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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Ⅱ
Ⅲ
저자 소개
저자 : 유디트 헤르만
1970년 5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1998년 첫 작품집 '여름 별장, 그 후'를 발표하면서 "독일 문학이 고대했던 문학적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으로 휴고 발 상, 브레머 문학상, 크라이스트 상을 연이어 수상했으며, 25만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17개 국어로 번역되는 극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집 '단지 유령일 뿐'으로 작가로서의 능력을 다시금 증명했다. 여행을 소재로 한 일곱 편의 소설이 실린 이 작품집은 여전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인간의 내면을 명징하게 꿰뚫어 보면서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성숙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역자 : 신동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유디트 헤르만의 《레티파크》를 번역했고 그 밖에 옮긴 책으로 《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 / 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 《무용수와 몸》 《괴테와 톨스토이》 《9시에서 9시 사이》 《심판의 날의 거장》 《밤에 돌다리 밑에서》 《모래 사나이》 《슈니츨러 작품선》 《나르시시즘의 고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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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드러내기와 숨기기, 은밀한 보여 주기와 공개적인 감추기를
온갖 트릭을 사용해 문학적으로 제시한다.”
《쥐트도이체 차이퉁》

“유디트 헤르만의 책들은 인간사에 대한 확고부동한 탐색이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노벨문학상 후보'로부터”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

“나는 그 문장을 알고 있고 그 문장을 비밀로 하는 것이다”
드러난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침묵의 작가”

유디트 헤르만은 가족이나 역사가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숨기고 싶은 것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작가이다. 그의 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드러난 것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글쓰기가 허구를 말하는 것이 아닌 진실을 말하는 것이되, 무엇을 숨기거나 배제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삭제하면서 동시에 쓰고, 침묵을 글로 쓴다. 그는 진실과 인간의 심리, 대화의 내용을 모두 알지만 비밀로 한다.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소설을 쓸 때 그 문장, 그 인물, 그 배경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모두 서술한다. 주로 자신의 트라우마나 기억의 불확실성 같은 심리학적 요소를 탐색하고, 수수께끼 같은 삶을 표현하려는 문학적 욕망을 드러낸다. 또한 그 수많은 결정 속에서 작가인 자신이 가진 자율성과 담대함은 물론 반성과 후회까지 전부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야기할 게 하나도 없는 작가'라는 비판적 평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주장한다. “무언가를 지어낸다는 건 나에게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현실로 들어가려는 게 아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하나뿐인 불가해한 현실로 들어가고자 하고, 내가 현실을 이해할 수 없음을 쓰고자 하고, 현실이 대체로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124쪽)
이 책의 시작은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진행한 '우리는 모든 걸 말했을 텐데-글쓰기에서의 침묵하기와 숨기기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문학 강의지만, 독일 문학의 사조나 글쓰기의 이론을 언급하기보다 창작의 근원이 되는 삶과 기억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사실과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억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무엇을 쓰고 무엇을 지울 것인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에 대해 고심한다. 그는 “더는 절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삶에서나 글쓰기에서나 진실하기를 원하지만 “이야기의 어느 부분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어느 부분이 지어낸 일인지, 어느 부분이 이른바 자전적 진실을 담고 있는지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한다”(69쪽)고 고백한다.

“본래의 것을 나에게 남겨 두기 위해”
침묵은 공백이 아닌
가장 강렬한 서사가 피어나는 공간

유디트 헤르만은 “침묵을 언어로 쓰는 작가” “침묵의 작가”라는 불린다. 그에게 문학은 침묵과 공백을 메우는 행위이자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탐구이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삶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 속에서 흘려보낸 순간들, 혹은 의도적으로 덮어 둔 비밀들을 조심스럽게 건드린다. 헤르만의 문장들은 독자에게 완결된 답을 주기보다, 질문하도록 유도하며, 그 간극에서 진정한 이해가 시도된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의식적 행위이다. 과거의 트라우마, 현재의 불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나의 텍스트 안에 응축시킴으로써, 그녀는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려 한다. 예를 들어, 아다와의 관계나 드래휘스 박사와의 만남 같은 사적 경험을 문학으로 변환할 때, 헤르만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독자로 하여금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잊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자전적 기록을 넘어, 글쓰기 자체가 치유와 동시에 새로운 상처를 발견하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보여 준다. 그녀의 작품은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만들어 내는 공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숨기기와 드러내기'는 단순한 회피나 감춤이 아닌,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진실을 문학으로 응축하는 전략이다. 그에게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렬한 서사가 피어나는 공간이다. 삶의 경험은 작품 속에서 재구성되며, 사실적 진실보다 문학적 진실을 추구한다. 이번 에세이는 그간의 작품 속에 등장하던 실체를 직접 마주하겠다는 선언이자,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향한 또 다른 예술적 접근이다. 헤르만은 침묵 공간을 관통하며, 독일 문학사에서 트라우마와 기억을 가장 정교하게 조각하는 작가로 남아 있다.

“더 이상 맞는 게 하나도 없지만
모든 게 진실하군요”
뒤틀리고 일그러져도 진실인 것들

1970년에 태어난 유디트 헤르만은 나치 시대의 국민이었던 조부모 세대와 독일의 분단과 체제 변화를 경험한 부모 세대 다음으로 형성된 침묵과 무기력, 죄의식에 둘러싸인 세대에 속해 있다. 특히 그는 극심한 우울증에 평생 시달린 아버지와 가장의 역할을 하느라 가족과 거리를 둔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고, 부모 대신 러시아인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일찍부터 가족 안에 뿌리박힌 트라우마와 정신병, 숨겨진 비밀을 직시해야 했다. 이로 인해 그는 고독과 불안 속에서 '숨기기'와 '드러내기'라는 미묘한 삶의 처세술을 체득했고, 이는 이후 그의 문학 세계의 핵심적 모티프가 된다.
30대 시절 유디트 헤르만은 그의 대표작 《여름 별장, 그 후》의 주요 배경이기도 한 바닷가 별장에서 '선택가족'과 공동체 생활을 했다. '선택가족'의 중심인물인 '아다'는 헤르만에게 생물학적 가족을 넘어선 유대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그의 내면을 연 친구로서 헤르만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관계는 현실에서 지속되지 못하고, 아다는 헤르만의 소설집 《레티파크》에서 '에피'라는 인물로 재탄생한다. 아다는 헤르만의 트라우마 일부를 해소하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의 토대가 되었지만, 동시에 '말해지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정신분석가 드레휘스 박사 역시 그녀의 삶과 문학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10년간의 분석 치료 과정에서 그는 대략 다섯 번의 발언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을 정도로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드레휘스 박사는 헤르만의 단편소설 《레티파크》의 〈꿈〉에서 '굽타 박사'라는 인물의 모티프가 된다. 10년간의 정신 분석을 마치고 한참 후에 이루어진 드레휘스 박사와의 재회가 이 책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의 첫 장면인데, 드레휘스 박사라는 실제 인물과 '굽타 박사'라는 허구의 관계성을 전면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이전에 나누지 않았던 대화를 나누고, 특히 《레티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엇갈린 과거로 인해 대화는 이어지지 않고 실패한다.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만남 이후에 자신을 모티프로 한 '굽타 박사'가 등장하는《레티파크》를 읽은 드레휘스 박사는 헤르만에게 편지를 쓴다. “결국 더 이상 맞는 게 하나도 없지만 모든 게 진실하군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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