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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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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한계령을 넘어온 듯 창문을 기웃거리는데

졸고 있는 6월 햇살/ 박인환 문학관에서/ 환상통/ 길이 없는 길 위에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아킬레스 일기예보/ 상무룡 출렁다리에서/ 파랑새와 달/
모국어 한 음절/ 가을 한 모서리를 돌아가는 자벌레처럼/ 소의 눈물/ 죽계구곡/
붕어빵을 굽는 한 사람/ 사과 흘림체/ 양구, 월명리를 아시나요/ 백지

2부 지금은 부재중

속초를 새기다/ 칼디와 염소와 찻잔/ 말과 말의 고리/ 의문의 꼬리/ 옛날 같으면/
뼈를 빼다/ 나무를 자르다/ 물방울 여행/ 아버지 기침소리/ 콩깍지/ 두 마리 늑대/
서천/ 지금은 부재중/ 처서/ 별들의 배꼽/ 풍기역

3부 물소리

가까이 또는 멀리/ 물소리/ 첨탑에 걸린 낮달 같은 중독/ 깜박했습니다/
바람의 독경/ 미역국 서사/ 수술/ 졸음쉼터/ 그 목소리/ 밤바다/ 풀무와 화덕/
속초 밤바다/ 연못 속에 내려온 하늘/ 빈집 한 채/ 조약돌/ 그늘로 기우는 노을

4부 당신의 첫사랑을 캐 보세요

해물파전/ 양구의 봄/ 키가 자라듯 말이 자란다/ 대게 수족관/ 하늘 정거장/
그는 거기 없었다/ 삼선짜장/ 빈 장터/ 엄마의 말처럼 내 아이들에게/ 떠난 후/
산사 커피숍/ 종이비행기/ 산수유/ 밥 주세요 / 그런 본능

해설 _ 자연의 숨소리로 시를 끓여 내는 시 세계
이영춘(시인)
저자 소개
저자 : 최성희
2018년 『상록수 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달의 문패』가 있다. 61회 강원 사랑 시화전 작품 공모전(박수근 빨래터)대상, 62회 강원 사랑 시화전 작품 공모전(박인환 문학관에서)은상, 양구 단오제 백일장(웃음) 장원을 수상하였다.
춘천 <시를 뿌리다> 시문학회 회원, 강원 문인협회 및 한국 문인협회 회원, 양구 청춘 문인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산골이 좋아 지금은 한반도 정중앙 ‘양구’에 터를 잡고 산새, 들꽃, 바람, 흙, 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후원으로 두 번째 시집 『양구의 봄』(2025)을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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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최성희의 시는 대부분 자연을 소재로 하였거나 또 그것과 연관된 시상을 이끌어 내어 쓴 작품이 많다.
시행마다 절묘한 메타포로 그곳의 풍광과 심상image을 형상화함으로써 그곳 풍광의 멋과 시의 멋스러움을 한껏 고조시켜 준다. 좋은 시란 이렇게 시적 대상이 되는 사물에서 ‘생명의 소리를 받아 적’을 줄 아는 시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시를 쓸 수 있다는 것 또한 최성희 시인에게 ‘양구’라는 자연환경이 준 큰 선물일 것이다.
소로Thoreau의 말대로 시인은 자연의 서기이다. 우주 공간에 웅대한 자연의 숨소리를 옮겨 놓는 행위가 그것이다. 최성희 시인은 한 10여 년간 양구라는 자연공간에 살면서 “자연의 서기”가 된 듯하다. 최성희의 눈에 띄는 사물들은 대부분 시적 대상물로 승화되어 있다.

물방울 굴리며 걸어 나오는 환영그는 몇 개의 봉우리를 건너서 여기까지 왔을까두 갈래로 떨어지는 폭포의 음계 이룰 수 없는 한 문장이비파 위 수금 소리로 펄럭이고 있다
-「물소리」 부분

최성희 시인은 어느 날 “오봉산 계곡을 돌아들다/두 갈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만났”는가 보다. 전반부에서 “벼랑 끝에 뿌리내린 물푸레나무 가지는/바위 등에 업혀 물방울을 굴리고/산허리를 돌아나가는 블랙야크 한 무리/발자국 자국마다 물소리 출렁인다”고 산의 정경과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비약시키듯 “그 물소리가 잠자던 내 기억 한 페이지로 흘러든다”고 회상한다. 그 회상은 “구곡폭포에서 만나자던 한 사람”을 인유引喩하는 것이다. ‘물소리’를 매개로 한 시적 발상과 시적 전환의 상승작용이 이 시의 묘미를 극대화 한다. 절창이다.

연못이 하늘로 돌아갈까 하여
수초水草 군사 한 무리도
세워 놓고 갑니다
- 「연못 속에 내려온 하늘」 부분

사과의 상처는 흠집으로라도 아물었는데
맞아서 골병든 이모의 몸에는
옹이로 박혀 있다//
달빛 든 날
우박처럼 내리치는 이모부의 주먹질을
서걱 서걱 도려내고 있다
-「사과 흘림체」 부분

「연못 속에 내려온 하늘」은 자연물들이 한 덩이로 동화되어 노는 낭만적인 시다. “하늘이 내려와 연못 속에 쉬던 날/수련은 구름 품에 잠들고/금붕어는 하늘에서 놉니다”이다. 뛰어난 풍유적 발상이다.
「사과 흘림체」는 애련지심이 동動하는 시다. 화자는 이모로부터 사과 상자를 선물 받고 그 사과 속에서 멍든 사과를 발견한다. 멍든 사과에서 마치 “우박처럼 내리치는 이모부의 주먹질”에 맞은 이모의 상처로 의인화하여 그 상처를 “서걱서걱 도려내고 있다”라고 승화시켜 낸다. 옛날 우리의 이모들이나 어머니들은 얼마나 많은 주먹질의 상처로 살아왔던가! 문득 돌아가신 우리의 어머니들이 생각난다.
해설 _ 이영춘(시인)

시인의 말

퍼즐 한 조각 같은
자음과 모음의 알갱이들
해리포터의 마법 빗자루처럼
그 언어의 알갱이들을 가로세로 연결하다 보면
기억 한 페이지에서 세월이 쏟아집니다
천 번을 잘리고도 살아나는 기억의 조각들
다인칭으로 천기를 누설하는 언어와 언어들
자음과 모음의 행간을
저울추처럼 달아 내리던 퇴고와 퇴고
밀려난 언어들이 밤새워
퍼즐을 맞춥니다
달빛 홀로 깊습니다

2025년 6월
양구 구암리 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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