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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_07
작가의 말_75
작가 인터뷰_79

저자 소개
저자 : 이종혁
202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잔디와 발자국』 『레몬』 『호흡곤란』, 산문집 『턱걸이를 했는데 배가 겁나 당긴다』, 시집 『우리가 꿈꾸던 자리는 수풀로 우거진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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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안나푸르나〉는 상실 이후의 감정이 머무는 자리, 그리고 그 감정이 한 인간의 삶의 목표를 바꾸어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응시하는 애도의 서사다. 고산(高山)과 심해(深海)라는 두 극한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죽음의 목격을 넘어 ‘끝내 포기하지 않는 관계’에 대한 문학적 탐구이다.

실종된 삼촌의 시신이 오 년 만에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삼촌의 수첩이 발견되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에 다다른다. 수첩 속 깊게 새겨진 ‘나는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은 죄책감의 독백이자, 한 인간이 타인의 존재를 끝내 붙드는 방식의 선언이 된다. 이야기의 후반부, 가장 소중한 존재의 실종을 마주한 주인공에게 이 문장은 죄책감과 책임의 무게로 다가오고, 그는 그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는 주체로 성장한다.

〈안나푸르나〉에서 애도는 관계의 밀도를 기억하는 일이자 떠난 자의 기억을 자신의 현실로 다시 살아내는 일이다. 이 소설이 섬세하고도 집요하게 탐구하는 것은 그 ‘현실을 살아내기’의 태도이며, 그래서 더 깊고 먹먹한 비애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안나푸르나〉는 한 사람의 부재가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어떻게 견인하는지 보여주는 고요하고 단단한 문학적 애도문이다.

책 속에서

성민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동갑이면서도 나를 동생처럼 아끼는 사람, 같은 핏줄도 아니면서 남들에게 우리는 형제라고 말하는 사람, 나의 불행을 반으로 쪼개서 함께 지고 가는 사람,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별것 아닌 일에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가 되는 사람, 그리고 가족이 나를 다 떠났을 때 유일하게 옆에 있어 준 사람. (17쪽)

삼촌 얼굴에는 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림자는 짙어도 너무 짙어서, 보고만 있으면 나까지 빨려 들어가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입술은 늘 말라붙어 있었으며, 자주 초점 잃은 눈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29~30쪽)

‘나는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종이 위에 꾹꾹 눌러쓴 문장. 삼촌의 마음이 내 안에도 깊게 새겨졌다. 그 문장을 오랫동안 되뇌어 보았다. 조금씩 삼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37쪽)

성민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양부모의 문제로 파양된 사실을 억울해했다. 두 번째 파양 이후 성민은 종종 내게 말했다.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건, 우리 스스로밖에 없어.” (43쪽)

“삼촌은 산이 그렇게 좋아?”
삼촌은 잠시 주춤하더니 대답했다.
“좋기보다는……, 자꾸 볼이 뜨거워져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볼이 뜨거워서 산에 가다니. 삼촌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말을 덧붙였다.
“삼촌이 부끄러운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자주 볼이 뜨거워져. 그래서 얼굴을 식히러 가는 거야. 산꼭대기는 엄청 춥거든.”
여전히 삼촌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46~47쪽)

갑작스럽게 심장이 조여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맞다, 나만은 성민을 포기하지 않아야 했다. 모든 사람이 다 포기했어도, 절대 나만은 포기하지 않아야 했다. 볼이 타들어 갈 것 같다. 당장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 이 뜨거운 볼을 식히고 싶다. (66쪽)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짙고 어두운 세상이 서서히 푸른빛으로 밝아지기 시작했다. 육체는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오히려 아래로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심해 저편의 무언가가 내 영혼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것이 성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가라앉고 싶다. (7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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