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미병(未病)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현대인의100세 건강을 위한 지혜로운 《한의사 사용법》!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은 병원의 풍경부터 다르다. 응급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피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풍겨오는 병원의 모습과 달리, 한의원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뭔지 모를, 태초부터 먼 조상들이 즐겨왔을 건강한 자연의 냄새가 난다.
냄새뿐만이 아니다. 치료기구 역시 다르다. 같은 병원의 범주에 묶여 있지만, 양의학 병원과 달리 한의원에서는 사소한 사혈이나 하는 외에는 피를 볼 일이 거의 없다. 서양식 병원에서 받았을 치료의 풍경에 익숙한 환자라면 ‘찢고 자르고 꿰매고’ 하는 과정이 거의 없으니 한의원에서의 치료란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라, 다만 내 몸이 원래 있었던 그 상태 그대로를 찾아 최대한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에 가깝다.
여기까지만 읽어봐도 그럼 한의원을, 그리고 한의사를 어떤 자세로 ‘사용해야’ 현명한 현대인으로서 건강을 지킬 수 있을지 답이 나오지 않는가? 한의원은 병을 심각하게 키워서 가는 곳이 아니라, 평소부터 친구네 집처럼 자주 방문하고(필자의 표현에 따르면 목욕탕 가듯) 가까이하며 나의 건강 상태를 미병(未病), 즉 병이 아닐 때부터 관리해주는 곳으로 습관화해야 한다.
100세 시대가 도래한 지 이미 오래다. 반대로 말하면, 100가지 병을 가지고 천천히 늙어가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인체 역시 유기물로 만들어진 이상 노화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100세 시대란 곧 60~70년 사용하던 몸을 최대한 더디게 늙도록 100세까지 잘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평소의 관리가 필요하며, 우리에게는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중병을 해결하는 의사도 중요하겠지만, 평소 ‘건강한 노화’라는 여정에 동반자 역할을 해줄 의사의 역할이 긴요하며, 한의사는 바로 그 역할에 꼭 부합하는 존재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 《한의사 사용법은》 100세 시대를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현대인이 근거리 의료기관으로서 한의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방법을 알려주는 충실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건강이라는 건 그렇게 거창하거나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옛 어르신들이 말씀하셨던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건강한 거지.”, 이 단순한 기준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건강의 척도입니다. 한의학은 이 단순함을 놓치지 않습니다. 병의 이름보다 몸의 흐름을 중시하고, 검사 수치보다 피부색, 말투, 맥박, 대변, 입맛, 잠의 상태를 봅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을 통해 몸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현대의학이 급성 질환이나 외과적 수술에 탁월하다면, 한의학은 만성적인 불균형,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몸의 이상함을 다루는 데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병이 되기 전, 또는 병은 있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한의학은 그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해냅니다.
하지만 몸의 흐름을 되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의학은 환자와 함께 길게 가는 의학입니다. 단지 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치료입니다.
-p.19~20
저는 의사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길을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야 더 나은 길인지 설명해주는 사람이요. 환자는 그 설명을 듣고, 자신의 걸음으로 그 길을 함께 걸어야 합니다. 그렇게 나란히 걷는 진료가 제가 바라는 모습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환자의 말만 다 들어주는 ‘친절한 의사’가 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되, 의사로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때로는 “이건 고쳐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환자분이 원하지 않는 조언일지라도, 몸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말이라면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방향을 함께 잡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의 ‘이해’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 신뢰는 설명에서 나오고, 납득에서 비롯됩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치료란, 그냥 맡기기만 하는 치료가 아니라,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치료입니다.
-p.72~73
심장이 뜨거워지면 자동으로 몸은 긴장하고, 그 긴장은 몸의 여러 부위에 나타납니다. 어릴 때 아토피, 사춘기 때 기분 기복, 성인이 되어서는 불면과 위장 문제로 나타나는 사람들을 보면,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가 파도만 조금 일어도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요동치고 몸이 흔들리는 사람들, 이것이 바로 심열이 높은 사람입니다.
이 상태가 괴로운 이유는, 심열을 내려야 잠도 자고 속도 편해지고, 마음도 차분해질 텐데 우리는 자꾸 열을 더 많이 쌓아가기 때문입니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 자극적인 선택이 오히려 몸속 열을 키우고, 그 열은 다시 예민한 변화를 만들고, 결국 피곤함과 불면, 소화불량이 다시 자리를 잡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이 바로 회복의 시작입니다.
-p.135
사실 아이가 잘 먹는 것만큼 부모 마음이 흐뭇해지는 일이 또 있을까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고, 누구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일 텐데, 그 마음과는 다르게 애가 밥상 앞에서 젓가락을 놓기만 하면 마음이 급해지고 속이 타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단순히 “입이 짧아서”라는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편식하는 버릇이나 성격 문제로 치부하기엔 몸에서 보내는 신호들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밥은 잘 안 먹는데 아이스크림이나 빵, 과자 같은 단 음식이나 시원한 음료는 잘 먹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한의학적으로 보면 몸에 열이 많고 진액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속이 뜨겁고, 몸은 말랐으며, 땀도 많고,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이에요. 땀이 많다는 건 그만큼 체내 수분이 자꾸 빠져나간다는 의미이고, 그로 인해 속이 더 건조해지고, 위장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p.216~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