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인근에 있는 노인 요양시설 입소 조건이나 제반 비용 등을 알아보니, 노인 특별 요양원이라는 곳은 수입에 따라 입소 비용을 내도 되지만, 당연히 자리가 없다. 입소는 거의 복권 당첨보다 어렵다고 한다.
노인 특별 요양원 이외는 다소 차이는 있어도 대략 시세는 친구가 말한 것처럼 약 20만 엔 정도다. 입소자 본인의 연금이나 저축으로 비용을 댈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자식 세대도 그 부담을 피할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그날 번 돈은 그날 다 써버리는 성격이었거든. 아버지가 사셨던 집을 팔지 않으면 요양원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데, 그 근방 땅값은 자꾸 내려가기만 하잖아. 게다가 토지 건물 명의자인 아버지가 치매라서 사인도 못 하니까, 친아들이라도 그리 쉽게 땅을 못 판대. 아버지가 몇 년 더 사실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좀 세상을 떠나셔야지, 안 그러면 내가 먼저 죽을 판이야. 어제도 아버지 요양원 비용 생각하느라 한숨도 못 잤어.”
이런 절실한 예는 셀 수 없이 많다.
어떻게 부모님의 죽음을 바랄 수가 있느냐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자식이나 손주 세대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돌봄 비용이다. 요양원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식 세대의 생활 기반까지도 위태로워지니까 안일하게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p.121)
“지난번 면접 때 사다키치 씨는 고혈당과 고혈압이 있어서 당뇨약을 처방받았다고 들었는데, 약은 잘 드시나요?”
개호 지원 전문원의 물음에 이모부는 “이제 병원에도 안 가”라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이모부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보험과 예금만이 아니라 자기 몸 관리도 못 하는 상황이었을 줄이야….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제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모는 알고 계셨어요? 이모부가 당뇨병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본인이 이제 됐다고 하니까.”
뭐가 ‘됐다고 하니까’냐고!
이모가 모든 일을 남에게만 맡기고 자신은 무엇 하나 직접 결정할 줄 모르는 사람인 줄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설마 남편 건강까지 방치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까 목이 마르다거나 몸이 나른해서 종일 꾸벅꾸벅 존다고 하셨는데요, 실금이나 치매 증상이 시작된 것도 당뇨병이 원인일 수 있으니 서둘러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개호 인정 때는 의사 진단서도 필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바로 예약해서 모시고 갈게요.”
병원에 부모님 모시고 가는 것도 그렇게 큰 난리였는데, 거기에 이모부와 이모까지 더해지다니….
이건 무슨 수행이냐! 벌칙 게임이냐고!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p.146)
입원 수속 처리를 하는 사이에도 계속 이모부가 마음에 걸렸다. 이모는 병원에 맡겨두면 별문제 없겠지만, 이모가 입원한 사이에 이모부는 대체 누가 돌볼 것인가. 사실 이쪽이 더 큰 문제다.
92세와 90세의 노부모가 있는 우리 집에 실금과 망상 증상까지 있는 이모부를 모시고 갔다가는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먼저 죽어버릴 것 같아!’의 상황이 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 별로 친척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이모부를 돌봐줄 사람을 그리 쉽게 찾기도 어렵다.
“죄송하지만 저희 이모부께서 지내실 수 있는 요양시설을 급히 알아봐 주시면 좋겠는데요.”
케어 매니저에게 긴급사태임을 전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이용 중인 데이 서비스 시설로 가서 이모가 입원했다는 것을 이모부에게 설명했다.
“오늘 아침에 이모가 넘어져서 등을 부딪쳤잖아요? 구급차 타고 T 병원으로 가서 진찰받았더니, 뼈가 부러졌다고 바로 입원하셨어요. 이모가 퇴원하실 때까지 이모부는 잠시 요양원에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뼈가 부러졌으면 어쩔 수 없지.”
이모부도 일단 납득하는 듯한 대답을 했지만….
“그래서 네 이모는 어디 입원했다고?”
몇 번이나 묻는다.
“그 T 병원 있잖아요.”
“T 병원이라고….”
“네, T 병원.”
“이모가 안 계시면 이모부 혼자 밥도 못 챙겨 드시잖아요. 2개월 정도 입원해야 한다니까 그사이에 이모부는 요양원에서 좀 지내세요, 아셨죠?”
“알았다. 근데 네 이모도 같이 가냐?”
“이모는 입원했어요. 그러니까 이모부만 요양원에 가셔야 해요.”
“그래서 네 이모는 어디 병원에 입원했는데?”
“T 병원이요.”
“나도 T 병원에 가나?”
“이모부는 T 병원이 아니라 요양원에 가셔야 한다고요.”
무한 루프 같은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p.187)
“대체 언제쯤 저 고집 센 어머니한테서 해방될 수 있을까?”
기분 전환으로 찾아간 카페에서 동급생에게 그런 푸념을 털어놓자,
“그 심정 이해해. 우리 시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마지막까지 고맙다는 소리는 절대로 안 하는 고집불통이었거든.”
하고 크게 공감해 주었다.
“우리 어머니도 고맙다는 소리는 절대로 안 하는 사람인데, 네 시어머니도 그랬구나.”
“맞아, 결혼하고 나서 시어머니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니까.”
“너도 힘들었겠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밖으로 옮겼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이었나? 간병 도우미한테 결국 내 속을 털어놨잖아. ‘이제 더는 못 버티겠다’라고. 그랬더니 그분이 ‘실제로 돌봄 경험을 해본 사람은 장례식에서 울지 않죠’라고 하더라. 정말 그 말이 맞겠다 싶었어. 주변 사람들이 못된 며느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슬픔보다는 안도감이 더 큰 건 사실이잖아.”
“그래, 오히려 안도감이 앞서겠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간사이 지역으로 시집을 간 우리 시누이는 멀리 사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1년에 한 번밖에 얼굴을 못 보거든. 누워서 지내게 된 후의 시어머니 상태를 몰랐으니까, 장례식 때 시누이는 ‘엄마, 엄마’하고 관에 매달려 막 오열하는 거야. 그걸 보고 ‘종이 기저귀를 갈아줘도 고맙다는 소리 한 번 안 한 사람이야. 그걸 매일 묵묵히 한 내 심정을 너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니까.”
친구의 심정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사실은 요양원에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내 집이 있는데 왜 그런 곳에 가야 해?’라느니 ‘고생해서 키워놨더니 아들이나 며느리나 날 버릴 생각이나 하고’라고 막 화를 내시잖아. 몸은 가눌 수도 없으시면서 마지막까지 입은 살아 있더라.”
“그러니 눈물이 안 나지.”
“그치?”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