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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우파들의 행진
1장. 정중한 목소리
2장. 완벽한 폭풍
3장. 자부심의 역설
4장. 백인 민족주의자
5장. 문을 잠근 사람들

2부. 군중 속의 얼굴들
6장. 자수성가를 향한 길
7장. 나쁜 놈이라는 자부심
8장. 나는 가짜 인종주의자
9장. 밑바닥을 딛고 서다
10장. 중독에서 벗어나기

3부. 격동하는 정치
11장. 자부심과 수치심의 대결
12장. 전향한 극우 지도자
13장. 정치를 움직인 감정
14장. 국회의사당에 울린 총성
15장. 공감의 다리
16장. 밀려난 사람들

나가는 글: 파이크빌을 떠나며
후기
감사의 글

부록 1: 연구 개요
부록 2: 공감의 다리를 건너며
주
색인

저자 소개
저자 : 앨리 러셀 혹실드 Arlie Russell Hochschild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사회학과 명예 교수. 평생 여성 노동과 사회 문제를 연구했고, 《도둑맞은 자부심》을 포함해 모두 10권의 책을 냈다. 그중 《감정 노동》,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시간의 구속 The Time Bind》, 《자기 땅의 이방인들》은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혹실드에게 감정사회학의 선구자라는 칭호를 안겨준 《감정 노동》은 인간, 특히 여성의 감정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 따라 규정되고 상품화되고 이용되는 과정을 밝힌 책이다. 5년간의 몰입 취재를 바탕으로 점점 더 격화되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을 다룬 《자기 땅의 이방인》은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도둑맞은 자부심》은 자부심과 수치심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에서 새롭게 부상한 우파의 감정적 기반을 밝혀내 큰 찬사를 받았다.

역자 : 이종민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간스포츠〉와 〈스포츠투데이〉에서 스포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 일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근무 중으로,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바른번역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 《퓨처홈》, 《승리, 패배, 그리고 교훈》, 《어른이 되었어도 외로움에 익숙해지진 않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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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들은 왜 우파가 되었을까: 가난과 수치심이 만든 정치적 전환

왜 가난한 사람들이 트럼프에 열광할까. 오랫동안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층이었던 블루칼라 백인 노동자들은 왜 공화당으로 돌아섰을까. 감정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애팔래치아 지역, 그중에서도 켄터키주 파이크빌로 향했다. 미국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고 두 번째로 가난한 선거구에 속한 이곳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들이 벤츠를 몰고 다니던 부자 동네이자 중도적 정치의 중심지였다. 광산 산업이 발달했던 이곳에서는 광산의 노동조합이 민주당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지지율을 견인했다.
그러나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이 지역 주민의 80퍼센트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이곳은 대표적인 보수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의 선택을 움직인 것은 이념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석탄 채굴량이 줄고 광산 일자리가 사라지자, 극심한 빈곤이 들이닥쳤다. 한때 “우리가 미국 전역에 불을 밝혔다!”라고 외치던 자부심은 힘없이 꺾였고, 대형 제약 회사가 불러온 치명적인 오피오이드 위기까지 지역을 뒤덮었다. 여기에 모든 고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가 더해지면서, 주민들은 깊은 수치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저들이 당신의 자부심을 빼앗았다”
: 정치적 서사로 재구성된 도둑맞은 자부심

트럼프를 비롯한 우파 정치인들은 이 수치심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했다. “이 모든 것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이민자들, 무슬림, 소수자들이 당신들의 자부심을 빼앗아갔다.”
혹실드는 이 서사가 우파의 ‘깊은 이야기’에 맞아떨어졌다고 말한다. ‘깊은 이야기’란 우파의 핵심 감정을 담은 이야기로, 판단과 사실의 영역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렇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뜻한다. 이야기는 아메리칸드림을 향해 줄을 선 지친 백인 남성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기다려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는 그때, 이 남성은 자신의 앞쪽에 끼어드는 새치기꾼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여성, 이민자, 무슬림, 소수자다. 그리고 저기 멀리서 이 새치기꾼들을 용인하는 좌파 정치인이 보인다. 그때, 이 좌파 정치인들과 새치기꾼들을 공격하는 한 불량배가 보이자 이 남성은 그 불량배를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된다.
“트럼프가 석탄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했을 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그는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주는 것 같았어요.”(99쪽) 파이크빌의 사람들은 트럼프가 거짓말을 일삼는 불량배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트럼프는 어디까지나 아메리칸드림을 향한 줄에 끼어드는 새치기꾼들을 공격하는, ‘좋은’ 불량배였다.

“벽을 허물려면,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 공감의 다리를 건너다

혹실드는 자부심과 분노가 뒤엉킨 이 정치적 서사의 흔적을 좇기 위해, 파이크빌 곳곳을 직접 누비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2017년, 예고 없이 도시에 몰려든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행진이 파이크빌의 지역 사회에 남긴 충격과 주민들의 반응을 추적하며, 혹실드는 분열되고 상처 입은 공동체의 내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사람들의 자존심과 정체성, 일상의 감정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집중했다.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혹실드는 가장 고된 방식을 택했다. 바로 그들과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작은 교회, 언덕 위의 노점, 식당, 트레일러 공원, 마약 재활 모임까지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속마음을 듣는다. 혹실드는 이 대화를 통해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공감의 벽을 허물고자 한다. 혹실드는 이런 만남을 통해 단순한 통계나 선거 결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정치학’을 드러낸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공감의 다리를 건너가 보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느끼는 수치심과 분노, 회복의 갈망을 받아들이며, 혹실드는 미국 사회가 직면한 정치적 균열의 근원을 감정의 차원에서 조명한다. 그렇게 그는 분열의 언어 속에서도 남아 있는 인간적 이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도둑맞은 자부심’의 메아리
: 감정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 우경화 속에서

자부심과 수치심 그리고 새로운 우파의 부상에 대한 혹실드의 분석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경제적 박탈감과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한 이들이 우파 정치세력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나 경제적으로 쇠퇴한 지역의 주민들,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세대들, 자신들이 잊혔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도둑맞은 자부심’의 서사에 쉽게 공명한다. 우파 정치인들은 이에 응답하듯 ‘공정’과 ‘역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수치심을 자극하고, 강력한 지도자와 단일한 국민 정체성을 앞세운 서사로 지지층을 강화한다. 이념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책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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