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도덕은 언제나 인간을 배신해 왔다
-‘이중도덕’, 그의 두 얼굴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인간도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이기주의자들일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의식주를 필요로 하며,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그것을 획득한다. 애당초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단지 생물학적 요구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자연인을 넘어선,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겐 언제나 도덕이란 기준이 따라다닌다. 도덕은 인간으로 하여금 합당한 태도와 행위를 비판적으로 반성하게 만들지만, 전체 사회의 필요성에 따라 그 이름으로 정당화된 규범...
도덕은 언제나 인간을 배신해 왔다
-‘이중도덕’, 그의 두 얼굴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인간도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이기주의자들일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의식주를 필요로 하며,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그것을 획득한다. 애당초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단지 생물학적 요구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자연인을 넘어선,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겐 언제나 도덕이란 기준이 따라다닌다. 도덕은 인간으로 하여금 합당한 태도와 행위를 비판적으로 반성하게 만들지만, 전체 사회의 필요성에 따라 그 이름으로 정당화된 규범체계들을 형성해 내고, 자아의 욕구들을 억압하는, ‘두 얼굴을 지닌’ 하나의 기제다.
이 책은 한 자연과학자(진화생물학)가 사회생물학적 맥락에서 도덕적 태도의 기원과 그 목적을 탐색해 나간, 엄밀하게 주관적이면서도 가장 객관적인 이 시대의 ‘도덕론’이다. 저자는 상황논리에 따라 상충되는 모순들로 휩싸이고, 그 이면엔 항상 정치적 권력이 자리 잡고 있었던 ‘도덕의 이중성’을 집중 해부한다.
도덕의 원형에 관한 짧지만 비판적인 탐구, 그 불편한 진실
책의 저자는 도리어 윤리학자가 아니다. 진화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인간을 냉정하게 본다. “본래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생물학적인 명령이 그에게 요청하는 것을 수행할 뿐이다.” 이것이 그의 주의다. 그의 관점에서 도덕은 윤리적 중압이나 사회의 요구에 의해 강제되지 않은 그 자체로 드러나야 한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도덕(관념)이 생겨나고 진화했으며 훼절되기까지 했는지 객관적인 어조로 서술하면서도, 또다시 도덕으로 인간을 강압하려는 도덕주의까지 비판한다. ‘도덕의 원형에 관한 짧지만 비판적인 탐구, 그 불편한 진실.’ 이것이 이 책의 요체다.
저자는 먼저 프롤로그에서 ‘도덕’이란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설명한 후, 도덕적 행태의 기원과 목적에 관한 물음을 자세하게 다루면서 생물학적 진화를 사회적 혹은 사회문화적 진화와 결부시킨다. 그러고 나서 “인간은 얼마나 많은 도덕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대중사회에서의 도덕’에 관한 문제를 논고한다. 이 문제를 다루는 장에서는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각 학문 영역에서 발견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인 존재이고, 계통발생사적으로 소규모 집단을 이루면서 살아온 존재이므로?이는 또한 오늘날 대중사회에서도 변함이 없기 때문에?소규모 집단 내에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한도 내에서만 자기희생을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도덕적 요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즉,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 도덕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따라서 오늘날 국가나 사회가 관념적으로 강제하듯이 그 많은 도덕적 요구를 감당해 내지 못한다. 저자의 진단으로는, 인간의 도덕적 능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으며, 최종적으로 인간은 모든 이상주의적인 가치체계와 규범체계는 실패한다는 판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책의 부제로서, 원서의 제목이기도 한 “인간은 얼마나 많은 도덕을 감당할 수 있는가”는 이러한 맥락에서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지킬 수도 없는 도덕률을 실천하려고 애쓰고, 그 도덕에 대해 인간과 사회가 뛰어넘어서는 안 되는 울타리라 여기며 산다.
저자는 도덕이 발휘하고 있는 이와 같은 현실적 기능 또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이 역시 인간의 ‘본성적 성향’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ㆍ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최고의 자리에서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는 존재인 동시에, 더 높은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향을 가진 존재다. 권좌에 오른 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권위에 복종하는 성향을 가진 자들을 굴복시켜야 한다. 이때 지배욕을 가진 자들이 굴종하려는 자들을 이용하는 수단이 강제력이거나 무력이 동반된 폭력이라면, 굴종은 한계에 부딪치고 저항이 유발되며, 지배복종의 관계는 끝내 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복종시키려는 자들이 굴종하려는 자들을 이용하는 수단이 ‘도덕’일 경우라면, 지배복종의 관계는 그리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통찰로써, 도덕이 인류 역사에서 복종과 굴종의 메커니즘을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작동되었음을 고발한다.
도덕주의자를 경계하라!
그렇다면 이러한 도덕 지상주의에 대한 대안은 없는가? 이 도덕의 허구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저자는 도덕적 요구에 대해 본성상 한계를 가진 인간이 세상에 널린 도덕주의자들에게 속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처방으로서 ‘도덕적 개인주의’를 강조한다. 즉, 도덕 자체의 권력화에 대항하여 도덕과 현실적 문제의 상관성에서 ‘개인’을 지향하는 도덕적 개인주의의 가치질서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인간이 만약 사회의 도덕적 요구에 개인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간다면, ‘선’은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인류 진화와 함께 터득해 온-‘지극히 본성적인’-협력과 상호부조의 성향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되새기건대 인간은 타고난 천사도 아니고 타고난 살인마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선’이 ‘악’에 맞서 승리하려면, 우리 삶을 규정짓는 현재의 사회적 조건들을 먼저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도덕의 독재’에 대한 경고의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인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정의’도 다시 반성될 수 있을 것이다. ‘도덕을 말하면서도 도덕주의를 비판하는 열린 사고’를 읽을 수 있기에, 도덕주의의 경직성과 도덕의 몰이해에 따른 타락상이 공존하는 현대 한국사회에 유용한-문제적인-저서가 아닐까 한다. 진정성 담긴 비판이 소용되는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의무늬ㆍ인간과시각의 두 번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