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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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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귀촌
“악양에 한번 살아봐요” 12
악양 속으로 한 걸음 더 16
5일장 나들이 20
귀촌, 그 로망과 욕망의 변주 23
고유제(告由祭) 산행 25
섬진강 모래톱에서 27
농가 창고를 짓기까지 28
건축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30
칡덩굴로 뒤덮인 황무지가 집터로 31

2 집 짓기
단순하고 거칠게 36
새벽 단상 36
쪽빛 하늘, 주홍빛 대봉감 37
벽체가 서고 지붕이 덮이니 38
매화 한 가지에 봄이 열리고 40
“잘 가요, 압둘라” 41
매화는 절정인데, 집 짓는 일은 더디고 42
땀방울에서 봄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44
고사리 한 자루 꺾으려면 삼천 배를 해야 46
‘입석길 90-○○○’ 48
모종 심고 더덕씨 뿌리고 52
처음으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53
드디어 집의 사용승인이 떨어졌습니다 54
거친 산촌 생활에도 조금씩 윤기가 돌고 55
이 집에는 창이 많습니다 56
“다 제 눈에 안경일 뿐” 58
분명 멧돼지의 소행일 텐데요 61

3 지리산 둘레길
꽃무릇이 피었습니다 64
재선충 감염에는 백약이 무효라고 하나 66
지리산 둘레길 67
섬진강 물색에도 가을빛이 섞여들고 69
마루는 어찌되었을까요? 70

4 텃밭
생명 가꾸기의 즐거움 74
매화 가지 하나 꺾어 다관에 꽂았습니다 77
대봉감나무 묘목 쉰 그루 79
매화 향기 산을 넘고 강을 건너 81
화원이나 농원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81
마당 잔디 까는 데 꼬박 사흘 84
고추 15, 토마토 15, 가지 6, 오이 6, 여주 2 85
찻잎 시들키기 좋은 날 86
차 한 잔에 마음을 담고 봄을 담아 88
“죽순 수확 기념으로 곡차 한잔합시다” 89
오디 따 먹는 산비둘기 떼 소리에 90
바랭이, 개비름, 도둑놈가시 92
“사라바(さらぱ)!!” 93

5 자미산방
자연의 시간 속으로 98
벌떼의 습격, 119의 출동 100
가을은 도둑처럼 찾아들고 102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106
형제봉 자락에서 맞는 두 번째 가을 106
사람도 자연도 잠시 쉬어가는 날 110
표고목을 들여왔습니다 110
집 이름을 ‘자미산방(紫薇山房)’으로 112
“낙부천명부해의(樂夫天命復奚疑)” 116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119

6 소소한 일상
기다림의 시간, 설렘의 시간 122
‘거침’과 ‘야생’의 아름다움 123
아침에 눈뜨면 창밖의 초목이 인사하고 126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129
3월이 갑니다 134
할미꽃 134
자미산방에 밤이 찾아들면 136
꽃이 지면 잎이 돋아납니다 137
층층나무꽃이 피면 139
산촌의 봄날 오후 141
날이 밝으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142
열 살 소년이 감꽃을 줍고 있습니다 145

7 선돌이
우리 강생이 ‘선돌이’ 148
유박(油粕)을 아십니까? 150
1년의 시간이 빚어낸 풍경들 152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하나…” 156
녹차 한 잔 앞에 놓고 158
장마가 길어질 징조일까요? 162
선돌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162
어린 생명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 164
자미화가 피기 시작합니다 166
자연의 질서는 한 치 어그러짐이 없어 169

8 가을 악양
자고 나니 가을 174
“꽃무릇 피고지면 밤 줍기가 시작된다” 176
“꽃보다 단풍” 179
1년의 기다림, 첫 수확 181
조만간 서리가 내릴 텐데… 183
계곡 바람 맞으며 감 말랭이는 맛을 더해가고 185
거두지 못한 텃밭의 무 배추 188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191

9 한 걸음 더 자연 속으로
새해에는 적당히 건강하고 적당히 행복하길 198
선돌이는 자주 마실을 갑니다 199
“기다림은 내 평생의 업(業)이었습니다” 201
비도 잦고 기온도 들쑥날쑥 203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205
금낭화는 계곡물에 휩쓸려 간 것일까요? 207
찻잎 따는 동안 속진(俗塵)의 잡념 다 사라지고 208
사람이 하는 일은 여기까지 210
개망초꽃 211
그들은 산촌의 고요와 평화로움을 부러워하고 213
저자 소개
저자 : 김치호
1954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나고 자랐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했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수석연구역, 정리금융공사 사장,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경제학자로서 <한국의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비롯해 60여 편에 이르는 책과 논문을 발표했다. 본업인 경제학의 경계를 넘어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서도 세상과 교감해 왔다. <고미술의 유혹> <오래된 아름다움>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등과 같은 책을 냈다. 현재는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지리산 자락에 귀촌하여 글 쓰고 텃밭 농사짓는 촌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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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자연으로 돌아가 흙을 밟고 살아가는
백면서생 귀촌인의 에세이

이 책은 지리산 형제봉 자락에 귀촌하여 집 짓고 살아가는 촌부(村夫)의 이야기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고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연고가 있는 곳도 아닌 곳에 집을 짓고 삶의 거처를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은이는 “흙 한 줌, 풀 한 포기 없는 도회지 아파트에서 반평생을 산 것도 부족해서 그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인가…. 그 남은 시간만이라도 흙 밟으며 생명을 가꾸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산과 들, 나무 와 풀꽃의 배웅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을 가졌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간절함으로 귀촌의 뜻을 이루었고,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형제봉 자락에서 나름의 건강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온전히 자연에 내맡겨지는 산촌의 일상은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 거친 일상 속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생명의 기운 같은 걸 느낀다. “초목과 대화하고 공기 속의 물기와 바람의 흐름을 가늠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기운을 느끼고 체화(體化)시키는 방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백면서생(白面書生)이 익숙지 않은 자연으로 돌아가 흙을 밟고 흙을 만지며 살아가는 행간의 얘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거친 시공간에 의탁된 한 영혼이 그 기운에 힘입어 정화되고 자유로워져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고자 했다고 한다.

책 속에서

처음 이 땅을 보러왔을 때의 인상과 느낌은 지금도 눈과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비록 야생의 거친 땅이지만 양명(陽明)하여 따뜻해보였고 남동쪽으로 흘러내린 지세가 포근하고 아늑했습니다. -13쪽

우리 삶이 그렇듯 건축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정입니다. 머릿속에 그렸던 공간이 생각과 다른 모습으로 실체화될 때는 아쉬움을 넘어 고통으로 다가오고 되돌아갈 수 없음에 절망하기도 합니다. -60쪽

걷다 보면 언젠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길, 시작도 끝도 없는 길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화엄의 세계로 가는 “행행도처 지지발처(行行到處 至至發處)” 의 길일지도 모릅니다.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 가도 가도 떠난 자리”입니다. 출발한 곳이 끝나는 곳이고 끝나는 곳이 출발하는 곳이니 그건 바로 경계가 없는 무애(無碍)의 길, 자유의 길일 것입니다. -68쪽

한차례 비 내린 뒤 녹차나무 잎은 한층 윤기를 더하고, 연둣빛 새순이 아침 햇살 받아 윤슬처럼 반짝입니다. 비 오는 날 맞추어 텃밭에 채소 모종을 심었습니다. -85쪽

그동안 마음속으로 이 이름 저 이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온 집 이름을 ‘자미산방(紫薇山房)’으로 정했습니다. 자미화를 심고 집 이름을 자미산방으로 짓게 된 의미나 이유라면, 붉은색으로 오래 피어 변하지 않는 단심(丹心)을 무겁게 생각하고, 매화와 더불어 예로부터 문인 사대부들이 사랑한 꽃이기 때문입니다. -115쪽

요즘은 꽃나무 심기에 좋은 때라 계속 뭔가 심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몸이 더 근질거립니다. 그저께도 꽃나무 몇 종을 심었습니다. 멀리 파주에서 온 능소화와 강원도 지인이 챙겨 보낸 수국 작약 등입니다. -132쪽

표고목에서 드디어 버섯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오늘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181쪽

돌아보면 아쉽고 황망한 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번다한 사회적 인연을 멀리하고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한 해였고요. 자미산방은 그 흔들리는 마음을 무착(無着)과 평정심으로 이끌어준 끈 무언의 힘이자 하심처(下心處)였습니다. -193쪽

갓 딴 찻잎을 거실에 펼쳐 놓고 첫물차 한 잔에 망중한을 담아봅니다. 집안은 싱그러운 찻잎 냄새 가득한데, 창밖으로 무심한 연둣빛 봄빛이 무한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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