 맡아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거침없고 멋진 동료들을 많이 만나 연대와 투쟁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민주화운동 세대 활동가들 속에서 MZ세대의 SNS 활용법과 갈고닦은 정책 분석 능력을 발휘해 이름을 날리는 활동가가 되었다. 스스로 소시민인 줄만 알았으나 어느새 길바닥 농성장을 익숙하게 누비는 데모꾼이 된 자신의 모습에 매일 놀랐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글을 써왔다. 팬데믹과 불평등을 고찰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를 함께 지었고 경향신문과 비마이너 등에 장애인,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칼럼을 연재한다. 장애인의 존엄과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저자 : 이주언
공익법단체 두루 소속 변호사, 공익법활동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자 :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상근활동가. 세계 최초의 탈시설 당사자 조직체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간사로도 활동했다.

저자 : 최태현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책결정과 공공성, 행정윤리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24년에는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경향포럼’의 강연자로 힐러리 클린턴, 캐시 박 홍 등과 함께 대중 앞에 서기도 했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책을 썼지만 여전히 타인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기어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도 그런 의지가 때로는 어떤 선을 넘을지도 모르기에 주저하고 망설이기를 반복한다. 모든 아픔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고 여기지만 공적 슬픔을 남긴 기억에 마음이 조금 더 기운다. 이 책을 쓰던 가운데 문득 “나의 이야기가 타인이 욕망할 만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서사 없음’의 서사라는 역설에 다다랐다.
좋은 사람들이 일으킨 삶의 미세한 기욺에서 운명과 진실을 읽어내기, 오후 햇살 드는 연구실에 앉아 멍하니 있기, 합창, 밀크티,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배긴스, 〈스파이 패밀리〉의 아냐 포저 등을 좋아한다.
《모두를 위한 사회 연구》(2021),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2023) 등을 썼다.

저자 :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활동가. 국제연대로 한국과 해외의 장애인활동가를 연결해 더 강하고 외롭지 않은 투쟁이 가능하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다.

그림 : 유승하
만화가. 『엄마 냄새 참 좋다』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를 펴냈고, 『십시일反』 『사이시옷』 『어깨동무』 『섬과 섬을 잇다』 『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등에 참여했다.

그림 : 황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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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설, 자율성을 박탈하는 공간

시설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장애인, 노인, 아동, 노숙인 등 수용 대상이 다양하고, 같은 장애인시설도 목적, 규모, 운영 방식이 제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모든 시설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설에 머무는 이들은 시설장과 직원의 ‘관리’ 아래 놓인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다시 정해진 시간에 잠자는 생활이 반복된다. 사소한 일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올 때마다 시설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사람과 동침하거나,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려고 해도 시설 안에서 임의로 가능한 것이 없다.”(196쪽) 이렇게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스스로 일상을 꾸릴 권한을 박탈당한다.
요양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뇌병변장애인 조상지의 말이 이를 입증한다. 시설에서는 생각을 하면 괴로웠기에 생각을 멈추는 것이 곧 시설에 ‘적응’하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시설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고민할 일도 없어요. 시설에서 정해준 것만 하면 되니까요. 먹고 싶은 걸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어차피 시설에서는 먹을 수 없으니까요. … 생각을 하면 내가 괴로우니까 점점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그게 적응 아닐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어차피 나는 시설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포기한 게 시설에 적응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36~37쪽)

이런 현실은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시설에 가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을 뒤집는다. “장애를 지닌 이가 반드시 불능/무력하기 때문에 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설에 들어갔기 때문에 불능화/무력화”(59쪽)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력해진 장애인들은 쉽게 ‘통제’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학대의 대상이 된다. 같은 방에서 거주하는 사람 수를 줄이고, 활동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시설 문제는 학대와 인권침해가 발생한 일부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와 강요, 차별과 폭력이 생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151쪽) 자체의 문제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나아가 시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탈시설로 먼저 나아간 나라들이 입증한 것

저자들은 이미 그 길을 선택한 외국 사례를 통해 소위 선진국 시설도 인권을 보장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400명 규모 건물에 3,000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이 과밀수용되고 바닥 닦기 등의 강제 노동 때문에 거주인의 손과 무릎에 거대한 궤양이 생겼던 휴로니아(캐나다),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신체 구금을 비롯한 각종 신체적·성적 학대를 저지르고 약물 오남용 등을 자행한 레이크 앨리스 정신병원(뉴질랜드), 거주인의 뼈가 부러져도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방에 사람들을 모아둔 채 호스로 물을 뿌리는 일로 목욕을 대신한 펜허스트 주립학교(미국)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설의 학대와 인권침해를 목격한 뒤, 캐나다·뉴질랜드·미국 등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시설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후 여러 학자들은 탈시설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시설에서 사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도 좋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례로 제임스 콘로이 박사가 펜허스트 시설에 살다가 지역사회로 나온 사람 1,15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의 자립성이 증대했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탈시설 관련 연구가 대형 시설·소규모 시설·지역사회 중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가장 좋은 삶의 형태임이 명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탈시설을 둘러싼 우려와 반론

탈시설로 나아간 여러 나라의 사례와 탈시설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이미 있지만, 탈시설을 둘러싼 우려가 분명히 존재한다. 당사자가 정말 시설을 나가고 싶어 하는지, 시설 직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어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등 탈시설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놓고 여러 우려가 제기된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런 의문들에도 답을 제시한다. 두 가지만 살펴보자.
첫 번째는 ‘정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우려는 장애인 당사자와 지역사회 양 측면에서 제기된다.
우선 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을 나와 범죄 피해자가 되는 등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다. 돌보는 사람이 장애인을 학대하면 오히려 단둘이 있는 집이 시설보다 위험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질문의 방향을 돌려 장애인에게 어디가 더 안전한지 묻는 대신 어떻게 장애인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하며, 그 해답은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안전은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강화를 통해 확보해 나갈 수 있다.”(196쪽) 가족과 친구가 어떤 장애인을 자주 방문하고 그의 일상과 건강에 관심을 보이면, 그 사실을 주위 사람도 알면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계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은 개인 주택보다 불리한 점이 많다. 장애인시설이 대개 도심 외곽에 있어 사람들이 왕래하기 어렵고, 시설이 도심에 있어도 방문객을 개인적으로 만날 공간이 마땅치 않거나 외부 사람이 방문하려면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단, 실제로는 탈시설에 성공한 장애인도 사회적 관계를 충분히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지역사회가 시설보다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 내 장애인이 여러 지역사회 구성원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탈시설은 단지 삶의 공간을 지역사회로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삶의 관계가 지역사회에서 맺어져 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일”(226쪽)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과 반대로 장애인이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되는 도전적 행동을 해 지역사회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제임스 콘로이의 연구가 도전적 행동이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로 나온 뒤에 별문제 없이 살아왔음을 보여준다. 대구시립희망원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향유의집에서 장애인지원주택으로 이전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이런 주장이 과장됐음을 보여준다.
사실은 도전적 행동이 심한 장애인을 시설로 보낼 때 더 큰 문제가 생기거나 아예 보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도전적 행동이 아주 심한 장애인은 오히려 시설에서 지내기가 더 어렵거나 시설이 아예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해진 규칙과 통제 아래 여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환경 자체가 스트레스를 가중하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설 운영자들은 시설 입소 계약을 할 때 도전적 행동 때문에 다른 거주인이나 직원에게 피해를 주면 퇴소시킬 수 있다는 조건을 두거나 입소를 아예 거부하기도 한다.(237쪽)

장애인 가족들이 탈시설에 반대하지 않냐는 우려도 자주 나온다. 가족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다며 탈시설에 반대하는 가족들이 실제로 있고,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가족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시설이냐 탈시설이냐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행복이며, 탈시설도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물론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탈시설이 가족에게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국가가 탈시설 이후 받을 수 있는 지원서비스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화된 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껏 시설정책의 주요 행위자였음에도 책임지지 않았던 국가가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장애인과 그 가족 모두가 지역에서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국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체로

한국의 장애인정책이 시설 중심으로 흘러간 데는 국가 책임이 크다. 시설에 대한 국가의 태도를 ‘지원하되 책임지지 않는’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민간 조직인 시설이 사회복지서비스를 전달하고,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국가의 역할은 지원과 관리·감독에 국한된다. 하지만 상속세·증여세 면세, 수익사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시설 운영비·인건비 지원 등의 지원은 잘 작동하는 반면 관리·감독은 좀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그사이 많은 시설에서 학대와 폭력이 발생했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제라도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라고 요구하며, 탈시설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주거지원서비스와 주거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는 장애인지원주택을 비롯한 공공임대주택 확충, 장애인들이 소득을 창출하면서 직장 내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일자리 보장, 발달장애인의 필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활동지원서비스 개선 등등 주거, 소득, 활동지원 세 측면에서 필요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또한 이런 정책이 실현 가능한 것임을 예산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흔히 탈시설에 엄청난 돈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탈시설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과 활동지원서비스에 드는 돈은 엄밀히 따지면 순수한 탈시설 예산이 아니다. 연금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정한 소득 기준에 못 미치는 모든 국민이 받는다는 점,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탈시설을 하면 장애인거주시설에 투입하는 예산이 줄어든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한 연구는 현재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28,000여 명이 한 번에 탈시설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순증 예산을 약 3,746억 원으로 추정한다. 2024년 국가 예산 총지출 규모 657조 원의 0.0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 예산을 정부가 세운 장애인탈시설 로드맵에 따라 20년간 나눠서 집행하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크지 않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렇게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탈시설이 단지 당위적인 주장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임을 증명한다.

탈시설의 강력한 증거, 당사자의 목소리

이 책은 지역사회로 나온 뒤에야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탈시설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담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탈시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강력한 증거다.
박만순 씨 이야기는 ‘당사자가 싫다는데 억지로 내보낼 수는 없지 않냐’는 논리가 왜 잘못됐는지 보여준다. 49년을 인강원에서 보낸 그는 ‘자립’이라는 말만 나와도 화를 내며 ‘인강원에서 살겠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인강원에 다시 들어와요’라는 말에 손사레치며 ‘자립주택에 있는 내 방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시설에 남겠다는 말은 시설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고립되고 단절돼왔다는 말, 그래서 시설 밖이 두렵다는 말이었다. 시설 밖을 경험할 기회를 얻은 뒤에야 박만순 씨는 자신이 정말 원하던 것, 시설에서 누릴 수 없던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김미영(가명) 씨의 ‘뒷머리 뽕’은 ‘그래도 시설이 낫다’는 주장에 대한 반증이다. 장애 때문에 오랜 시간 누워지내야 하는 그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일상생활지원을 받아야 했지만, 직원 한 명이 여러 사람을 지원하는 시설에서 그런 지원은 불가능했다. 추운 날이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여행과 외출도 할 수 없었다. 시설을 나온 뒤에야 김미영 씨는 자유롭게 다른 동네로 산책하러 다닐 수 있었고, 과거보다 사회 활동 시간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뒷머리 뽕’이 살아났다. “시설거주인 집단 속의 일부였던 김미영이 지역사회 시민이라는 지위를 취득하자 일어난 변화다.”(186쪽)
문석영 씨는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서 제대로 못 살면 어떡하냐’는 말에 대한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한다. 또한, 시설 밖에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 해도, 그것이 장애인이 시설에만 머무를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직접 해보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탈시설해서 못 살면 어떡하냐고 합니다. 그런데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지쳐도, 다시는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290쪽)

장애인, ‘실패할 권리’가 있는 동료시민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장애가 있어서, 능력이 부족해서 당신을 시설에 수용한다는 그동안의 말은 사실 배려가 아니라 배제”(294쪽)임을 폭로하는 고발장이자 “장애인에게도 위험과 실패를 허용하는 세계로 당신과 함께 건너가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근사한 초대장”(장일호, 『슬픔의 방문』 저자)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려다가 실패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제껏 장애인의 시설수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책은 도리어 장애인에게 ‘실패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역설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장애인자립생활운동 당사자들이 실패할 권리 … 를 외친 바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인정할 수 없는 가장 큰 근거로 종종 ‘자립 실패’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가 보기에 실패할 가능성조차 없는 삶이란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를 뜻했다. 오직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게 실패 없는 삶이라면, 실패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도리어 자기결정권을 되찾는 것으로 이해했다.(275쪽)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인간답게’ 실패하고 모험하며 살아갈 기회”(김지혜)를 누릴 때, 언제 시설로 보내질지 모르는 또 다른 존재들 또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파도는 모든 이를 밀어 올린다. 탈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권운동의 파도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노숙인, 아동 등 시설적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든 시민의 권리를 고양할 민주적 에너지의 원천이 돼주고 있다.(307쪽)

이렇게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시설 안팎 장애인의 이야기를 넘어 취약함이 배제의 이유가 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너와 내가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취약성을 환대하며 다양한 몸이 공존하는 세계로 나아가자고, 이 책은 우리를 조심스럽게 ‘시설 너머 세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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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심반품의 경우 도서주문일로부터 15일이내에 반품접수가 가능하며, 반품 배송비는 고객님 부담입니다.

부분 반품의 경우, 3만원 이상 주문으로 무료배송 받았으나 일부 상품 반품으로 주문금액이 3만원이 안될 경우, 이전 주문의 배송비를 포함한 왕복 배송비를 부담하셔야 합니다.

반품절차는 고객센터의 반품교환신청 페이지에서 신청을 해주시면 웬디북 고객센터에서 지정택배사에 회수요청을 하고, 방문한 택배기사님을 통해 반품도서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운송 중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포장을 해주신 후, 포장 겉면에 “반품도서”라고 기재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수된 상품은 요청해주신 환불방법에 따라 적립 또는 환불 진행해드립니다.

(특히 팝업북 등은 조그만 충격에도 책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이 불가한 경우
  • 1. 고객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띠지 또는 더스트커버 포함)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 2. CD 나 소프트웨어 포함, 포장이 되어 있는 모든 상품의 포장 개봉
  • 3. 만화책 및 단시간 내에 완독이 가능한 잡지
  • 4. 상품과 함께 발송된 추가사은품이 분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 5. 고객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6. 명시된 반품가능 기한이 지난 경우
  • 7. 세트상품중 일부 반품
교환안내

파본도서 혹은 오배송으로인한 교환은 도서주문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신청하셔야 하며 이 경우 배송비는 웬디북에서 부담합니다.

(단, 팝업북과 CD가 세트인 책은 책의 특성상 7일 이내에 해주셔야 합니다.)

교환절차는 고객센터의 반품교환신청 페이지에서 신청을 해주시면 웬디북에서 새 책을 보내드리고 새 책을 받으실 때 교환도서와 맞교환 하시면 됩니다.

교환은 동일도서에 한하며, 다른 도서로 교환은 불가합니다.

운송도중 책이 손상되지 않도록 포장을 해주신 후, 포장 겉면에 “반품도서”라고 기재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팝업북 등은 조그만 충격에도 책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교환이 불가한 경우
  • 1. 고객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 2. 포장 상품의 포장을 해체한 경우
  • 3. 고객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4. 물품 수령 후, 15일이 경과한 경우
  • 5. 동일상품으로 교환하신 후, 다시 교환하시고자 할 경우 (이 경우에는 환불처리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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