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올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곁을 떠났고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찾아와 그 자리를 채웠다.
사는 일은 결국 이별과 만남의 연속이란 생각이 든다.
네 번째 평론집을 펴낸다.
매번 책을 낼 때마다 그렇듯 부끄럽기만 하다.
문학의 길로 이끌어주신 모교 은사님과
부족한 글을 예쁘게 다듬어 책으로 만들어 준
도서출판 초록달팽이에 감사드린다.
2025년 여름
황수대
책 속에서
송찬호의 동시는 여러 가지 수사법과 시적 장치를 사용해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환유는 그의 동시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크게 일조한다. 실제로 그는 “톱은/곡선으로 안 웃지”(「톱」), “비누의 옆구리를 살짝 간질이니/비누가 깔깔 웃는다”(「비누」), “바위가/똥을/누고 있다” (「바위도 변비는 힘들어」)와 같이 일상적 언어나 사고의 범위를 뛰어넘는 시어들의 결합을 통해 언어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일상적 시공간을 뛰어넘는 미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14~15쪽)
동시의 주된 독자는 어린이들이다. 그 때문에 내용과 형식에서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른다. 주제가 어린이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워도 안 되지만, 너무 쉬운 주제에서 어린이가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도 안 된다. 또한 어린이가 집중할 수 없을 만큼 행이 길어도 안 되지만, 행이 너무 짧아 아이들의 상상력이 전혀 작동할 수 없어도 안 된다. 그래서 성인시보다 더 쓰기 어려운 것이 동시다. (33~34쪽)
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노래하더라도 작품마다 결이 다르다. 그것은 시인의 세계관과 표현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시인의 세계관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표현방식이 작품의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많은 시인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감동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56쪽)
시는 어떤 대상에 대한 시인의 정서나 사상을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비록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시인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시는 곧 시인의 체험과 가치관이 빚어낸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150쪽)
최근 우리 동시단에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그것에 대해 다소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모든 역사는 도전과 모험에 의해 추동되었다. 인간이든 문학이든 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한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그것이 비록 자신의 문학적 성향이나 신념과 다르다 해도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배척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257쪽)
시어는 개인적 언어로서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일상어와는 다르다. 즉 시어는 일상어와 달리 어떤 사실을 지시하거나 의미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자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세계를 획득한다. 그 때문에 시는 필연적으로 다른 문학 장르보다 독자와의 소통에서 어려움이 뒤따르며 그처럼 의미를 직접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욱더 풍요롭고 다양한 의미를 환기하도록 만든다.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